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ㆍ동북아 '새중동' 부상

자원부국이든 빈국이든 자원 확보를 위한 노력은 가히 필사적이라고 할만하다. 자원 확보가 국가경쟁력 확보로 통하기는 만국 공통인데다 궁극적으로는 국가 안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국도 다가오는 21세기에 우리 경제를 보다 튼튼한 토대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의 자원확보 경쟁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먼저 지구상의 자원 현황을 보자. 가채매장량을 기준으로 사용가능연수를 환산하면 석유 천연가스 석탄의 순으로 자원 고갈이 예상되고 있다. 아직까지 전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자원의 이용가능 연수(가채연수)는 앞으로 약42년 정도인 것으로 되어 있다. 권역별 부존 분포를 보면 총 가채매장량의 76.5%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에 분포되어 있고,그중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등 중동지역국가에 집중돼있다. 이같은 사실은 기존의 에너지 수급체계내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한 21세기 이후에 석유자원의 공급은 이들 중동국가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한다는 사실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다음으로 90년대 들어오면서 청정연료로 각광을 받고 있는 천연가스는 총 가채매장량이 작년말 현재 1백39조7천억㎥로 1995년 생산량을 기준으로 한 가채연수는 약 65년으로 평가되고 있다. 천연가스의 지역적 분포를 보면 구소련 지역이 56조㎥로 약 40%의 가장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중동지역으로 45조2천억㎥의 매장량으로 32%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두 지역의 비중이 전세계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수준이다.다음으로 석탄의 가채매장량은 약 1조3백16억t으로 가채연수는 약2백28년으로 평가되어 타에너지와 비교해볼 때 석탄이 상대적으로가장 풍부한 자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석탄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며 석탄액화기술 또는 청정연소 기술 등에 대한 추가적인 R&D 노력이 필요할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다음으로 석유의 탐사와 개발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주요 유전개발지역의 현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90년대 이후에도 꾸준한 산유량 증대로 비OPEC 원유생산의 핵이되고 있는 북해지역 유전을 보면 매장량 규모로는 전세계의 1%정도에 불과하지만 올해 하루 산유량이 최고 6백만배럴에 이를 전망이어서 전세계 하루석유소비량의 거의 10% 가까이를 공급하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순으로 고갈 예상북해유전은 비교적 성숙단계에 도달해 있는 지역으로 그 대부분이노르웨이와 영국의 영해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970년대에 BP,Shell 등에 의하여 유전개발이 시작되었으며 1980년 이후 본격적인생산과 개발이 이뤄졌다. 당초에는 90년대 중반께 고갈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90년대에 들어와 해마다 생산규모가 늘어나고 있으며기술개발의 결과 아직도 미탐사지역이 많이 남아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80년대 하반기 이후 국제석유사들은 3-D탄성파 탐사, 수평정 시추기술 등 석유 탐사 생산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비용절감에 성공하여 경쟁력을 유지할 수있었으며 생산은 물론 추가적인 매장량 발굴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영국정부는 유전개발사업을 완전 개방하고 지금까지 17차례에 걸쳐참여기업을 국제입찰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유전의 탐사 및 개발생산계약은 일정기간 동안의 라이선스 계약 형식이며 개발참여 기업은 석유수입세(RPT)와 법인세 등을 부담하게 된다. 1993년 영국정부는 유전개발에 참여하는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개발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신규 개발유전에 대해 세금면제 등 석유세제 개편을 단행하였다. 영국정부는 오는 98년까지 석유 생산량을 하루 2백80만배럴로 확대시키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내외자 유치를 통한신규 유전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향후 미개발 유망지역은 셔틀랜드제도 서부 해양지역으로 미발견 매장량은 약50억~1백28억배럴로 추정되고 있다.올해 1월에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일본 등 5개국 석유회사가 공동으로 대규모의 북해유전 개발을 발표하였다. ETAP프로젝트로 명명된 동 유전개발에는 BP, Shell, Esso, Agip, 미쓰비시석유 등 5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참여하며 총 23억달러를 투자하여 올 하반기부터 탐사를 시작해 오는 1998년에 본격 생산에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북해지역에 대한 일본기업들의 진출이80년대 하반기 이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음은 주목을 요한다.