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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3일 오후 3시 30분 서울 광진구 구의3동 올림픽대교 북단 하류 50m 지점에서 한 시체가 떠내려오는 것이 발견됐다. 시체의 신원은 38세의 최성진씨로 밝혀졌다. 최씨는 1백5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 가구제작기술자로 2년전 백혈병으로 앓던 부인이 숨진후 두 자녀를 키워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세금 1천만원에방2칸짜리 셋방에 살면서도 야구부에 다니던 중학교 1학년생인 아들의 야구회비 용구값 합숙훈련비 등과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의 피아노레슨비 등을 합해 교육비로 1백만원을 써 어려운 생활을 한탄해왔다고 가족들은 밝혔다. 아이들의 뒷바라지가 힘겨웠던 것이 그가 자살한 직접적인 동기였던 셈이다.당시 신문들은 이 사건을 사회면 한구석에 조그만 제목으로 취급했다. 이 사건은 몇몇 칼럼에서 다뤄졌을 뿐 일반인들 대부분은 별로주목하지 않고 지나쳐 버렸다. 그나마 칼럼들도 한 가장의 어리석음과 우리사회에 만연한 사교육의 병폐에 초점을 맞추었다.그러나 시각을 달리하면 이 사건은 우리사회가 교육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부모라면 빈부차이를 가리지 않고 자식교육에 대한 열정만은똑같이 뜨거운 우리사회만의 현상인 것이다. 천연자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우리가 이만큼 잘살게 된 것도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의 우수성이 크게 기여했음을 우리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면에서 이 사건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어났다면 대서특필할만한1면톱기사였을지도 모른다.◆ 94년 사교육비 총액 17조4천6백40억원교육에 대한 우리사회의 관심은 교육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교육비 가운데서도 개인의 교육열의 척도랄 수 있는 사교육비 규모는 실로 막대하다. 그만큼 현재 교육산업의 규모는 엄청나며 그 잠재성장가능성 또한 무한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공교육비는 사회복지 개념이 강한 반면 사교육비는 개인의 교육관심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면에서 사교육비는 교육산업과 직접 연결돼 있다.공교육비와 사교육비를 합친 우리나라 일년간 전체교육비는 30조원을 넘어섰다. 그중 사교육비는 공교육비를 크게 웃돌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자료에 따르면 지난 94년 한해동안 사교육비의 총액은17조 4천6백40억원으로 공교육비 12조 8천8백50억원보다 4조6천억원 정도가 많았다. 사교육비는 교재 및 부교재구입비 학용품비 수업준비물비 의류비 교통비 등을 비롯해 입시학원비 개인과외비 특기 재능학원비 등 일체의 과외관련비용들이다.이러한 사교육비 규모는 GNP(국민총생산)대비 6.03% 수준으로 지난77년의 2.19%, 82년의 3.98%, 90년의 5.5%에 이어 매년 그 비중이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공교육보다 사교육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는 얘기다.이중 교재대 학용품비 단체활동비 교통비 등 간접사교육비를 제외한 각종학원비와 개인과외비 등 순수사교육비만도 5조8천억원에 달했다. 이를 학생 1인당으로 살펴보면 유치원은 연간 1백24만1천원,초등학교 1백35만원, 중학교 1백35만2천원, 일반고등학교 1백75만원, 실업고등학교 1백만4천원, 대학교 2백38만1천원이었다.이는 82년보다 유치원은 12.5배, 초등학교 10.5배, 중학교 9.4배,일반고등학교 7.7배, 대학은 3.5배 가량 늘어난 액수다. 저학년일수록 사교육비의 증가율이 높았으며 사교육시장도 저학년을 중심으로 한층 활발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사교육비는 팽창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어린이 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사교육비는 급증하고 있는 것이 이를뒷받침한다. 지난해 6~11세의 초등학교 취학대상 어린이는 3백99만명으로 91~94년사이 산아제한정책의 효과로 해마다 20만명씩 감소해왔다.어린이들에 대한 사교육비의 급증은 이들을 위한 교육산업이 활발하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어린이들의 전인교육과 조기진학허용을골자로 하는 5.31교육개혁조치 이후 조기교육열이 가속되면서 관련산업이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한글과 산수를 깨우치기 위한 학습지와 교재에서부터 속셈 영어 컴퓨터 음악 미술 무용학원은 물론 과학 영재 체육교실 등 특수분야에 이르기까지 사교육분야가 점차 다양화·전문화되고 있다. 또한이를 위한 학습교재와 학습지도 여러가지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아동들을 위한 학습교재매체가 기존의 종이 형태를 넘어서 비디오CD 컴퓨터소프트웨어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속셈학원은 작년 5월부터 보습학원으로 양성화하면서 설립을 대거인가, 그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국제화와 컴퓨터의 붐이 일면서 독특한 프로그램을 갖춘 월 10만원~20만원대의 어린이영어학원과 컴퓨터학원들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는 유아교육에 대한 인식이높아지면서 영유아기의 교육이 인성과 지능발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부모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최근 5세 취학이 가능한 것으로 발표되면서 여러가지 조기교육프로그램도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2세부터 4세까지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책임교사가 한글을 가르치고 자연과 사회현상 및 인간관계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월 20만원에 달하는 이 프로그램들이 중산층 사이에 급속히 번지고 있다.중고생들의 사교육비는 대부분 입시를 겨냥한 학원과 과외에 집중돼 있다. 음악 미술 체육 교육도 모두 대학의 입학에 초점을 두고있어 대학입시요강에 따라 교육산업의 형태도 변하고 있다. 대학입시가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그 교육시장도 급팽창되고 있다.현재 중고생의 입시과외비는 연간 4조3천6백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감사원이 94년에 샘플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중학생의 경우 1인당 월평균 입시과외비는 24만8천원으로 이들 중 2%는 1백만원이 넘는 고액과외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5.31교육개혁조치 이후 관련산업 ‘붐’도시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월평균 35만5천원을 과외비로 지출하며이들중 1백만원 이상 고액과외자도 전체의 6%를 차지, 중학생보다비율이 높았다.중고등학생들의 입시학원들의 교육내용과 형태도 변하고 있다. 오는 97년부터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국공립대학의 본고사가 폐지되고종합생활기록부와 수학능력시험 논술 면접 실기시험을 종합적으로반영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입시학원과 과외도 수능과 논술 외국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원들도 수능과 논술 외국어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논술교육은 논술첨삭지도 등을 표방한 회원모집 등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고있다. 이들 논술학원들은 교수 석박사 등 고학력의 교사들을 내걸고 높은 교육비를 받고 있다. 입시관련 교육시장이 다양화 거대화되고 있는 것이다.교육관련산업도 급확대되고 있다. 학원들의 인테리어와 기자재가고급화되면서 이부문의 시장도 크게 늘고 있다. 영재를 만들어준다는 기기에서부터 머리를 좋게해준다는 우유 등 각종식품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연결된 상품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교육비가 급증하자 교육부는 지난 5월 학교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중고교를 대상으로 방과후 국어 영어 수학은 물론 영어회화 컴퓨터글짓기교실을 열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학원비의 10~20%수준의 경비로 교육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교육책이다. 학부모들도 자체적으로 「열린 학교」등을 개설함으로써 교육비를 절약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려하고 있다.이러한 모든 움직임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배는 곯아도자식만은 교육시켜야 한다」는 한국부모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한국의 교육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 확실하며 그만큼 이 산업은앞으로도 유망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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