지역경제 통합ㆍ쌍무통상 마찰 심화

세계무역기구(WTO)가 정식 출범한지 벌써 1년반이 지나고 있다.86년9월에 시작돼 94년4월에 타결된 UR협상 결과에 따라 GATT의 뒤를 이어 WTO가 세계교역질서를 새롭게 규율하게 됐다.WTO는 메시장개방의 확대멕와 메다자체제의 기능강화멕라는 두가지방향으로 세계경제질서를 이끌어 가려하고 있다. 즉 WTO는 UR협정을 이행하는 기구로 과거 GATT와 같은 공산품의 관세인하는 물론특히 농산물교역에 대한 다자간 협정의 채택, 서비스교역에 대한새로운 다자간 규범의 도입, 지적재산권 보호의 무역체제로의 편입등을 통해 회원국들의 시장개방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또 한편으로는 분쟁해결기구를 설치해 회원국간 무역 분쟁을 해결·조정하고 무역정책검토기구도 새롭게 설치해 모든 회원국의 무역관련법 제도 관행 및 정책에대한 명료성과 적합성을 검토하는 한편IMF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들과의 정책협의를 수행하는 등 국제교역에 관한 UN으로서 다자체제 기능을 현저히 강화하고 있다.이처럼 WTO는 UR협정의 이행기구 및 국제무역에 관한 UN으로의 역할을 함으로써 과거 GATT 체제가 가지고 있던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WTO출범은 세계경제에 있어서 「더욱 자유롭고 보다 공정한 교역」을 추구하는 새로운 무역질서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WTO의 출범은 지난 60~70년대의 자유무역주의를 퇴식시키고 80년대이후 팽배해온 보호무역 및 관리무역 성향을 다시금 자유무역정신으로 복귀시키고 있는 것이다.◆ UR협상 지지부진으로 WTO 위상 저하WTO는 출범이후 조직을 구성하는 한편 회원국 확대, 무역정책 검토, 분쟁해결기구의 설립 및 가동, UR협상 결과의 이행점검, 금융·부동산·기본통신·해운서비스등 UR후속협상 추진, 새로운 통상의제의 논의등 WTO의 조직 및 기능강화와 함께 시장개방확대사업을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것으로평가되고 있다. 새로운 기구나 조직에 있어 첫걸음은 신뢰성과 실효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의 성과를「좋은 시작」이라고 한 WTO의 자평도 일리가 있다.그러나 지난 기간을 되돌아 보면 WTO체제는 시장개방 확대나 다자체제의 기능강화라든가 또는 더욱 자유롭고 공정한 교역을 위해 추진한 업무보다는 오히려 단지 조직구성을 위해 보낸 시간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무총장 인선과 분쟁해결상소기구의 위원선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에따라 WTO의 UR이행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고 금융 기본통신 해운서비스등 후속협상과 가입국 확대 등에 한계가 나타나게 되었다.WTO에 참여하는 회원국은 아직 1백20여개국에 불과하다. GATT 체결국(1백28개)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WTO체제의 최우선 과제라고할 수 있는 UR협상 결과의 차질없는 이행에 있어서도 통고의무 이행이 부진할 뿐만 아니라 회원국들이 국내법규와 제도를 WTO협정에제대로 맞추고 있는지도 충분히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또 WTO출범은 다자체제를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지역주의 움직임을크게 억제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WTO출범이후 세계경제는 오히려 지역경제통합과 쌍무적 통상마찰이 팽배하고 있다. EU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가 회원국의 확대에 노력하고 있으며APEC(아태경제협력체)은 자유무역지대로의 이행에 분주하다. 작년중에만도 미중 지적재산권 마찰, 미일 및 한미 자동차시장 마찰,한국의 농약잔류검사제도 및 육류유통기한에 대한 미국의 불만등통상마찰이 끊이지 않았다.이와함께 금융서비스 협정에 미국이 참여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통신 서비스협상도 협상시한을 내년2월로 미뤘다. 해운서비스협상은 미국참가가 불투명해지는등 UR후속협상의 지지부진으로WTO위상이 떨어지고 있다.이런 와중에 오는 12월 싱가포르에서 제1차 WTO각료회의가 열릴 예정이어서 WTO체제가 강화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이 회의는 WTO출범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각료회의로서 WTO출범이후의 진전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다자간 무역체제 발전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동안 여러 형태의 비공식회의에서 종합된 의견을 정리해보면 각료회의의 핵심의제로는 △UR/WTO협정 이행상황점검 △진행중인 협상의 조속 타결 △무역-환경위원회의 권고상황 점검 △새로운 통상의제 검토 △추가적인 자유화 제시등으로 대별된다. 특히 이미WTO안에서 활발히 토론되고 있는 무역-환경의제를 포함해 다른 다자협상의 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투자 경쟁정책 노동기준등 신통상의제의 WTO체제내 편입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등장하고 있다. 아직 환경을 제외하고는 의제로의 채택여부에 대한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은 상황이나 신통상이슈가 WTO에서 어떻게다루어지느냐는 향후의 국제교역질서를 새롭게 규정하는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사실상 환경 투자 경쟁정책 노동기준 반부패 기술등 속칭 뉴라운드이슈들은 WTO보다는 다른 협상장에서 더욱 긴밀히 다루어져 왔다.환경은 OECD와 WTO에서, 투자와 경쟁정책은 OECD와 APEC에서, 노동기준 기술 반부패는 주로 OECD에서 논의돼 온 결과 이런 이슈들과무역과의 연계성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이미 축적돼 있는 상황이다.일부 국가들이 세계경제의 상호의존성 증대에 따라 투자-경쟁정책에 대한 국제조화가 중요하며 환경 노동기준 반부패 같은 사회조항도 이제는 무역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투자 및 경쟁정책 논의가 WTO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통한 무역자유화의 관성을 훼손하는 시기상조의 과욕으로 평가하고있다. 또 환경 및 노동권의 보호를 새로운 형태의 보호무역도구로오용할 가능성에 대해 의심하고 있다. 이처럼 신통상의제에 대한시각이 WTO회원국간에 서로 다른 만큼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에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제도 정책 선진화·국제협상 준비 절실이에따라 신통상의제가 언제 WTO의 의제로 채택될 것인지, 만약 채택된다면 환경 이외에 어느 것이 새롭게 WTO에 편입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런 의제들이 GATT하의 UR처럼WTO의 새로운 라운드(Round)형태로 발전할지 여부도 큰 관심사가아닐 수 없다.결국 WTO출범은 세계경제를 하나의 교역규범(WTO협정)과 하나의 국제기구(WTO)로 통일함으로써 세계경제가 소위 말하는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함은 물론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독특한 교역환경으로 이행되고 있다.이처럼 세계경제가 새로운 무역질서로 이행되고 있음에 따라 우리경제는 △WTO체제의 정착과 경제활동의 범세계화 등 세계적 추세에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시장개방과 세계화의 가속화가 요구되며△우리나라의 각종제도와 정책의 실질적인 선진화는 물론 △환경경쟁정책 노동권 직접투자등 신분야 관련 국제협상에 대한 준비에박차를 가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특히 7월중에만도 △중진국 통상장관회의(스위스 로잔) △APEC통상장관회담(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 △ASEM SOM회의(벨기에 브뤼셀)등의 모임에서 신통상의제에 대한 논의가 예정돼 있어 신통상의제의 중요성이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환경 직접투자등 새로운 통상의제와 관련해 정부는 물론 기업들의 세심한 준비와 대응노력이 요구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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