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최대자산'화끈하게 밀어줘야

다가오는 21세기를 지식사회라고 한다. 지식사회란 부의 창출이 기계장치와 같은 유형의 자산보다 지식 기술 등 무형의 자산에 의해이루어지는 사회를 의미한다. 소프트웨어산업은 대표적인 지식산업이다. 21세기는 아직도 4년을 남기고 있지만 이미 지식사회로의 진입은 시작되었다. 다만 제도와 사람들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할 뿐이다.제도와 의식의 지체현상은 곧장 다음세기의 산업의 종사자들에게자금마련의 고통을 안겨준다.사업하는데 필요한건 어느 업종이든 자본이다. 자본이 있어야 아이디어와 기술을 상품으로 실현할수 있다. 그러나 지식산업종사자들이 겪는 커다란 어려움은 자본을 금융시장을 통해 조달할 방법을공업사회적 제도가 뒷받침하지 못하는데 있다.한글과컴퓨터사의 주식장외시장 등록추진. 그것은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도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첫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백90억원. 외형상으론 주식장외시장등록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규모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해장외시장 등록을 추진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자산평가항목.장외시장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1주당 자산가치가 액면가를 넘어야 한다는 것. 회계장부에 자산으로 공장부지나 생산설비가 기재되어 있는 제조업체라면어려움없이 넘어갔을 부분이다. 그러나 개발인력의 두뇌가 생산설비인 소프트웨어업체로선 넘기 힘든 산이다.매출이익을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하는데 그 대부분이 개발인력의 인건비와 기술도입비용이다. 회계처리 기준상 연구개발비는 이연자산으로 분류하여 일정기간을 두고 비용으로 처리하게 되어있다. 이연자산은 비록 「자산」이지만 기업평가기준으로는 비용으로 처리된다.번들, 일시자금 회전되나 결국 침체 불러한글과컴퓨터가 장외시장에 등록할수 있게 된 것은 그동안 쌓아온기술력을 자산으로 인정받은 점보다는 지분 20%를 산업은행, 창업투자업체인 한국기술투자, 제일창업투자등에 매각한 것이 더 크게작용했다. 공업사회적인 자산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들이 대주주가 되었기 때문이다.한글과컴퓨터의 장외시장등록추진이 모든 소프트웨어업체들에도 해당하는 보편적인 절차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이 부분에 있다.『이연자산을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기준이 지속되는 한 소프트웨어업체는 재투자를 하면 할수록 재무구조가 부실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글과컴퓨터 기획담당 김택완이사의 말이다.올해초 미국 뉴욕증권장외시장(NASDAQ)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엄청난 투자자금을 마련했던 미국의 벤처기업들의 행운은 한국의장외시장에서는 바다건너 먼나라의 뉴스일 뿐이다.업종별 회계기준을 별도로 적용하는 건설업이나 리스업처럼 소프트웨어산업도 지식산업의 특성에 맞는 별도의 회계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기술력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회계관행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도 걸림돌이 된다. 설정할 담보로 인정받을 만한게 없기 때문이다.은행의 신용대출시 평가기준에서 비재무 항목비중을 늘리고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각종 재원을 마련한다해도 무형자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지적재산권의 평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자산평가를 어렵게하는 요인이다. 기계의 경우는 기계장치와 기술의 창의성 두가지부분에서 모두 특허를 받을 수 있는데 비해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의소스코드 등에 담긴 기술적사상(아이디어나 창의성)이 인정되면 특허를 받을 수 있다.특허권은 저작권(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저작권의 연장선에 놓여있다)보다 강력하게 컴퓨터프로그램의 법적권리를 보호하기 때문에특허를 보유하는 것이 자산으로 더욱 더 가치가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창의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심사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소프트웨어업체가 자금난을 겪는 또 하나의 커다란 이유는 정품사용자가 20%에도 못미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불법복제이다.불법복제는 소프트웨어업체 자금난의 1차적인 원인이다.CD리코더로 CD 한장에 650M바이트 용량의 프로그램을 복제할수 있게 되면서 불법복제는 더욱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수백만원상당의 프로그램들을 3만~5만원정도로 CD에 복사할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1백배나 되는 비용을 들여 상품을 구입할리 없다. 상품이팔리지 않으니 투자자금의 회수가 안돼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돈에 쪼들리면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컴퓨터를 팔 때 끼워파는 번들제품으로라도 매출액을 올리려 한다. 대기업이 시장확보를 위해 판매한 번들제품은 당장은 자금을 회전시키는데 도움이되지만 번들제품이 늘어나면 시장에서 구입하는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줄게 된다.◆ 외형만 클뿐 구조는 낙후결과적으로 유통업체들의 영업은 어려워지고 수익성이 떨어지면 사업의 규모는 줄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란 하드웨어에 부속된 것으로 인식하게 돼 프로그램을 구입하지 않고 무료로 구하려고만 하게 된다. 결국 소프트웨어소매시장은 침체되고 다시 개발업체의 자금조달은 더욱 더 어렵게 된다.국내소프트웨어산업이 취약한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분업체계가잡혀있지 않다는데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회원으로 등록한 회사는 2백30개사. 지난해 총 매출액은 4조8백37억3천8백만원. 이중 순수하게 소프트웨어부문에서 올린 매출액은 1조8천7백65억7천8백만원이다. 전년보다59.6%늘어나 소프트웨어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그러나 외형만 크게 늘어났을뿐 산업구조는 낙후돼 있다. 2백30개회사중 개발제품을 상품으로 기획하는 소프트웨어마케팅 전문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다만 판매조직을 지닌 유통업자가 10여개 있을뿐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소프트웨어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기 보다는 하드웨어판매를 주로하는 양판점으로 운영하고 있다.『우리 소프트웨어 산업도 최소한의 수직적 분업체계를 확립해 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하는 한국기업전산원 김길웅 사장은 『연구개발을 통해 저작만 하는 기업, 개발한 제품의 품질을 검증하고사용설명서를 만든 후 디자인하여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포장하는기업, 여러 생산자가 만든 다양한 제품들을 체계있게 모아 널리 공급하는 도매업자, 최종 소비자들에게 직접 공급하는 소매상, 컴퓨터의 원리나 제품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교육기관, 사용고객들의 문제를 해소해주는 사후관리기관 등』으로 구분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능력과 이를 사업가의 안목으로 상품화하는능력은 다르다. 사업가는 취급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시장을 보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우수한 컴퓨터프로그램이 좋은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마케팅전문가의 손이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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