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교육복지국가=신기루

초·중학교 취학률 100%, 전문대이상 54.6%. 겉으로 본 우리나라교육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교육환경과 여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초등학교 28명, 중등학교 25명이나 된다. 선진국의 2배 이상이다. 4년제대학의 교수 1인당 학생수도 34.2명(94년)으로 영국(8.4명, 90년)일본(9.9명, 90년)의 4배에 달한다.이뿐만이 아니다. 초중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미국이 6천35달러(90년), 일본이 3천7백15달러(92년)다. 반면 한국은1천7백90달러(95년)에 불과하다. 고등교육비 격차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2천9백달러이나 일본은 1만1천7백달러, 영국은6천4백17달러나 된다.이같이 열악한 환경은 낮은 교육만족도로 이어진다. 초등학교 교육에 대해 만족한다는 사람은 35.0%에 불과하다. 불만족(16.1%)과 보통(48.8%)을 합하면 공교육이 실패하고 있음을 금새 알 수 있다.공교육에 대한 불만족도는 실업계 고등학교의 경우 43.2%로 위기수준이다. 중학교(20.7%)와 4년제대학(28.6%)도 높은 불만족을 나타내고 있다(김영화외, 한국인의 교육의식조사연구). 한마디로 외화내빈이다.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안으로는 부실덩어리를 안고있는 한국경제와 닮은 꼴이다.공교육이 실패하게 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교육이념의「잘못된 선택」이다.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 구축(HRD)원리에는 경쟁원리와 개발원리가 있다. 경쟁원리는 엘리트 중심으로 우수자를분류·선발해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다. 성적 열등자는 들러리로 전락하고 만다. 반면 개발원리는 자아실현을 중심으로 소질·적성·능력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누구든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장 잘하게 하는 교육이념이다. 한국은 이중 경쟁원리에 치중하고 있다. 경쟁원리에는 정부가 최소로 투자하고 대부분은 학부모가 부담하는 반면 개발원리는 대규모 정부투자가 요구된다. 한국의공교육비가 미국의 4분의 1, 일본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은 이같은사실을 잘 드러낸다(문용린, 교육부문 정책방향).◆ 21C 창의력있는 두뇌노동자 양성 불가피경쟁위주 교육이념은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고질화시키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25%의 상위자와 75%의 하위자로 구분해 상위자만이 교사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한다. 또 입시위주 교육이 이루어짐으로써 국영수 등 입시비중이 높은 「도구과목」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 학생의 소질 적성 능력 및 진로같은 개념이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없다. 인문계 중심의 교육도 심각하다. 인문계와 실업계 비율은 65대 35로 균형을 잃고 있다. 이는 대학입시열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이어진다. 대학이상 진학희망률은82.8%로 미국(63.1%) 일본(42.5%) 영국(36.0%)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3D업종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반면 고졸 재수자가30만명이나 누적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한국 교육은 이런 문제점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양적성장을 위한 노동력을 공급하는데는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큰 멍에로 작용할게 뻔하다. 지식시대인 21C에는 단순 노동력보다는 창의력이 있는두뇌노동자 양성이 불가피하다. 한 사람의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거대 자동차 회사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에 맞는 인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정부는 이같은 요청에 맞춰 지난해 5월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했다. 95년에 14조원(납입금 제외)으로 GNP의 4.11%에 불과한 교육재정을 98년에 GNP의 5%인 24조원으로 늘리겠다는게 주요 골자였다.지난 92년 대선때 김영삼 후보의 공약에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96~98년간 교육재정은 당초 계획(52조9천억원)보다 9조4천억원이나많은 62조3천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이와함께 지난 5월에는 21C경제 장기구상의 하나로 「차세대 성장잠재력인 인적자원의 확보방안」이 제시됐다. 골자는 교육복지국가(Edutopia)를 실현한다는 것. 열린 평생학습 사회의 구축을 통해모든 국민의 교육적 자아실현이 가능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21C형인간(도덕적 진취적 창조적 생산적 인간)을 양성해 국가 교육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극대화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한마디로 △세계화 정보화에 대응하는 교육 △교육과 노동시장의 연계 강화△대학교육의 경쟁력 강화 △교육행·재정 체제 개편 등을 통해 교육복지국가를 실현하고 G7 도약에 필요한 인적자원을 확보한다는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00년까지 우리나라 대학중 2개정도가 세계5백위 이내, 1개는 1백위 이내에 들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교육개혁방안들은 각론부문에서 상당한 문제점들을안고 있다. 개혁방안이 시설확충 등을 통한 환경개선보다는 교사의처우개선에 중점이 두어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올해 교육예산 15조7천20억원중 68.7%인 10조7천8백억원(사학재정지원 1조3천7백억원 포함)이 인건비, 시설비는 1조7천억원(11%)에 불과하다. 교육환경개선비는 고작 4.5%인 7천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인건비위주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사정이 이런데도 인건비 위주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미흡하다. 오히려 이같은 구조를 부채질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95년부터 지급된 담임수당의 경우 1인당 월3만원으로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체로는 연간 8백억원이 날아간다.5·31교육개혁중 「중요」 사항중 하나인 수석교사제가 도입될 경우에도 수백억원이 들어간다. 주당 수업시간을 초등학교는 20시간,중등학교는 18시간으로 정해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초과수업수당을지급해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교육개혁을 위해 지난 1일부터휘발유값(10.7%)과 담배값(최고 30%)이 크게 오르는 부작용을 감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혈세가 인건비로 다 나가고 있는셈이다.그렇다고 교사의 월급여가 적은 것만은 아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교사의 초임은 월1백40만9천원(보너스등을 포함한 연봉기준, 재경원)이다. 반면 대졸 일반직 공무원의 초임은 1백15만원으로 교사가 23%나 많다. 모 대기업의 대졸초임도 1백37만원선이다(식대 9만원 제외). 일반 기업체보다도 많다. 처우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오를만큼 교사급여가 적지는 않다는 얘기다. 교육개혁이 교사들 월급을 올리는데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나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교육재정을 GNP의 5%로 한다는 원칙이 정해진 만큼(그 자체도 문제가 있기는 하나) 그 돈을어떻게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통치이념으로 정해진만큼 낭비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재경원 A과장)는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한국교육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높은 교육열 △우수한민족적 역량과 자질 △공교육 투자를 위한 투자능력 향상 △정부의강력한 교육개혁 의지 등…. 그동안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뜯어고쳐 이같은 잠재력을 살리면서 참된 교육개혁을 완성하는게 남겨진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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