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금고, 은행 넘본다

최근 신용금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고대출세일을 한다고 야단이니 죽을 맛입니다. 예금이야 이자가 높다보니 어차피 큰 문제는 없는데 대출고객들의 경우는 아무래도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예대마진으로 먹고사는 입장에서 여신이 안되면 수신도 자제를 할 수밖에 없구요. 요즘 같으면정말 (예금과 대출간의) 마진 남기기가 너무 어렵습니다.』(금정신금 박동현 영업2본부장)반면 은행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실무자 입장이 돼 보십시오. 돈이 한두푼도 아닌데 어떻게 담보나 보증도 없는 대출을 해주겠습니까. 대출세일이니 뭐니해서 광고가 나가는 것은 신용도에 따라 일정한 자격을 준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만큼 대출을 해준다는 것은아닙니다. 경기도 안좋고 해서 소액의 일반가게대출위주로 대출포션을 조정하고 있습니다.』(평화은행 P대리)◆ 현장 금리의 차등적용 ‘독보적’서로의 얘기가 다르다. 그렇다면 신용금고의 얘기는 「엄살」인가.그렇지 않다. 자금수요가 컸던 시절,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돈쓰고싶어하는 업자들이 줄을 섰던 시절, 그때 신용금고는 안정적으로성장했다. 은행권보다 높은 금리에도 속이 알찬 장사가 가능했다.그러나 상황은 분명히 변했다. 굴지의 대기업이라면 예전처럼 은행돈에 쩔쩔매지 않는다. 유보자금이 많고 외국에 나가면 국내에서보다 더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 여유분만큼이 돈가뭄에 목말라하던 다음 등급기업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자연히높은 금리를 감수하던 신용금고의 고객들은 은행문을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생겼다고 볼 수있다.일반적인 은행의 대출금리는 1년전에 비해 2∼3% 떨어진 12∼13%를보이고 있다. 은행에서는 앞으로도 당분간 은행금리가 오를 것으로보지 않는다. 과거에는 담보가 좋아도 은행대출을 못받던 업체에좋은 담보라면 대출이 가능한 은행권의 여유가 생겼다.그렇다면 신용금고가 「위기」란 말인가. 물론 위기상황은 더더욱아니다. 신용금고는 은행과 다른 본질적인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신금으로 하여금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틈새를 제공한다. 다만 새로운 금융환경이 스스로의 변화를 신금에 요구할 뿐이다.달리 말하면 그동안 신용금고는 경제상황속에서, 은행의 불편으로인해 조성된 상대적인 메리트를 무기로 영업해 왔다. 자금난속에서은행들로부터 소외된 기업들을 끌어안으면서 영업해왔다. 리스크가컸던 만큼 높은 대출이자를 받았다.그러다보니 소외된 「중소기업의 돈줄」이라는 순기능과 함께 「사고위험도 있는 금융기관」이란 불명예를 동시에 떠맡아야만 했다.신용금고는 정확히 엄살도, 위기도 아닌 기로에 서있을 뿐이다.◆ 오전 대출요청, 오후 가부 통보 ‘신속대출’기로에서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할까. 그것은 다름아닌 장점을 살리는 방향이다. 첫째는 바로 기동력이다.신용금고에서 대출을 결정하는 절차는 보통 담당자에서 부장 임원급으로 직결된다. 『통상 오전에 대출요청이 들어오면 오후에는 가타부타를 통보해주게 됩니다. 다른 서류검토 등에 시간이 들어간다해도 늦어도 3일이내로 돈이 지급됩니다.』(대한신금 이제화영업2팀장과장)은행에서도 전결권범위를 정해놓고 있지만 웬만큼 규모가 큰 대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점장이나 본점에까지 보고가 올라가야 한다.수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신금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의 특성에맞게 동대문 남대문 터미널등과 지방의 특정상권을 떠맡는 전담조직을 둬 예금을 가져오는 신속함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은행조직의 보수성과 신금의 공격성이란 측면이 엮어지면 두 금융기관간의 기동력에서는 항상 신금이 유리한 입장에 서있을 수 있다.기동력은 나아가 두 번째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유연성에 의해 뒷받침된다. 한 신금의 위임전결규정을 보면 예금이나 적금을 담보로한 대출은 부장선에서 모든 결정이 내려지고 3천만원까지는 팀장선에서도 가능하다.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 10억원이하는 사장에게보고되지도 않는다. 특히 신금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사전에 신용대출의 비중을 결정하고 대출금리를 직권으로 차등적용케 하는 시스템이다.『평소 거래기업들의 한도조정을 합니다. 예를 들어 1천만원짜리담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 얼마까지 신용으로 추가대출을 할 것인지를 미리 결정해 놓는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현장을 찾은 담당자는 대출금리까지 1% 내외에서 차등적용할 수 있습니다.』(해동신금김재춘 감사실장)현장에서 이뤄지는 금리의 차등적용 등은 전국적 규모의 은행조직에서는 넘볼 수 없는 부분이다. 담보적용에 있어서도 신금은 은행에 비해 유연한 자세를 취한다. 시세 1억원짜리의 아파트를 담보로할 때 대부분의 금융기관에서 평균 5천만원정도를 대출가액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담보+신용이면 은행보다 많은 대출 받을수도그러나 신용금고에서는 여기에 신용대출 부분이 더해지기 때문에보통 많은 액수를 대출받을 수 있다. 