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의 불' 주요 통상이슈로 부상

경쟁라운드란 국가간에 차이가 있는 경쟁조건을 평준화시켜 외국기업에도 국내 기업과 동일한 경쟁여건을 제공하는 문제를 다루는 국제적 논의를 말한다. 최근들어 미국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배타적인 유통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대선진국 수출도 미국, EU 등의 덤핑제소 남발로 상당한 피해를 입고있다. 금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릴 WTO 각료회의에서 경쟁정책이주요 의제로 상정될 가능성도 크다. 이제 경쟁라운드는 먼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라 점차 우리의 발등에 떨어지는 뜨거운 불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 상황이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국내에서는 아직 정부, 기업,개인 모두 여기에 대한 대비가 소홀한 편이다. 경쟁라운드가 새로운 통상이슈로 거론되기 시작한 배경은 다음과 같다.우선 WTO체제의 출범으로 국가간 교역에 있어 국경장벽은 크게 낮아졌지만, 불공정한 시장구조, 경쟁제한적인 상관행, 반덤핑제도등은 여전히 외국기업들이 시장내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또 기업들의 해외투자진출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진출국가의 경쟁여건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경쟁제한적 행위를 규제할 국제적 규범이 마련되어 있지 못하여문제가 발생할 경우 통상마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경쟁정책이 차기 라운드의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경쟁라운드는 선진국들,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중심으로먼저 논의되기 시작했다. OECD는 경쟁위원회를 중심으로 각국의 반경쟁적인 관행과 법규들에 대한 사례를 수집하는 한편 다자간 규범화를 위한 회원국 내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OECD는 무역경쟁합동위원회를 설치하여 무역정책과 경쟁정책이 상호 관련된 분야를다루게 할 예정이다. 그 경우 무역과 경쟁정책에 관한 다자간 규범 제정은 그 시기가 한층 앞당겨지게 될 것이다.그 밖에도 유엔산하의 UNCTAD(무역·개발 회의)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등에서도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각국간 경제발전의 차이 등으로 인해 다자간 규범 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회의)도 작년부터 지역내경쟁정책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 추진방향, 내용 등에 관한 의견교환을 시작했다.국가별로는 미국, EU 등은 경쟁정책에 관한 다자간규범 제정에 적극적인 반면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부정적인 입장을견지하고 있다.◆ OECD, 이슈화에 앞장서경쟁라운드에서 향후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큰 문제로는 수직협정, 수평협정, 배타적인 유통구조, 경쟁법의 적용 강화, 국제적 기업 결합, 덤핑 및 반덤핑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수직협정이란 제조회사와 판매회사처럼 거래단계상 서로 다른 단계에 있는 기업들간의 합의에 의하여 거래당사자의 행위를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간 담합에 의해 판매지역을 분할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배타적 거래 등이 현재 국제적으로 논의의 초점이되고 있다.수평협정이란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처럼 거래 단계상 같은단계에 있는 기업들간의 합의에 의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이다. 여러 형태의 수평협정중에서 수출카르텔이 제일 먼저 경쟁라운드의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외국 기업들의 진입을 방해하는 유통산업에 대한 각종 허가제도 및 자격 요건 등도 논의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경쟁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예외 부분을 축소하고, 산업부문별로경쟁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문제도 주요 사안중의 하나이다. 또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국의 독점금지법을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문제도 핫이슈중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 세계화의 확산으로 기업들의 대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다국적 기업간 합병 및 인수에 관한 다자간 규범 제정도 시급한 형편이다. 반덤핑제도는 원래 수출국 기업의 덤핑행위를 방지하여 공정경쟁을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이다.그러나 최근들어 반덤핑제도가 특히 선진국들이 개도국산 저가 수입제품으로부터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늘고 있어 주요 논의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론 불리, 장기적으론 유리경쟁라운드의 본격적인 진행은 단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 경쟁제한적 시장구조하에서 독과점 이익을 누려왔던 많은 국내기업들이 경쟁심화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반면, 외국 기업과 상품의 국내시장 접근은 한층수월해질 것이다. 국제적인 경쟁정책 논의가 자칫 선진국들이 개도국 시장을 개방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도 있다. 특히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자국의 경쟁법을 역외에 적용시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이러한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공정거래제도가 개선되어 경쟁이 촉진됨으로써경제 전반적인 효율제고와 소비자 후생의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세계적으로도 경쟁이 촉진되어 해외시장에 대한 접근이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국제 원자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국제적인 수출카르텔이 위법화될 경우 자원수입국인 우리에게 유리하게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정책에 관한 불확실성과 국제적 통상마찰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현재 진행중인 경쟁정책 논의는 주로 선진국들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정책당국은 우선 국제적인 논의 과정에서 초대형 다국적 기업들에의한 각종 경쟁제한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외국기업들의 독점력남용 △초대형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간의 수직통합에 따른 국내경쟁제한 △국산기술을 개발한 국내기업을 도태시키기 위한 외국기업들의 약탈가격 전략 △선진국의 덤핑제소 남발 등이 주요 대상으로 될 것이다. 사전에 국내 공정거래법과 제도를 손질하여 경쟁라운드에 대비할 필요성도 높다. 공정거래법의 적용제외 분야 축소,기업결합에 대한 규제 개선, 수평·수직 협정을 통한 경쟁제한 행위에 대한 규제강화 등이 필요하다. 또 경쟁라운드가 본격화될 때를 대비하여 주요 현안에 대한 외국의 제도와 정책을 연구·분석하는 데 많은 투자도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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