일본기업의 북해 유전개발 프로젝트는 모두 11개로 영국지역에 7개프로젝트와 노르웨이지역에 4개의 프로젝트가 가동중이다. 일본 석유사들은 북해유전 참여를 통해 메이저 등 세계적인 석유기업들이보유하고 있는 유전개발의 경영노하우와 첨단기술 및 리스크 관리기법까지도 습득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한편 북해의 최대 산유국 노르웨이는 OPEC의 적정유가 유지를 위한감산 협조요구를 거부하고 석유증산을 위한 신규 유전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노르웨이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유전개발사업은 개방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15차례의 국제입찰을 실시해 왔다.영국과 다른 점이라면 국영기업 Statoil을 통해 정부가 유전개발에개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1992년까지는 외국기업의개발 참여시 광구개발 단계에서 Statoil이 자동적으로 50%의 지분을 확보하는 슬라이딩스케일 원칙이 적용되었으나 이후 이 원칙을폐지하여 정부참여 비율의 유연성을 높였다. 개발에 따른 세제로는법인세와 특별석유세 및 탄소세가 적용되고 있다. 이와같이 유전개발사업이 개방되어 있는 북해지역은 서방 석유기업들간의 개발 경쟁이 치열하지만 최근 유전개발에 따른 해양오염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압력이 등장하여 향후 이것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카스피해를 중심으로한 중앙아시아도 국제석유기업들이 유전개발을위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구소련의붕괴 이후 다음 세기의 중동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막대한 양의 석유 및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카스피해를 중심으로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투르크멘스탄 지역에는최대 약 2천억배럴에 이르는 막대한 양의 석유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매장량 규모는 중동지역의 매장량 규모 6천5백95억배럴에 다음가는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카자흐스탄의 텡기스유전 하나만도 40억배럴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될 정도이다. 더구나 이들 지역 국가의 국내 석유소비가매우 적어 생산되는 석유의 대부분이 수출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기존 산유국의 자원고갈을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프리카·남미서 서방기업간 개발 경쟁현재 카스피해 지역에서는 아제르바이잔 해역과 카자흐스탄 육상지역에서 유전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해역 광구에 대한개발에는 서방석유회사들로 구성된 국제컨소시엄회사AIOC(Azerbaijan International Operating Company)가 설립되어Chirag, Guneshli, Azeri의 3개 유전에 대한 개발사업이 추진되고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육상유전인 텡기스유전 개발사업이 미국계메이저인 쉐브론과 모빌에 의하여 추진되고 있다. 최근 완료된 카스피해에 대한 탐사활동 결과에 따르면 대륙붕지역에만 추정매장량이 원유 7백33억배럴, 천연가스 70조입방피트로 확인되었다. 계획에 따르면 현재 진행중인 개발프로젝트의 최초 생산물은 1998년께로 예상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내년까지의 탐사시추작업을 거쳐 오는 2003년께 본격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 지역에서의 원유생산이 지금까지 늦어지고 있는 것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생산된 원유를 수송하게될 새로운 송유관 건설을 둘러싸고, 기존 수송루트를장악하고 있는 러시아와 새로운 루트의 건설을 주장하는 미국 등서방의 이해관계가 얽혀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최근 합의된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흑해 노보르시스크항까지의 루트와 아제르바이잔에서 그루지아를 경유하여 흑해 수파스항에 이르는 새로운 루트를 건설하는 2원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있다.그동안 카스피해 유전개발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석유기업들은메이저들과 유럽및 미국계 석유사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최근 일본기업들이 정부의 지원하에 이 지역 유전개발에도 활발하게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93년부터 중앙아시아 각국을 정부개발원조(ODA) 공여 대상국으로 지정해 오고 있다. 