나아가 시중은행 등에서 담보제한 물건으로 취급받는 여관이나 골프장 등에 대해서도 신용금고는 담보로 잡아주고 있다.기동력 유연성은 지역밀착성이란 신용금고만의 특성과 연결된다.전국 2백36개 신용금고는 그 하나하나 개별적인 금융기관으로 기능한다. 직원들은 한 곳에서 10년 20년 근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지역민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끈끈하게 맺는다. 2∼3년에 한 번씩지점을 순환해야 하는 은행지점장과 신금의 영업부장이 각각 거래고객과 맺는 관계는 밀도에서 차이가 난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긴밀하다보니 제대로 된 평가없이 대출이 나가고 결국 신용금고가 부실해지는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그러나 『전체 여신중에서 40%정도가 신용대출로 이뤄지지만 오히려 사고가 나는 것은 담보대출이지 신용대출이 아니다』(신금연합회 유지철 홍보실장)는 얘기에서 알 수 있듯 지역밀착이 금융사고의 원인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21세기향영컨설팅의 이정조 사장은 『신용금고가 최근 신용대출 비중을 크게 늘리고 특히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지탄의 대상이었던 「꺾기」를 완전히 없앴다』면서 『금융기관의 경영혁신은 조직개편 등 하드웨어보다 고객의 신뢰회복을 위한 소프트웨어 측면에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은행과 신용금고 사이에는 분명히 최소 2∼3%의 금리차가 나고 있다. 대출수요가 적어지면 신용금고는 타금융기관과의 금리차이만큼더 큰 부담을 갖고 영업하게 된다. 그러나 2∼3%는 결코 뛰어넘을수 없는 장벽이 아니다. 스스로의 특성을 살린 「신금영업법」에투철해진다면 은행이란 골리앗도 무너뜨릴 수 있다.★ 미니인터뷰 / 조경중 대한상호신용금고 주임『신용금고에 예금을 하면 일반은행보다도 3∼4% 높은 이자가 보장됩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부도위험은 없느냐고 물으며 돈을 맡기는 고객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자가 일부러 부도를 내겠다는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입사 6년째인 대한상호신용금고의 조경중 주임(30)은 신용금고에대한 시중의 인식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히려 지역금융기관인 신용금고는 고객들의 경조사까지 챙기는 등 가족적인분위기속에서 「대접」받으면서 거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얘기한다.▶ 금융기관에 있다보면 경기상황을 쉽게 알 수 있을 것같은데.『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음할인을 받으러 오는 중소기업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주요 상장업체의 어음은 한달만기짜리가 유통되고 있지만 일반기업에서 나오는 어음은 3개월만기에서최근 4∼5개월짜리로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자금순환이 느리다는얘기고 그만큼 하청기업의 입장에서는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보람을 느끼는 사례도 많을텐데.『김포에서 전자제품과 자동차의 부품을 생산하는 Y산업이라는 업체가 있는데 어음거래를 주로 사채시장에서 해왔다고 하더군요. 거래어음이 진성인데 왜 사채시장을 이용했냐고 물어보니 은행에서는개인어음이니 당연히 안해줄 것으로 생각했고 신용금고는 있는 줄을 몰랐다는 겁니다. 우연히 공문을 통해 거래가 트였는데 지금은너무 고마워합니다. 30∼40%씩 할인하던 사채시장에 비해 저희는17.5% 정도에 할인을 해주니 얼마나 이익입니까.』▶ 적금을 타서 3천만원정도 여유자금이 있는 고객이라면 어떤 상품이유용한지.『정기예금중에서도 복리로 이자가 붙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2년이면 26.97%, 3년이면 40.96%의 수익률입니다. 웬만큼 증권투자를 잘한다고 해도 그 정도의 수익률을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중간에 해지한다해도 은행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금리가 높기 때문에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신용금고업계에 인사적체가 아주 심하다고 하는데.『벌써 10여년이상 지점이 하나도 늘어나지 않으니 업계전체적으로인사적체는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며칠전에 신금연합회의 교육을다녀왔는데 지방에는 40대에 평사원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고합니다. 그렇다고 신입사원들의 이직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과·부장급에서는 침체되고 의욕을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융자유화로 경쟁이 심한데 신금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은행은 전국적인 규모로 영업을 하는데 신용금고는 안그래도 열악한 상황에서 개별금고차원에서 다른 금융기관과 경쟁하려고 하고있습니다. 연합회 등을 통해서 원활한 정보교환이 이뤄져야 한다고생각합니다. 지역금고이다보니 지역민들에게 더욱 밀착된 서비스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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