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시장' 쟁탈전 환경변화로 희비교차

참고서를 중심으로한 각종 교육 부교재 출판업은 가히 황금시장이라 할 만하다. 정확한 시장 규모는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출판 관계자들의 「감각」이라든가 사교육비에 관한 연구 자료 등을종합해보면 줄잡아 2조원 규모로 추정된다.한국교육개발원의 공은배 박사팀이 지난 94년 연말 발표한 「한국교육투자의 실태와 수익률 분석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총사교육비 규모는 17조4천6백40억원이었다. 여기서 유치원·초등·중등·고등학교·대학교 등 각급 학교별 부교재 지출 비용이3.8%에서 22.7%의 분포를 보이고 있으므로 이 비율을 적용, 합산하면 부교재 시장규모는 2조4천1백80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출판사 관계자들이 얘기하는 통칭 「2조원 시장」보다 큰 수치다.그만큼 부교재시장은 크다는 얘기다.◆ 교육개혁으로 기존시장 일대 타격받을 듯교육 부교재 시장은 참고서를 비롯해 일일공부(이른바 학습지), 전과류, 학생용 잡지, 동화책, 회화 테이프, CD-ROM, 보충교재 등 다종다양하게 분류된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대종을 이뤄 온 것은 역시 참고서, 그중에서도 대학 입시용 참고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정석 시리즈니, 정통 영어 시리즈, 한샘 등 이른바 「참고서 재벌」신화를 낳은 것은 바로 고교 참고서 시장이었고, 종이사용량이라든가 권종 발행서적수 등 한국 출판 통계 수치의 거품현상을 초래한 것도 이 시장이었다. 업계에서는 시장규모에 대해5천억원이니 8천억원이니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론은 크다는 한마디로 귀착됐다.그러나 시장규모는 커도 학습 참고서를 내는 상당수의 출판사들이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참고서 시장의 특징이다. 연매출액 십억원대의 기업은 열 손가락을 채 못채운다. 출판사 부교재 내용을 심사하는 기관인 학습자료협회에는 96년초 현재 2백20여개사가 등록되어 있으나 이 가운데 70~80개사는 이름만 걸치고 있는 경우라고 한다. 또 매년 20~30개사가 새로이 등록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 약간 많은 수의 출판사가 매년 도산하는 것으로 보이기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회원수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것이 학습자료협회의 얘기다.참고서 출판사가 많고 영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가능하다. 우선 참고서 시장은 아무런 진입의 장벽이 없어 누구나참여할 수 있다. 개인이든 교사든 일반 단행본을 발행하는 출판사든 참고서를 내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렇게 해서 일단 하나의브랜드만 히트하면 그 명성을 업고 계속해서 시리즈를 낼 수 있기때문에 한 번쯤 진입을 시도하는 것이다.참고서 시장은 저자보다는 브랜드와 출판사가 판매의 관건으로 작용한다. 지학사의 하이라이트 시리즈, 국어에서 시작해 전과목으로확대된 한샘, 정통종합영어 한권에서 자습서 단어집 등 수많은 가지치기를 한 정통 시리즈 등이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살려나간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최근 들어서는 편집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고지질도 획기적으로 개선한 디딤돌 시리즈도 성공을 거둔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모두 최초의 한권이 성공을 거둬 전과정 체계를 갖췄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한 과목이 히트했다고 해서 여타 과목까지의 성공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데 있다. 참고서류는 대체로 10만권이면 베스트셀러로 평가되는데 한 과목에서 이 정도의 판매고를 올린 책은 적지 않다.여기서 더 나아가 전과목 체계의 시스템을 갖추려고 할 경우 그때부터는 정식 사업으로서 경영적인 감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단일브랜드의 시리즈물이므로 표지의 일관성이 필요하고 수십명에 이르는 필자들의 관리가 쉽지않게 된다.사업 볼륨이 커지는데 따르는 자금 조달 문제도 필수적으로 대두되기 마련이다. 작은 출판사로서는 감당하지 못하는 「사업상의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는 얘기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대형과 영세 출판사를 가르는 승부처라고한다.◆ 논술학습지 CD-ROM 참고서 등 인기아울러 일반 단행본보다 훨씬 더 제작비가 든다는 것과 유통구조가「전근대적」이라는 것도 참고서 출판사를 영세하게 만드는 또다른요인이다. 참고서는 단색쇄가 아니라 최소한 2도 심하면 4도색을써야하는데다 수식과 도표 등이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사식 및 인쇄비용이 만만치 않다. 종이도 싸구려를 쓰면 외면받기 십상이다.따라서 제대로 만들려면 권당 제작비가 최고 3천만원까지 치솟는다.특히 아직도 참고서 채택을 둘러싸고 간간이 빚어지고 있는 잡음은출판계를 혼탁하게 하는 주요인중 하나다. 채택료는 통상 정가의20%로 책정되어 있어 일단 채택되면 학생수에 정가의 20%를 곱한금액을 총판이 학교측에 선지불하는게 관례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세태가 달라진 탓인지 교사가 참고서를 선정해줘도 학생들이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돈은 돈대로 지불하고 책은 예정만큼 다안팔리는」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는 참고서 시장이 그만큼 치열한 경쟁의 터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일부 출판사의 경우 채택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출판사의 사활이 직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수많은 출판인 교사 학원강사 등이 「한 번 떠 보자」를 기대하면서 참고서를 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 개혁은 그러나 이러한 참고서 출판계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종합생활기록의 반영으로 대표되는교육평가제도의 개편은 곧 「참고서가 필요없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의지이고 이는 기존의 시장에 어떠한 형태로든 일대 타격을가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미 서점이나 출판계 또는 학원계에서는 그 조짐이 일부 나타나기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시장이 좋았던 시절은 학력고사때이며 그 다음 수학능력평가시험때부터는 약간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교육개혁 방안이 발표되고나서는체감 지수가 달라졌다.