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풍경이 눈앞에"...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 써보니

-페이스북, 7년 전 오큘러스 인수 후 VR 게임 체인저로 부상
-마크 저커버그 "VR이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될것"

[스페셜리포트]

SKT 오큘러스 제휴 담당자와 함께 오큘러스 퀘스트2를 체험했다./이승재 기자


하얀 고글처럼 생긴 헤드셋을 머리에 썼더니 바닷속이 눈앞에 펼쳐졌다. 유튜브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의 360도 영상 중 ‘귀상어와의 만남’을 틀자 홍대가 곧 바하마 비미니 해저로 변했다.

서라운드 사운드가 내장돼 바닷속에 잠긴듯한 먹먹함은 실감나게 전해졌다. 코앞에 망치상어가 다가와 고개를 돌리자 반대쪽에서도 망치상어가 다가오고 있었다. 영상 속에 나오는 스킨스쿠버 다이버들과 함께 해저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듯한 실감나는 경험이었다.

페이스북이 출시한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퀘스트2를 머리에 쓰자 펼쳐진 세계다.
오큘러스퀘스트2 직접 체험해봤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전 세계 VR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가격장벽을 낮추고 성능을 대폭 개선하면서 올해 1000만 대가 팔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페이스북이 작정하고 가격을 낮추며 시장점유율 확보에 나서자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 간 VR 시장 주도권 경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2가 기존 VR기기와 다르다고 평가받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 홍대입구역 SK텔레콤 T팩토리를 방문해 기기를 직접 체험해봤다.

영상 감상을 끝내고 게임을 실행했다. ‘배틀로얄’식 게임인 ‘파퓰레이션 원’을 틀자 먼저 사용 환경을 설정해야 했다.

VR 기기 착용 후 사용자가 서 있는 바닥의 높이와 주변 공간의 장애물이나 경계를 측정한 후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범위 설정을 자동으로 도와준다. 사용자가 이동 범위를 벗어나면 붉은색 경계 벽이 보이며 경고해 준다. 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도 안전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다.

게임을 시작하니 작동법이 생각보다 직관적이었다. 탄창을 넣거나 장전할 때 손가락이 아니라 손과 팔을 움직여 실제 총을 장전하는 것처럼 행동해야 했다. 에너지 충전용 바나나를 먹을 때도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고 네 방향 모두 돌려가며 껍질을 벗겨야 했다. PC 게임에서는 시야를 바꾸고 싶을 때 마우스를 드래그하거나 키보드 방향키를 눌러야 하지만 VR 게임에서는 고개만 돌리면 시야가 바뀌었다.

게임 아바타가 건물을 오를 때는 현실의 사용자가 밧줄을 타듯 양손을 빠르게 번갈아 가며 움직여야 했다. 양팔을 옆으로 쭉 뻗으면 활강도 가능했다. 이처럼 현실에서 자신의 움직임이 곧 VR에서 반영되기 때문에 PC·모바일·콘솔 게임보다 몰입도가 높았다.
저커버그 "VR이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리얼리티랩으로 VR 연구 이어가 오큘러스 퀘스트2의 가장 큰 장점은 하드웨어의 완성도였다. 오큘러스 퀘스트2는 PC를 연결하지 않아도 작동하는 독립형 무선 기기다. 즉 VR 헤드셋과 컨트롤러만 있어도 게임을 하거나 여러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PC에 연결할 수도 있어 PC 기반의 VR 게임도 연동할 수 있다.

무게도 전작보다 10% 이상 줄여 착용감을 높였다. 성능도 월등히 높아졌다. 퀄컴의 XR2 칩셋을 탑재해 처리 능력을 높였고 디스플레이 역시 양안 각각 4K 가격은 더 저렴해졌다. 전작보다 64GB 제품이 전작보다 100달러 저렴해진 299달러(33만원)로 책정됐다.

마이클 앤터니 레즈니악 SK텔레콤 오큘러스 제휴 매니저는 “페이스북의 퀘스트2는 개화 단계인 VR 생태계 조성과 사용자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퀘스트2 열풍이 불고 있지만 VR 시장이 크지 않고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한국 사용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한국 시장 유통 제휴사로 SK텔레콤을 낙점한 이유 또한 VR 생태계 확장에 있다.

레즈니악 매니저는 “오큘러스를 통해 게임뿐만 아니라 네이버나 구글 등 검색 브라우저 사용,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콘텐츠 감상과 운동·업무·소셜 네트워킹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며 “메타버스 세상 속 모든 연결이 곧 통신의 미래”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2020 페이스북커넥트 연설을 통해 VR과 AR 사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페이스북


페이스북은 VR을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정의하며 투자와 개발을 이어 가고 있다. 2014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VR과 AR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 됐다. 당시 페이스북이 2조5000억원을 들여 정식 제품도 없는 오큘러스를 인수하자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퀘스트2로 초기 VR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자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오큘러스 인수 당시 “모바일이 오늘의 플랫폼이라면 미래의 플랫폼을 준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PC와 모바일 다음을 이을 미래 플랫폼으로 VR 기반의 메타버스를 낙점한 것이다. 모바일 시대에서 페이스북이 하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에 불과했다면 VR을 기반으로 펼쳐질 메타버스 시대에는 컴퓨팅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페이스북은 이를 위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콘텐츠 등 메타버스 생태계에 필요한 모든 연구를 지속해 왔다. 지난해에는 AR과 VR 연구 부서를 ‘페이스북 리얼리티랩’으로 통합하며 사업화를 위한 조직으로 격상시켰다.
VR커뮤니티부터 미래형 오피스까지 선봬
페이스북이 베타서비스로 선보인 VR 커뮤니티 플랫폼 호라이즌/페이스북

또한 지난해 VR 기반의 SNS ‘호라이즌’의 베타 서비스를 출시하며 VR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호라이즌은 VR 특성에 맞춰 자신만의 창작물이나 세계를 만들고 협업하고 경쟁하는 구조다. 멀리 떨어진 친구를 VR에서 만나 여행하거나 집을 짓거나 이성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자신 소유의 물건을 가질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VR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9월 페이스북 커넥트 행사에서 ‘인피니트 오피스’라는 이름의 미래 사무실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구상한 미래 사무실 '인피니트 오피스'/페이스북

인피니트 오피스는 퀘스트2만 착용하면 당장 자기 옆에 컴퓨터가 없어도 기존 사무실에서처럼 일할 수 있다. 아바타들끼리 같은 공간에서 만나 회의를 하고 컴퓨터 없이도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스마트 글라스와 헤드셋을 착용하면 모든 것이 집에서 가능한(xFH) 세상을 만드는 게 페이스북의 구상이다.

저커버그 CEO는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조만간 자신만의 스마트 글라스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