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상품 나오게 경쟁 유도해야

전자화폐가 실용화되면 통화정책 및 금융제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화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전자화폐발행주체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먼저 중앙은행이 전자화폐의 독점적인발행자일 경우 전자화폐의 사용이 확대돼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지폐의 사용이 그만큼 줄어들고 총통화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게된다.그러나 시중은행 및 민간에서 전자화폐를 발행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전자화폐의 발행금액만큼 초과유동성이 발생한다.은행은 이를바탕으로 새로운 신용창조를 하게 된다. 자연히 통화는 늘어나게마련이다. 쉽게 말하면 전자화폐의 통용확대에 따라 현금수요가 줄어들면서 통화승수가 커져 통화량이 증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화폐의 발행잔고에도 일반예금과 같이 지급준비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통화승수가 커지는데 따른본원통화의 공급규모도 적절히 조절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도입 전자화폐 소액의 전자지갑형태특히 우리나라는 개인수표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최고액권(일만원권)의 액면가도 낮은 편이어서 전자지갑의 현금수요대체규모가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예견할 수있는 현상들이다.그러나 이같은 논리는 일상생활의 모든 거래가 집적회로(IC)가 내장된 전자화폐 하나로 해결할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한 가상거래가원활하게 이뤄질 정도로 광범위하게 쓰일 때 우려되는 현상이란게재정경제원 및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먼 훗날의 얘기란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은행들이 공동 추진하는 전자지갑형태의 전자화폐망의 경우 통화관리에 이렇다할 어려움이 없다고 한국은행측은 설명한다.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에 설치된 금융정보화추진위원회에서는 전자화폐의 표준화안을 은행공동으로 만들기로 의결하고 작업을벌이고 있다. 이번 공동작업에는 한국은행을 비롯, 시중은행 지방은행등 모든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물론 실무는 금융결제원에서맡고 있다.한국은행은 빠르면 연말께 국내 실정에 맞는 안을 채택하고 97년하반기부터 일정기간 시험운용을 거쳐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자화폐를 실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진국에서조차 시험운용되고있는 만큼 신중하게 제도를 도입하자는게 정부 및 은행들의 시각이다. 가능한한 오류를 극소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공동작업에서는 전자화폐의 카드형식 암호체계 관련기기 등을 표준화하여 호환성을 높이고 국가별 호환성제고를 위한 국제표준화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은행이 최근 정한 전자화폐의 표준화시안은 다음과 같다. 전자지갑의 용도는 10만원이하의 소액결제기능으로 국한하고 자금이체는 할 수 없는등 화폐적 성격은 배제된다. 또 발급주체는 예금은행으로 제한된다. 다시말해 현재 개발되고 있는 전자지갑의 성격을「범용 선불형태의 전자지갑」으로 규정하고 개인간 자금이체는 허용해주지 않기로 했다. 자금이체가 허용될 경우 통화관리측면에서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되는데다 거래의 안정성측면에서 위험이 따른다는게 자금이체를 허용하지 않는 이유이다.권정현 한국은행금융결제부장은 전자화폐의 출현으로 현금통화비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은행으로 환류되는 현찰중 초과분은중앙은행의 지준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통화관리에 문제가 없다고설명했다. 권부장은 『신용카드가 처음 선보였을 때도 통화관리에구멍이 뚫릴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탈이 없었다』며 전자화폐도입에 따른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재경원관계자도 통화관리문제에 대해 전자화폐에 대한 개념에 혼선을 빚고있는데 따른 것이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도입하려는 전자화폐제도는 소액의 전자지갑형태인만큼 통화관리 및 금융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전자화폐 사용에 따른 자금이동경로가 더욱 명확해져 일부에서 우려하는 불법거래 조세회피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 “표준화안 응용범위 좁다” 우려현재로선 전자화폐실용화를 위한 별도의 입법이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자화폐의 도입이란 은행간 온라인망과 같이 별도의전산망을 설치하는 것을 의미하는만큼 법령허가사항은 아니란게 정부의 유권해석이다. 신용카드사업의 경우 신용카드업법에 따라 허가를 얻어야 영업이 가능하지만 은행의 경우 대체결제가 고유업무중 하나여서 표준화안이 마련되고 전산망만 깔리면 언제든지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전자화폐를 획일적으로 표준화하는데 따른 문제도 적지않다. 전자화폐를 응용한 은행간 상품성경쟁이 어려워지고 이에따라카드자체의 효용성도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일부 전문가들은전자화폐가 표준화의 대상인지조자 의심스럽다며 근본적인 문제를제기하기도 하고 있다. 범용성을 높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를 위해 첨단기술을 응용한 상품개발을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쟁없이는 경쟁력있는 기술 및 시스템개발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전자화폐를 활용한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한후 시스템의 호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또 급속히 발전하는 전자정보통신기술을 응용한 선진형태의 전자화폐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무현금거래를 생활화하고 첨단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네트워크 형식의 전자화폐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금융기관은 최근 정보기술을 기존의 통장 및 카드 등에 응용하여 다양한 비금융서비스를 연계시켜 판매하는 첨단상품 등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보고있다.일부 은행에서는 이번 전자화폐의 표준화안이 정보전달체계의 경쟁을 가로막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전자화폐를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의견이다. 일부 부작용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기술개발가능성을 위축시켜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어디까지나 전자화폐란 가치척도수단, 교환 및 지불수단, 가치저장수단 등 기존의 화폐가 가지고 있는 3대기능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한다. 여기에 원격지이송에 따른 통신기능, 휴대 및 보관관리의 편이기능, 위조방지기능 등이 추가돼야 한다는게 정보통신관련업계의해석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보화 관련 상품개발을 확대하고 정보화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도록 장기적 안목의 전자화폐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정부는 전자화폐도입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만큼 앞으로신중하게 제도도입을 검토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전자화폐의 부작용으로는 △은행부실화에 따라 지급불능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도용, 무단복제가 성행할 경우 신용질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있으며 △바이러스침입 및 컴퓨터시스템오류에 따른 소비자보호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표준화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도 이같은 점들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아무튼 신중하게 전자화폐제도를 도입하려는 정부와 선진 첨단금융기법의 시급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 사이에서 국내전자화폐의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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