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ㆍ출판결합, CD타이틀 확대

컴퓨터의 보급은 서로 다른 정보전달매체들을 융합시키는 멀티미디어산업을 발달시켰다. 건잠머리컴퓨터의 주승환(31)사장은 그같은조류속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사나이다. CD타이틀로 자리를 굳힌 그는 CD와 출판의 결합, CD와 영상의 결합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제 창업한지 2년에 불과하지만 건잠머리가 제작한 「게임나라」는 CD드라이브를 갖고 있는 사람이면 절반가까이가 한 장씩은 가졌을 만큼 널리 보급됐다.83년 청량고 2학년에 재학중이던 주사장은 숭전대(현 숭실대)에서열린 우수고교생컴퓨터여름캠프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베이직프로그래밍에 눈을 떴다. 그에게도 어려서부터 라디오를 조립하는 등엔지니어로서의 기질이 보였다. 시간이 나면 용산과 세운상가일대를 돌아다니던 소년에게 컴퓨터는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대상이었다. 대학입학시험을 마치기가 무섭게 밤을 세워 컴퓨터 공부에 몰입해갔던 그는 입학 첫해(85년) 삼보컴퓨터의 고속성장을 바라보면서 장래 이 분야에서 기업을 일으켜 보겠다는 야심을 키워간다.서울대의 컴퓨터연구회에 가입해 한층 컴퓨터공부에 몰두하던 주사장은 어느날 용산을 거닐다가 「이상한 인물」과 조우하게 된다.전문적인 교육기관을 다니지는 않은 것같은데 IBM PC를 마음대로조립하고 다니는 친구였다. 얘기를 나눠본즉 그 이상한 인물은 이미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대학의 화학과나 전기과에서 회로설계를의뢰받아 건뜬히 해결해준 무서운 실력의 소유자였다. 현재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어느 컴퓨터회사의 중역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자신의 실력이 아직 멀었다는 자극을 받은 주사장은 그날이후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할」정도로 공부에 매진하게 됐다.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유학준비중 임시로 취업한 한국유니시스에서 주저앉아 4년간 도약의 길을 관망한다. 창업을 결심하는 계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친구들이 허송세월을 하고 대학졸업후 회사에 잘 다니던 한 선배가 사장의 눈밖에 나 어느날 갑자기 해고당하는 것을 본 것이다.93년 10월 직장에 사표를 던진 주사장은 퇴직금과 융자금을 합쳐어렵사리 5천만원을 마련했다. 마포의 오피스텔을 빌려 사무실을열고 급한대로 컴퓨터장비들을 구입했다. 회사이름도 건잠머리컴퓨터연구소로 정해 언제나 소비자들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건잠머리란 일을 할 때 방법을 가르쳐주고 필요한 기구를 준비해 준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대학동아리출신들을 불러모아 5명이 창업멤버가 됐다.주사장은 곧잘 양손을 펼쳐 손바닥을 맞춰본다. 『한손은 SW분야의선진국입니다. 다른 한손은 한국시장이고요. 서로 손가락을 집어가며 외국에는 있는데 한국에는 없는 것을 따져봅니다. 창업아이템인CD타이틀도 이렇게 찾아낸 것입니다.』 그는 쉐어웨어로 나와있는게임들을 CD에 담은 게임나라에 이어 다모음, 게임나라Ⅱ, 윈도한묶음, 모든한글등 후속작품들을 발표, 잇따라 히트시킨다.사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간단한 작업이다. 쉐어웨어라는 것이 모두가 공유하자고 공개된 무료의 SW이기 때문에 그것을 모아서 돈을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주사장의 성공이 나와있는 것을 끌어모아 적당히 엮어서 이뤄진 것만은 아니다. 그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신속한 사업기획을 경영수완으로 생각하고 있다.주사장이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한 것중의 하나가 바로 CD와 출판의결합이다. 책의 내용을 CD에 담아 책과 CD를 함께 판매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컴퓨터관련서적들이 모두 이런 형태로 나오고 있다.얼핏 단순한 결합같이 보이지만 유통과정에서 중요한 차이를 가져온다. 즉 CD를 판매하는 CD매장은 얼마되지 않지만 책방은 이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결국 CD와 출판의 결합은 CD타이틀의 유통시장을 몇배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주사장은 다시 CD와 음반의 결합에 나서고 있다. CD 한장에 음악과영상을 담아 노래를 들으면서 라이브공연장면도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서울음반과 제작하는 태교음악, 킹레코드와 만드는영화음악 팝음악CD타이틀이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다.『CD와 관련된 기술들은 이미 일정하게 세팅(Setting)된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우위를 지킨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결국 경쟁에서이기려면 기획이 돋보여야 합니다.』사업부문을 꾸준히 확장한 주사장은 인터넷사업부를 통해 한국일보4개지의 인터넷 홈페이지(korealink)를 구축하는 등 회사를 외형적으로도 크게 성장시키고 있다. 5천만원을 투자한 기업이 작년에는1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0억원은 거뜬히 넘을 것같다. 투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최근 신보창업투자의 10%지분참여를 받아들여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한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한국에는 원천기술이 없습니다. 기술인력의 질도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만 자본축적의 단계라고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상SW산업의 본고장인 헐리우드로 진출해야지요.』 세계시장을 향한 멋진 한판승부를 위해 주사장은 영어공부에 매달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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