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ㆍ노동ㆍ경쟁ㆍ부패 이후의 '불'

기술라운드(TR; Technology Round)는 아직 그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기술규범의 설정을 목적으로 현재 선진국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국제적 다자간협의를 총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WTO출범으로 귀결된UR협상중 보조금 규정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기술문제가 산발적으로 취급된 것이 구체화의 일단이라고 보아 무방할 것이다.국가간·기업간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경쟁의 심화가 마찰로 발전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21C를눈앞에 두고 있는 세계경제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이같은 경제마찰은 산업발전, 국제분업진전, 국제경쟁조건의 변화 등에 따라 무역및 통상마찰, 투자 및 기술마찰 등으로 전개되어 왔는데 최근에는기술마찰이 경제마찰의 주류가 되어 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국제경쟁력의 요체가 생산요소에 의한 상대적 비교우위에서기술력의 우위로 옮아가고 있는데 기인한다.다시 말해 기술혁신과 국제경쟁이 상호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기술의 확산속도가 빨라지고 기술 및 제품의 수명주기가 단축될 뿐만아니라 정밀전자혁명으로 대변되는 첨단기술개발과 그 응용을 둘러싸고 국제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신흥공업국의 추격 기술우위로 견제또 기술마찰은 기업간 마찰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국가간 마찰로발전하고 있다. 기술개발 및 이전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체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과학기술정책 차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즉 개별국가의 과학기술정책이 타국의 손실위에 해당국가의 경쟁력만 높임으로써 궁극적으로 국제무역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마찰도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자유화의전개로 인해 생산요소 및 기술자원의 국제적 이동이 원활해짐에 따라 각국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국제적 다자간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신국제기술규범의 형성」으로 불리는예비적 기술라운드에 앞장서고 있는 선진국들은 이상과 같은 기술마찰에 대한 인식 뿐만아니라 신흥공업국의 추격을 기술우위로 견제한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WTO의 R&D 보조금에 대한 △산업연구 75% △경쟁적 개발 50% 제한규정과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화, 기술장벽 관련규정 등은 신국제기술규범의 시초에 불과하다. OECD를 중심으로 △기초연구부문에 대한 정부지원 △기술확산정책 △인력개발 △민간의 R&D에 대한 정부지원과 대외개방 △전략산업에 대한 정부지원 △국제과학기술협력△개도국의 과학기술정책 등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이중에서 혹은 그 외의 분야중에서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른 것이 다음 단계의 기술라운드 대상으로 부상할 것으로보인다.◆ 한국 기술인프라구축위한 간접적 지원 강화기술의 중요성으로 볼 때 기술라운드가 어떤 형태로든 등장할 것이라는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를 협상으로까지 끌고 가는것은 현재 협상주도 조직이 출현하지 않고 있으며 WTO 자체에서도아직은 기술라운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단계에서는 그 가부를 전망하기 어렵다고 하겠다. 환경 노동 경쟁 부패 등다른 현안에 비해서 보다 늦게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하는게 무리가없을 것이다.한국은 이미 WTO의 R&D 보조금 규정 준수를 위해 산업기술지원제도를 정비했다. 직접적인 기술개발 지원의 비중은 줄이되 기술인프라구축을 통한 간접적 지원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해외연구소 설립, 해외과학자 활용, 전략적 기술제휴 등을 통해 기술혁신의 국제화를 기함으로써 장차 등장할 기술라운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지원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기술자립의 기반구축에 주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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