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자급 30% '식량안보'절실

보다 유리한 조건을 가진 해외에서 식량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국내기업들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 식량안보위기설이 대두된 가운데 정부가 모종의 지원방안을 강구중이라는 말이 나오고있어 해외식량자원개발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우리나라의 쌀을 포함한 전체곡물의 자급률은 28.5%(95 양곡연도기준). 평소보다 4배나 비싼 값에 사정하다시피해 쌀을 들여왔던73년과 74년의 식량자급률 80%대와 비교하면 현격히 낮아진 수치다. 특히 주된 먹거리인 쌀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쌀은 전체 생산량의 3∼5%로 생산량에 비해 교역량의 비중이 매우 낮아 쌀시장을 「얇은 시장(Thin Market)」으로부르기도 한다. 이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이 모두 자급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80년대 후반부터 완전자급을 이뤘으나 92년부터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해 지금은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지난해만도 5만t의쌀을 수입했으며 올해만도 6만5천t의 쌀 수입이 예상되고 있다(미국 농무성). 오는 2000년에는 쌀재고가 바닥날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얇은 시장」으로 교역량이 적은 만큼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들면 쌀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게다가 세계농산물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카길 콘티넨털그레인 앙드레붕게 루이드레퓌스 등 5대 곡물메이저의 가격이나 물량조절, 21세기 세계 최대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중국의 식량문제, 점점 열악해져 가는 국내농업현실 등을 감안하면 우리의 식량안보위기설은실감나는 사실로 느껴진다.그래서 한국시장을 노리는 외국의 눈길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농업의 장래는 아·태지역의 경제발전에 더 크게 의존할 것이다. 이들 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미국 농무성의 「장기농업무역전략보고서」의 일부내용이다. 아·태지역이란 물론 한국 일본을 가리키는 말이다. UR타결이전만 해도별 관심이 없었으나 UR타결로 유력시장으로 분류됐으며 미국이 우선적으로 시장공략을 실행할 「선도성장국가군」에 한국이 지목된것이다. 국내 농산물시장의 빗장을 앞장서서 열어제낀 미농무성으로서 농산물은 「인적 물적지원을 우선적으로 집중 지원할」 유력한 수출품이지만 우리로서는 피할 수 없는 수입품목으로 거론되고있는 것이다. 태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을 겨냥, 품종을 개량한 쌀을 만들고 있다.이같은 불리한 현실속에서 해외투자 자유화, 해외농장개발에 대한비판적인 시각의 완화, 농산물 수입의존도 증가예상 등 복합적인요인으로 해외농장개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농수산부 기술협력과의 이능완사무관은 『해외농업투자를 위해 기술자금 정보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투자의사를 드러내지 않은 기업까지 합치면 더욱 많은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재원 필요 등 수익률 낮아실제로 한국은행에서 집계한 국내기업의 해외투자 현지법인현황에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해외에 농축산업투자와 관련해 모두 44건6천2백23만달러의 투자가 허가됐다. 이 가운데 지난 한해동안 투자가 집행된 것은 모두 35건으로 3천3백92만달러가 투자됐다. 가장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중국으로 모두 27건에 대한 투자허가가 이뤄졌다. 한국은행 국제부의 한 관계자는 『중국으로 농업투자가 몰리는 것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노동력 임대료 등 투자여건이 좋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호주 미국 등도 국내기업들이 많이 진출하는 지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해외농장개발에 처음 눈길이 간 것은 지난 60년대로 투자지역은 남미지역. 68년 파라과이의 산페드로농장을 시발로 71년과 78년에 아르헨티나의 루항농장과 야타마우카농장, 80년 칠레의 테노농장,81년 아르헨티나의 산하비엘농장 등 투자가 계속됐다.이들 남미 5개 농장 가운데 루항농장은 이미 지난 89년에 매각됐으며 산하비엘농장과 산 페드로농장도 매각을 준비중이고 나머지 농장은 현재 정부에서 향후 활용방안을 강구중이다. 당시 해외농장개발의 목적은 식량자원개발이나 식량기지 확보라기 보다는 해외농업이민을 장려하는 정부시책에 따른 것이었다. 