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태풍'이 몰려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잊는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금세 잊고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장점일 수 있다. 그러나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상대방, 그것도 절대적·상대적 힘이 우월한 상대가 수두룩한 국제통상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한 번 당했던 기억들을 새록새록 되새겨 다음 문제에 대응해야만두번 다시 상처를 입는 잘못을 범하지 않는다.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다르다. 통상압력의 태풍이 지나고 나면 언제 다시 오겠느냐는 듯이 조용하다 다시 「경보」가 울리면 그제서야 호들갑을 떤다. 그중에 감수해야 하는 피해는 엄청나다. UR협상이 대표적인 예다. 「사태」로 지칭하며 대통령직까지 걸겠다던 「호기」로 인해 15조원에 달하는 「농특세」라는 사생아를 떠안아야했다.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사업구상도 없이 돈부터 거두는 본말전도까지 가세했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형국이다. 심하게 말하면 「뭐 주고뺨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줄 것은 다 주면서도 사전 준비미비로 인해 이미지만 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해 농축산물 유통기한 문제로 미국에 혼쭐났던 것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아무일도 없을 것이라고 여유를 부리다 뒤통수를 강하게얻어맞았다.1년반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1월WTO가 출범한 이후 환경(GR) 노동(BR) 투자 경쟁정책(CR) 부패방지등과 같은 새로운 통상이슈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으나 국내는 조용하기만 하다. 아직까지는 선진국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맘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난 6월27일 프랑스 리용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는 환경 경쟁정책 부패방지 투자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오는 12월 싱가포르 WTO 각료회의에서도 뉴이슈들이 본격 논의될것이란 전망도 많다.◆ 노동 환경 경쟁 등 취약 홀로서기 위협올하반기중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OECD가입에서도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노동 환경 무역 등 3개위원회의 심사가 끝난 것으로 간주했으나 최근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OECD가입이한국의 「아킬레스 건」임을 간파한 회원국들이 정부의 희망대로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7월4일부터 열리는 양대자유화규약위원회(CMIT와 CIME) 심사도 불투명한 실정이다.뉴라운드가 국내 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UR보다 훨씬 클 것이란 분석이 강하다. 상품교역의 자유화가 골자인 UR의 경우 우리나라도 어느정도 경쟁력이 있는데다 자유화 효과도 얻을 수 있는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노동 환경 경쟁 등의 부문은 우리나라 경쟁력이 취약하기 그지 없다. 이제 겨우 홀로서기를 시도하려는 순간인데 이같은 부담이 지워질 경우 순식간에 허물어질 우려가 없는것도 아니다.정부는 물론 재계도 뉴라운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 UR와 한미통상협상에서 노출됐던 전철을 뒤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 통상 압력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자의 논리가 항상 통하기 때문이다. 힘이 부치는 우리로서는 준비를 철저히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미래는 준비를 철저히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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