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ㆍ프랜차이즈화로 신시장 개척

「종로학원」.국내 입시학원의 간판으로 통한다. 매년 명문대 합격자의 3분의 1이상을 배출해 「종로학원=명문대진학」이란 등식을 성립시켰다.심지어는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에 걸맞게 종로학원은 상당한 부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65년 종로2가 화신백화점 근처의 수학단과반으로 출발해서 서울역 뒤편과 강남에 백억원대를 웃도는 6층짜리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학력평가연구소 종로교재연구소 논술교실 EDNET 리케이온어학원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홍익대 앞에서 푸른솔미술학원을 운영중인 한동희 원장.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과 출신으로 지난 89년 보증금 1천5백만원짜리 30평규모로 시작한후 불과 2년만에 1백50평 규모로 확장하는데 성공했다. 시간 강사를 포함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가 30여명 가까이 된다. 수강료는 14만원에서 28만원대. 데생과 구성 두 과목을일주일에 두시간씩 4회 강의한다. 부산 대구에서까지 배우러 오는데 현재 등록생은 1백50여명이다.한원장은 주요대학 미술대 입시정보를 전산화시켜 효율적으로 준비하도록 도와준 것이 성공의 주된 요인이라고 들려준다. 또한 실력있는 강사를 많이 채용한 것도 학생들을 모으는데 크게 기여했다.지난해 국전과 올해 MBC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우수상과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강사들이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50여개의 미술학원이 난립하는 홍익대 앞에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학원수강생수 매년 15%정도 증가이처럼 입시학원이나 예체능학원을 운영해서 성공했다는 얘기는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소규모 자본과 전문지식, 남보다 앞선 강의방식만 있으면 원장님 소리를 듣을 수 있다는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앞다퉈 학원을 설립했다. 전문대이상 진학률 54%라는 높은 교육열은 이들의 사업구상에 힘을 얹어 줬다.지난해말 현재 전국적으로 5만3천여개의 학원이 운영되고 있으며시장 규모는 7~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학원에 등록중인 학생수는 모두 8백70만명. 한국학원총연합회측은 학생수가 매년 1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하지만 학원을 설립하면 떼돈은 못벌어도 망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은 근본에서 도전받고 있다. 학부모들로서는 자녀들의 학원비 감당하느라고 허리가 휠 정도지만 정작 학원운영자들은 만성적자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한다.재수생의 감소와 높은 인건비 그리고 수강료보다 더 높게 올라가는임대료 등이 학원경영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수요를 초월하는 학원의 과잉공급도 경영악화의 주원인이다.관악구에 있는 J미술속셈학원. 미술(유치부)과국·영·수·과학(중·고등학생)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현재 보증금은 6천8백만원이며 건평 52평에 학생수는 1백30여명이다. 강사는미술반 2명, 보습반 4명 등 모두 6명이다. 수강료는 미술반이 6만원에서 8만원, 중고등학생은 6만원에서 12만원까지 학년에 따라 차등적용한다. 이렇게 벌어들이는 수입이 월 1천만원. 지출은 강사급여와 차량운행비 임대료 명목으로 7백만원 정도 나간다고 한다. 원장은 보증금 이자와 자신의 급여를 감안하면 충분치 않은 액수라고말한다. 교육자재나 건물확충 등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라고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강사들을 모두 4년제 대학졸업자로 채용하라는교육청 방침으로 인건비 부담만 늘어나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입시제도의 변화에 따른 수강생 격감도 경영을 악화시키는 요인.대학입시가 존재하는한 영원할 것 같았던 종로학원이 최근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복수지원과 특차전형제로우수학생들중 재수생의 비율이 격감한 것. 올해 종로학원의 재수생은 1천9백여명으로 지난해보다 6백여명이나 줄어들었다.속셈 피아노 미술학원의 경우 50m에 하나씩 들어설 정도로 공급과잉현상을 빚고 있다. 이로 인해 수강료 덤핑은 말할 것도 없고 이윤선을 보장하는 최소한도의 수강생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업체난립과 영세성, 낮은 수강료로 고전하고 있는 국내 학원들을더욱 위협하는 것은 외국계 학원의 국내진출이다. 외국계 학원은주로 어학원과 컴퓨터 그리고 음악 무용 등에 집중적으로 진출하고있다. 이들 분야의 국내학원들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4세 이상의 유아반과 유치원생, 초중고교생을 겨냥한 외국계 어학원은 이미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연간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이들 어학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업체는 벌리츠코리아를 비롯, 키즈클럽 원더랜드 등 10여개에 달한다.국내업체인 시사영어사의 ECC나 E2, 서강대학교의 SLP, 삼육대학의SDA, 종로학원의 리케이온 어학원 등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예체능계 학원도 대형화 여건 마련해야컴퓨터학원도 외국계 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세계 60여개국에 지사를 둔 퓨처키즈는 93년에 이미 국내에 상륙했다.포스아르 컴퓨터포트 컴키드 등이 이와 유사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과 노하우로 중산층 이상의자녀를 겨냥하고 있다.캐나다 로열 컨서버터리(RCM)는 컴퓨터 부품업체인 SIM과 제휴, 서울 강남에 로열음악원을 설립했다. 외국계 예술학원의 국내진출을예고하는 이 학원은 선진국의 오랜 예술교육 노하우와 체계적인 지도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이처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국내학원들도 자구책 마련에나서고 있다. 우선 대형화 프랜차이즈화가 시도되고 있다. 또한 외국학원과의 합작이나 국내업체간 제휴로 대응하려고 한다.종로학원 배명인 상담차장은 『재수생 감소를 불가피한 추세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재학생 유치와 PC통신에 진학정보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로학원은 상계동과 강남 그리고 분당에 재학생 강의를 전담하는 분원을 설립했다. 또한 올해말까지 목동에 대규모 분원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울 강남에 위치한 교연학원, 영등포 소재의 대학학원 등도 이같은 대형화 프랜차이즈화에 나섰다. 이들 학원은 또한 재수생 위주의 강의에서 중학생 일반인까지 수강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대학학원의 경우 일반인을 겨냥한 영어회화반을 개설, 운영중이다.이같은 입시학원의 대형화와 분원화로 소규모 보습학원의 입지가계속 축소되고 있다. 서울시 관악구청 인근에 대형 입시학원인 상지학원이 들어서자 10여군데의 보습학원이 문을 닫기도 했다. 이같은 변화에 대해 서대문구 북가좌동에서 광개토학원을 경영하는 신상엽씨는 『입시학원의 대형화 프랜차이즈화는 불가피한 추세며 소규모 보습학원은 논술지도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라고내다봤다.대형화 프랜차이즈화는 어학원 컴퓨터학원 예체능계학원에도 불고있다. 학부모들의 학원비 부담을 낮추고 내실있는 교육을 실행하는전제가 되기 때문이다.푸른솔미술학원의 한 원장은 『일본미술학원의 경우는 대부분1천5백여명 규모로서 학원비를 떨어뜨리고도 수지를 맞출 수 있는수준에 도달했다』며 『국내 미술학원도 대형화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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