그래서 부작용도 없지않았다. 아르헨티나의 야타마우카농장의 경우 농지에 염분이 함유돼 있고 영농지나 조림지로 부적합한 땅으로 여태껏 땅을 놀려오기도 했다.그러나 성공적인 농장개발도 이뤄졌다. 바로 산하비엘농장과 산페드로농장이다.남미농장에 대한 소유권을 갖고있는한국국제협력단(KOICA, 총재 정주년)의 우채석 남미과장은 『산하비엘농장에서는 현재 연 2천t의 쌀이 생산돼 인근 국가로 수출되고있으며 산페드로농장의 경우 참깨를 재배하는 한편 1천5백여두에이르는 육우를 사육하고 있어 성공적인 해외농장개발사례』라고 말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수익성추구를 위한 민간부문의 해외농장개발도 이뤄졌다. 81년부터 (주)선경에서 미국 워싱턴주에 3천3백㏊를 임대해 옥수수를 생산했으나 국제곡물가의 하락과 산물저장고등 기반시설이 부족해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90년대로 넘어오면서 해외농장개발의 첨병역할은 민간기업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특히 최근들어 UR타결로 농산물시장이 세계화된데다 식량의 중요성을 강조한 식량안보론까지 나오면서 해외농업투자를 하거나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가장 눈에 두드러진 해외농장개발은 대륙종합개발(회장 장덕진)의삼강평원개발. 대륙종합개발은 92년부터 2061년까지 70년간 모두2천7백89만여달러를 들여 중국 흑룡강성 삼강평원 두흥지구에서 여의도땅의 1백30배에 해당하는 3만8천㏊를 농장으로 개발 운영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중이다. 93년부터 시험재배를 실시한 대륙종합개발은 지난해에 1천5백30㏊에서 대두 소맥 등 곡물3천8백97t을 생산했다.◆ 중국농장, 수송비저렴·풍부한 자원으로 유리올해에는 3천5백10㏊에서 6천5백82t의 곡물을 생산할 계획이며 오는 2000년에는 3만1천6백㏊를 경작해 9만5백20t의 곡물을 생산할예정이다. 생산물의 반은 합자한 중국측이 중국에 판매하며 나머지절반은 대륙종합개발이 수출권한을 갖는다.대륙종합개발 기획본부장인 김민철이사는 삼강평원농장개발에 대해『토지의 평당개발비 인건비 등 생산비, 국내반입을 위한 수송비등이 저렴하며 흑룡강성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경쟁력확보나 안정적 식량생산기지확보에 유리하다』며 『초기 어려움을딛고 현재 순탄하게 사업이 진행돼 농장개발사업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말했다.북방진출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합그룹(회장 장치혁)도 러시아에서 농장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2년 러시아 연해주정부와협력의정서를 체결하면서 러시아진출의 닻을 올린 고합그룹은 지난해만도 연해주지역 우수리스크농장 2천㏊에서 콩 1천6백20t을, 아무르주 담보농장 6천6백㏊에서 콩 1천3백20t, 밀 7백t, 보리 9백t,귀리 1천t을 생산해냈다. 오는 99년까지 두 지역에 각각 2천5백만달러씩 모두 5천만달러를 들여 연해주지역 우수리스크의 4만3천㏊,아무르주의 5만㏊ 등 모두 9만3천㏊를 경작해 콩 밀 보리 귀리 등곡물 20만t을 생산하는 한편 젖소 육우 등 1만두를 사육하고 가공사업을 함께 벌인다는 것이 고합측의 장기적인 비전이다.삼성물산은 지난해 6월 호주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7백50만달러를들여 6천㏊에 이르는 목장을 구입했다. 여기에 송아지사육 등 축산업과 농산물을 재배한다는 것이 삼성물산측의 계획이다. 이밖에 원양수산업체인 한성은 내몽골지역에 모두 6천6백66만㏊를 개발한다는 계획으로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윤성도 내몽골자치지구에 3만7천㏊규모의 농장을 확보키로 하고 합의서를 제출했다.한일합섬도 러시아 연해주에 농장을 건설키로 의향서를 체결한 상태이며 세모는 연해주 핫산지역에 복합영농단지를 구성해 쌀농사와축산을 한다는 방침으로 계약서를 체결했다.그러나 기업들의 열기와 달리 해외식량자원개발을 위한 투자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해외농업투자는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는 대신 투자회수기간이 길고 수익률이 낮으며 곡물가격이나 정치적 상황 등의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불리함이 있다. 그만큼 선뜻 「발을담그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미 선경처럼 실패한 경우도 있다. 아르헨티나 투자를 고려했던 한화 대우 미원이나 캄보디아투자를 검토했던 진로처럼 현지실사후 투자계획을 취소했다고 밝힌 사례도많다.한편 기업들의 해외농업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어 더욱 많은 기업들이 개척군단에 합류할 것으로보인다. 이능완사무관은 『기업들의 해외농업투자를 지원하기 위해내년도 예산분에 기업들이 요구하는 투자대상지역에 대한 현지조사및 기술 정보지원을 위한 자금을 예정해놓은 상태이며 관계부처와협의해 대외경제개발협력기금(EDCF) 등을 통한 자금지원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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