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동북아 물류시장 주도권 잡아라

말레이 반도 남단 조호르바루에 인접한 6백20㎢의 도시국가 싱가포르. 부산시보다도 조금 작은 면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1천2백만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처리해 부산항보다 3배 이상의 실적을 자랑했다. 또한 탄종파가(Tanjong Pagar)케펠(Keppel) 브라니(Brani)등 3개의 컨테이너 부두와 파시르 판장(Pasir Panjang)주롱(Jurong) 등 일반부두에는 연간 10만척 이상의 선박들이 드나들고 있다.컨테이너 부두에는 29개의 선석(선박을 정박시키는 설비가 상설돼있는 정박장소)에 92기의 갠트리 크레인(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들어올리는 크레인)을 보유하고 있다. 컨테이너 터미널의 면적만 78만여평에 달한다.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의 7개 선석, 15기의 갠트리크레인, 40여만평의 부지에 비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 정보화로 입출항문서 15분에 OK싱가포르가 세계 무역의 중심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이같은 항만시설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69년부터 운영해 온 자유무역지대도 싱가포르의 명성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7개의 자유무역지대에서는 관세품들의 저장 및 재수출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 반입된 상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에는 일체의 통관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자유무역지대의 활성화에 따라 창고 금융 보험 해운 등의 산업도 덩달아 발전할 수 있게됐다.이밖에도 싱가포르가 초대형 거점항만(Mega Hub Port)으로 발전하는데 기여한 것은 바로 정보통신망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입출항에필요한 문서를 처리하는데 불과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CITOS와PORTNET란 물류정보시스템의 덕분이다. 수출입화물을 통관하는데4시간 이상 소비해야 하는 국내화주들이 부러워하는 대목중 하나다.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21세기 동북아 물류시장에서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시설확충 작업에 들어갔다. 교통부장관 직속기관인 PSA(Singapore Port Authority) 주도로 2020년까지4단계로 나눠 대규모 장기발전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00년1천9백만 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취급, 홍콩을 제치고 세계1위로부상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미 지난 93년에 5백40만 TEU를 증설하는 1단계 공사에 착공했다. 부산항의 2000년 예상 처리량6백70만 TEU와는 갈수록 격차가 벌어진다.이처럼 싱가포르는 정보 유통 그리고 운송 기능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 「종합물류기지」라 할 수 있다. 국내 항만이 나아가야 할바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한국정부도 21세기 동북아 중심항만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세워 놓고 있다. 부산과 광양을 거점항만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동북아 물류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무역 금융 정보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 몇년간 아시아지역 컨테이너 화물의증가율은 평균 13.9%로 세계 평균 8.9%보다 훨씬 높았다. 동북아컨테이너 해상물동량은 지난해 1천8백만 TEU, 2001년 3천2백만TEU, 2011년 6천1백만 TEU, 2020년에는 1억TEU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항과 광양항 등을 21세기 동북아 거점항만으로 개발하기로 한것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대만의 카오슝 등 경쟁항만에 비해서 좋은입지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광양은 동남아시아와 유럽,북미를 연결하는 간선항로상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등 동북아 각국과 연계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광양항은 배후부지가 넓어 종합유통센터가 들어설 수 있다는 장점을갖고 있다. 또 광양제철소, 여천공업단지 등과 연계되고 도로, 철도 등 배후지원 기반시설도 고려됐다.그러나 현재의 항만능력으로는 일본의 고베항, 중국의 상해항 천진항과 동북아 중심항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출입 물동량의 99% 이상을 해운 항만이처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간 항만하역능력은 물동량의 증가에못미쳤다. 오히려 퇴보했다.지난해 국내 총항만물동량은 6억6천만t 으로 2001년 9억7천만t,2011년 14억9천만t, 2020년 19억6천만t 등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보인다. 이중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4백90여만 TEU에서 2001년9백80만 TEU, 2011년 1천9백만 TEU, 2020년 3천만 TEU로 예상된다.그러나 항만물동량 처리에 필요한 시설 대비 하역능력을 나타내는시설확보율은 지난 81년의 83%에서 지난해에는 66%로 오히려 감소했다.◆ 광양항, 홍콩 등 경쟁항만보다 입지조건 좋아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체계적인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해상물동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항만시설을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총 47조원이란 천문학적액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97년부터 2001년까지는 11조원을투자할 예정이다. 부산항 4단계, 광양항 1~2단계, 아산신항, 군장신항 등이 집중적인 투자대상이다.특히 광양항 개발사업은 1단계로 97년까지 총 5천억원을 투입하여5만t급 컨테이너부두 4선석과 배후도로 인입철도를 건설할 예정이다. 2단계사업으로 2001년까지 총 5천2백억원을 투자해서 5만t급컨테이너부두 4선석과 피더부두 4선석을 건설할 방침이다.광양만 신규개발과 동시에 부산항은 내년까지의 4단계 확장공사와가덕도 항만의 신규개발을 추진할 계획. 정부는 2011년까지 부산의가덕도지역을 하역능력 6천9백만t의 신항만으로 개발할 방침이다.이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2001년에는 시설보유율이 지난해 66%에서 2001년 81%로 높아질 전망이다. 해운업무를 비교적 원할하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셈이다.그러나 부산항과 광양항 중심의 투포트시스템에 대해 한진물류연구원의 정용호 선임연구원은 『광양이 부산처럼 거점항만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도로 공항 정보망 등 사회간접시설의 뒷받침을 받아야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어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중국 환적화물을 겨냥해서라도 인천 군산 새만금일대 등을 거점항만으로 개발하는 다원화체제(Multi Port)를 고려해봤으면 한다』고 지적했다.김학소 해운산업연구원 항만연구실 부연구위원도 『컨테이너항만을개발할 때 싱가포르 홍콩 로테르담 등 외국항구의 비교우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21세기 동북아 거점항구가 되기 위해선 종합화물유통체제와 자유무역지역확보 그리고 무역정보시스템의 구축이 반드시 전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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