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이 감소했거나 또는 책값 상승분 만큼 매출이 늘지 않았는데 이것이 교육개혁 효과의 전주곡이라는 해석이다. 재작년 다르고 작년 달랐는데 올해는 더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한다. 일부 대학입시 전문 대형학원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가 하면 이제 학원사업은 업종 변경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초중등학교의 사정은 더 심한듯 대형 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전과류등 초중등학교 학습 참고서 시대는 갔다』며 아예 취재할 필요가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나마 남아있는게 고교 참고서 시장이지만 그것도 전망은 밝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물론 이런 견해를 부정하는 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같은 참고서 전성시대야 다시 오기 힘들겠지만 교육현장 변화의 추이를 읽고 그에 맞는 기획 참고서를 낸다면 충분히 시장성은 있다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논술력을 필요로 하는 수험생을위해 월간이나 주간 단위의 논술 학습지를 운영한다든가 수학과 물리 또는 세계사와 경제가 결합된 통합 교과 참고서를 출시한다든가하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한샘 같은 경우가 논술을 특화해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사례. 일반인쇄물 참고서로는 논술력을 배양하기 어려우므로 한샘측은 격주단위로 논술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회수, 첨삭을 한 뒤 다시 회원에게 보내주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첨삭 지도는 철학교수들이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샘측은 회원 모집의 불확실성, 첨삭 지도와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당초 3천명 한정회원을 모집하려했으나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는 후문이다. 또 중앙교육진흥연구소는 공통사회, 공통과학 등으로 교육과정이 개편됨에따라 『이제 특정 과목에만 치중하는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안된다』고 판단, 통합과목에 걸맞는 참고서를 간행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이렇게 볼 때 이제 참고서 시장에도 교사와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점을 찾아내 이들의 니즈를 채워주는 경영의 시대가 온 것이라고할 수 있다. 시장의 변화를 미리 읽고 남보다 한발 앞서 출시해야한다는 마케팅의 원칙은 참고서 시장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라는얘기다.◆ 교사 학생의 니즈 채워주는 「경영의 시대」 도래최근에는 CD-ROM을 이용한 부교재도 등장했다. 「전자참고서」라고할 수 있는 이 CD-ROM은 멀티미디어 시대를 맞아 탄생한 시대적 산물이다. 음성까지 담겨 있으므로 문제를 풀지못하면 필자가 문제풀이의 요점과 풀이 과정을 설명한다. 아직까지는 극히 일부 과목에지나지 않지만 수학 CD-ROM을 내놓은 한 회사는 출시 4개월만에1만 여본이 팔리는 등 생각보다는 호응도가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출판 관계자들은 앞으로 학습 참고서 시장의 무게 중심이 대입 수험서에서 초등 또는 유아·취학직전 아동 대상의 사업으로 옮겨갈것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사실 고교 참고서만으로는 아무리 잘해야 한 회사가 연간 2백억원을 못넘기지만 어린이 학습지 시장은상위권 회사의 경우 천억대에 육박한다. 조기 교육의 영향과 하나밖에 없는 자녀를 훌륭히 키워보겠다는 부모의 의욕이 맞물리면서급부상하는 추세라는게 관련 업자들의 말이다. 이 때문에 고교 수험서를 발행하던 출판사가운데 일부는 살아남기 또는 업종 다각화차원에서 유아·초등 시장으로의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유아 대상의 경우는 한글 깨치기, 수리 개념 익혀주기, 미술 음악등 예체능 감각 계발하기 등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대교나 웅진, 이름만 들으면 잘 알 수 있는 한 외국계열의 회사는 연 매출1천억원을 돌파한지 오래됐고, 한글을 깨우쳐주는 모 학습지는 「글을 익힐 수 있는 최저 연령을 낮췄다」는 평가를 얻을 정도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눈높이 수학」 「재능교육」「용운 산수」 등 어린이 대상 학습지 안내가 연일 신문 광고 지면을 장식했던데서도 알 수 있듯 가히 폭발적 장세다.또 하나의 변수는 97년부터 시작되는 초등 영어 시장이라고 할 수있다. 초등 영어는 그렇지 않아도 기회만 엿보던 상태였던 영어 조기 교육열에 불씨를 던져준 격이라는 평가. 이 부분에서는 「윤선생 영어교실」 「튼튼 영어」 「시사영어사」 등이 시장 선점을 위한 공방전을 전개하고 있으며, 외국인을 위한 영어교육으로 오랜노하우를 지닌 미국계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해 시장을 넘보고 있는상태다. 이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예측을 할 수없으나 다른 분야가 그랫듯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초등학교 영어 검인정 교과서 접수 창구에 무려 52개 출판사가 몰렸다는 점이 이 시장의 열기를 전해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교재로 인정을 받으면 이를 기반으로 참고서 발행, 학습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합종연횡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입지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앞으로는 각자자기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업체와 출판사간 업무제휴나 M&A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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