또 일본수출입은행은 1994년 카자흐스탄에 시장경제로의 이행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총 2백85억엔의 자금을 제공했으며 올해초에는 일본석유공단이 중심이 된 민관합동조사단이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터키에 파견되어 기초적인 지질자료와 유전개발 상황의 점검, 석유개발 협력문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술축적·리스크 관리로 자원개발해야또한 이토추상사와 미쓰비시석유 일본석유 등 8개의 민간석유사들은 7월초 대규모 전문가대표단을 아제르바이잔에 파견하여 국영석유사 Socar와 카스피해 남부해역의 배타적 광구확보 교섭 진행에합의하고 대상지역에 대한 물리탐사 지질자료의 구입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은 이 자료의 분석과 평가를 토대로 구체적인 광구선정과개발계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이토추상사는 아제르바이잔 지역의 1차 유전개발사업에 지분참여를 모색하고 있다.이와 같은 일본의 카스피해 지역 유전개발사업에 대한 진출 움직임은 그 동안 수송루트를 둘러싼 불협화음과 유전개발 지분참여에 대한 러시아 석유사의 기득권 인정 요구 등의 문제들이 타결, 유전개발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마지막으로 극동러시아 지역의 사할린 유 전 가스전 개발사업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이 지역은 그동안 정치적 이슈 등으로 인해사업 진행이 오랫동안 미루어져 왔으나 최근 러시아 정부의 석유개발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개방 의지와 서방기업들의 참여 열기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유전개발사업은 총 4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돼 있다.사할린-1 프로젝트는 75년 과거 소련과 일본이 최초로 체결한 것으로 사할린 동북부지역 Chaivo와 Odoptu, Arkutun-Daginskoye 등3개광구를 대상으로 하는 개발사업이며 추정매장량은 원유 4억5천만배럴, 천연가스 15조입방피트의 규모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기업 공동컨소시엄인 Sodeco와 미국계 메이저 엑슨사가 각각 30%씩의지분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나머지 지분으로 러시아 2개 석유사들이참여하고 있다.1992년 구소련과 미국 일본기업간에 성립된 사할린-2 프로젝트는Lunskoye와 Piltun- Astokskoye등 2개광구에 대한 개발사업으로 추정매장량은 원유가 7억5천만배럴, 천연가스는 14조입방피트의 규모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명 MMMSM컨소시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참여기업인 미쓰이와 McDermott, Marathon, Shell, 미쓰비시의영문 첫 자를 따온 것이다. 사할린-3 프로젝트는 1993년에 실시된러시아의 국제입찰에 의해 확정된 프로젝트로 East Odoptu 유전 개발프로젝트로 엑슨이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지난 5월에 프로젝트의기본계약의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사할린-4 프로젝트는 94년에 실시된 4차 입찰 결과 모빌과 텍사코사가 선정됐으며 초기단계의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할린프로젝트는 사하지역 천연가스 프로젝트, 이르쿠츠크 천연가스 프로젝트, 중국의 타림프로젝트와 함께 동북아시아의 4대대형프로젝트로 메이저를 포함한 세계 석유기업들의 참여 경쟁이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사하지역과 이루크츠크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에서도 민간기업의 컨소시엄형태로 참여를 추진하고있다.이외에도 아프리카지역과 남미지역에서 서방기업들간의 활발한 자원개발 참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냉전종식 이후 최근에는자원개발을 둘러싸고 막대한 개발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자원보유개발도상국들이 경쟁적으로 민영화 또는 대외개방을 통한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어 과거 자원 내셔널리즘 의식이 팽배해 있던 시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중동지역의 산유국들도 유전개발에 따르는 막대한 투자재원 조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메이저나 서방기업들에 유전개발 사업을 부분적으로 개방하는 정책을 추구하고있다. 또한 남극 심해저 등에서의 자원개발연구도 분야에 따라서는상당한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원의 해외의존율이 높은 일본의 경우 이미 1백년에 가까운 해외자원개발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부와 민간의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하여 자원확보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게을리하지않고 있음을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우리가 자원확보를 위한 열악한 경쟁여건을 극복하기 위하여서는정부당국의 외교적 행정적인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통한 자원개발 기술축적과 리스크 관리 및 경영 노하우 등의 개발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수급 여건하에서우리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면 자원 특히 에너지의 안정 확보를 위한 투자야 말로 이제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로인식돼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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