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산재권 분쟁 1천5백건 달해

특허분쟁건수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특허싸움은 상표권과관련된 것이다.좋은 사람들(대표 주병진)은 80년대중반이후 국내의류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업체. 젊은 내의를 기치로 내걸었던 좋은 사람들은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영화배우「제임스 딘」의 이름을 그대로내의브랜드로 삼았다. 「제임스 딘」은 이유없는 반항과 그 삐딱함에 향수를 느끼던 국내고객들에게 큰 호소력을 가지고 있었다.제임스 딘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94년들어서. 미 인디애나폴리스에 소재한 커티스 매니지먼트란 회사가 자신들이 상표권을 가지고 있다며 로열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커티스는 제임스 딘이외에도 그레타 가르보, 잉그리드 버그만, 험프리 보가트등 2백명이 넘는 유명인들의 이름이 들어간 상품의 판촉이나 경영대행을 하는 회사였다. 좋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요구가 황당무계했다. 86년 특허청에 상표등록(속옷상표등록 91년12월)을 마치고 사용해왔던 터라 커티스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서로간에 화해는 요원했고 그해 10월 들어서면서 법정공방은 치열하게 이어졌다.커티스는 미 연방법원에 상표도용으로 좋은 사람들을 제소하고 한국 특허청에 상표등록무효심판청구소송,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불공정거래행위를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좋은 사람들도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외교채널을 통해 압력을 가해오던 커티스를 명예훼손을 이유로 서울의 민사법원에 고소하면서 8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들어갔다. 당시 제임스 딘 상표의 각종 내의류는 국내의류시장에서 연간 매출이 3백억원에 육박하는 지명도 높은 상품이었다. 양사 모두 쉽사리 양보할 수 없는 공방이었다.양사의 고소와 맞고소는 현재까지 공개심리를 여는 등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미업체간의「제임스딘」공방은 각각의 국내법이 상이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즉 죽은 사람의 상표권 및 초상권에 대한 인정여부등이 서로달랐다는 얘기다.◆ ‘제임스딘’ 공방 나라간 국내법 차이로 발생특허분쟁은 같은 업종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간에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시장점유라는 현실적인 이유에 손상된 자존심이 가세하면 분쟁업체의 공방은 라운드수를 더해가면서 계속 이어지게 된다.국내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LG화학과 한화종합화학이다. LG화학은 올초 한화의 바닥장식재인 「크리스탈」과 「그랑프리」가 자신들의 입체무늬바닥장식재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한다.이에 대해 한화화학은 입체무늬기술은 이미 미국 일본등에서 보편화된 기술로 특허권도용이란 주장 자체가 말도 안된다고 일축하고있다. 법정에는 한화화학이 제기한 「LG입체무늬바닥장식재 실용신안무효청구소송」에, LG가 특허권도용을 이유로 제출한 크리스탈의「제조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양사간의 시비는 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는 『크리스탈이 자사의 실용신안을 침해했다』고 경고했으며 이에 대해 한화는실용신안무효청구소송으로 맞섰다. 고등법원에서는 한화가 패소,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LG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만들지도 팔지도 못하게 해달라고 가처분신청을 한 셈이다.양사간의 법정분쟁은 단순한 특허분쟁이 아니다. 현재 연 4천억원규모인 PVC바닥재시장은 90년이전까지만 해도 LG가 거의 독점해왔다. 그러나 한화가 야금야금 시장을 넓혀오더니 최근에는 4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일 만큼 성장했다. 한화의 두제품은 매출액이연간 5백억원에 달하는 주력상품으로 특허시비에서 패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LG역시 특허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계속될 시장잠식의 우려속에서 고초를 겪어야 한다. 결국 특허시비하나가 양사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인 것이다.이같은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카스상표분쟁(진로쿠어스 대 카스스포츠) 축구공싸움(한일 대 낫소) 후라보노시비(롯데 대 해태) 우황청심원공방(광동제약 대 삼성제약)….경쟁업체간이나 상표권을 둘러싼 특허분쟁등이 개별업체의 사활이걸린 문제라면 반도체나 이동통신기술등 굴직한 기술에 들어가면문제는 국가적 사활문제로 격이 달라진다.반도체는 수출한국의 기둥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품목. 그러나 회로를 독자적으로 설계한 연륜이 짧고 자체기술의 축적이 빈약해 핵심장비는 거의 외국기술에 의존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이 반도체와 관련해 지불한 로열티비용은 한해 3억달러정도. 수출이 늘어나면 늘어 날수록 로열티비용은 따라 늘어난다. 그럼에도특허시비는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미국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3건의 반도체부문특허침해소송을 벌이고 있으며 LG반도체도일본 미국업체와 메모리부문 설계 및 공정에 관한 소송등 다수의특허분쟁을 빚고 있다. 현대전자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미 일유럽회사들과 크고 작은 10여건의 분쟁이 걸린 상태다.◆ 기술특허와 함께 ‘방어특허’ 보유해야미 특허청이 디지털방식의 이동전화기술인 퀄컴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에 대한 특허재심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대를 걸게 하는 사안. 지금까지 국내연구소나 업계에서 퀄컴에 지불한 로열티만도 5천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다 관련기기제조업체들은앞으로도 20년간 순판매가의 최고6.5%를 로열티로 지불해야 한다.재미 한인과학자의 제소로 이뤄지고 있는 특허재심에서 퀄컴의 특허가 무효로 판명되면 일단 큰 국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퀄컴의 특허가 최종적으로 무효판정을 받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설령 그같은 결과가 나온다해도 스웨덴의 에릭슨이나 미국의 인터디지털 테크놀로지등 관련부분기술을 가지고 있는다른 업체들이 로열티를 챙기기 위해 줄을 서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따라서 특허분쟁에 대비하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작은 기업이나 개인이라면 방어특허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하나의 특허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제조공정이 약간 다르거나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유사한 기술들이 있으면함께 여러개의 특허를 받아둬야만 가능한 한 특허침해를 막을 수있다. 과거 기업인들만이 들고나오던 선진국의 특허공격 양상이 최근에는 개인특허권자까지 가세해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우선 소송부터 제기해놓고 복잡하고도 어려운 재판에 들어가느니 적당히타협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는 이른바 「선소송 후타협」의전략마저 적극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안이 굵직한 것에 대해서는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특허연구소를 만들어 외국의 특허제도 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하고 전문인력을 대폭 양성해야한다. 반도체분쟁이라면 관련3사가 공동대응하는 방안도 마련해야한다. 산업계의 특허전략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것중에 하나가특허폴(Patent Pool)전략이다. 멀티미디어 분야의 핵심특허를 이미선점한 미 일 유럽의 9개회사와 대학들이 자신들의 특허를 공동으로 활용할 기구를 만들고 특허사용료를 징수, 분배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업체들도 그동안의 경쟁의식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대국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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