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구매 '함정' 도사려 피해시 적극 대처를

관악구 신림2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34). 어느날 정수기판매업자가찾아와 「수돗물은 오염물질 투성이」라고 부추기는데 속아 고가의정수기를 덜컥 사버렸다. 역삼투압방식이라는 알아듣지도 못하는용어를 섞어가면서 판매업자는 수돗물을 전기분해하는 실험을 보여줬다. 그의 말대로 「붉은 색 앙금」이 생기는 것을 보고 속아버렸다. 그러나 결코 싼값이 아니라는 생각에 계약철회를 요구했으나김씨는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어야 했다. 소비자단체에 알아본 결과, 붉은 색 침전물은 수돗물을 전기분해하면 물 속의 철 칼슘 마그네슘등 광물질이 수산화이온과 결합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었다.지난해 10월 군을 제대하고 복학을 준비하던 최모씨(24). 그는 어느날 군대동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닷새동안만 번역일을 하면큰돈을 벌 수 있으니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은 그는 약속한번역사무실에 나갔으나 그곳이 다단계판매회사라는 것을 알았다.제의를 거부하고 돌아가려던 최씨는 사실상 감금을 당하다시피 하다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쳐나와야 했다.현대사회는 완숙한 대량생산·소비시대. 그러다보니 모든 재화들이넘쳐나고 소비자는 선택의 어려움을, 생산자는 판매의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방문판매 통신판매 다단계판매등 다양한 판매기법들이생겨나고 이들의 무리한 영업에 따른 피해사례가 거듭되고 있다.특히 지난해 법개정으로 양성화된 다단계판매는 과거 사회문제가됐던 피라미드식 판매와 사실상 다를게 없다. 친구들에게 회원가입을 강요하다가 쇠고랑을 차는 사례마저 생겨나고 있다. 전통적으로소비자피해가 많았던 방문판매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홈쇼핑업체들이 크게 늘면서 통신판매에서도 소비자피해사례는 급증하고 있다. 과연 이같은 무점포형태의 판매업자들에게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철회기간 상품 용역 제공된 날 기준우선 방문판매. 물론 일부 업체들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지만 방문판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판매자와 소비자간에 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판매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속여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하고 소비자가 물건을 구입할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불구하고 강압에 의해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악덕상술에 의해 피해를 당한 경우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은 「속은사람이 바보」이거나 「사은품등 공짜를 좋아해서 당했다」는 식이다. 자연히 드러내놓고 알리기가 쉽지않다.방문판매에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피해가능한 유형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광고는 어디까지나 광고이지 기사가 아니다. 관공서나 전문기관에서 나온 것처럼 말과 행동을 하는 판매원은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최근에는 강의를 위장한 방문판매도 많고 이들은 강의학원으로 속여 어학 컴퓨터교재를파는 경우가 많다. 학원의 인가·등록여부나 수강료납부조건 등을검토해야 한다.일단 구매를 한 경우에도 그것이 충동적인 것이었거나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것일 때는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개정된 방문판매법에서는 방문판매의 청약철회기간을 10일로 하고 있다. 통상적으로는계약을 파기하는 쪽에서 이로인해 생기는 손해를 배상해야 하지만방문판매의 경우 소비자에게 자발적 구매임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기간을 주고 있는 셈이다. 청약철회기간은 소비자가 계약서를 받은날부터이며 계약서보다 상품이나 용역이 늦게 전달됐을 때는 상품·용역이 제공된 날을 기준으로 한다.한편 주소가 적혀있지 않은 계약서를 받은 경우나 방문판매자의 주소변경으로 기간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주소를 안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부터이다. 논란이 많을 수 있는 판매방식인 만큼 소비자가 실수로 구매할 개연성에 대해 법에서는 최대한보호를 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피해구제국의최영호위원은 『과거 7일이었던 청약철회기간이 10일로 늘어나는등 법적인 차원에서는 소비자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여건이마련돼 있다. 다만 홍보가 덜 돼 이같은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고 지적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청약철회권의 행사는반드시 서면통지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즉 소비자는계약을 철회한다는 내용증명을 3부작성해 한부씩을 자신과 우체국에 보관하고 상대방에게는 배달증명직인을 찍어 보내야 한다. 물론 10일이 경과했거나 물품의 일시사용으로 가치가 현저히 손상됐을 때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다단계판매는 방문판매의 일종이다. 다만 상품을 사용해본 소비자가 다시 회사의 판매원이 돼 상품을 구입하고 다른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이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95년 방문판매법의 개정을 통해서 다단계판매를 피라미드판매와 구분해 양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피라미드판매와 거의 유사한 판매형태가 합법화된 것이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는 사후적으로 알 수 있을 뿐 사전에 두 개판매방식의 차이를 구분해 피해를 예방하기가 극히 어렵다. 예를들어 다단계판매에서는 판매원가입조건으로 물건구입을 강요해서는안되며 제품은 1백만원이하의 것을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가격은 1백만원이하라도 이를 세트로 구입해야만 한다는 식으로 속여 수백만원어치의 상품을 판매하곤 한다.◆ 피해구제절차 구체적 규정 마련돼야다단계판매회사를 가장한 피라미드회사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물건을 잘 살펴야 한다. 한 번 구매에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고가품이라면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왜냐하면 다단계판매자체가 지속적으로 상품의 재구매가 일어나지 않으면 조직으로 남을 수 없는 성격을 갖고 있다. 수백만원 하는 상품이 호의적인 권유에 의해서만계속 재구매자에게 팔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다단계판매원으로 등록했더라도 회사가 등록증이나 제대로 된 수첩을주지 않을 때는 탈퇴하는 것이 좋다. 다단계판매의 수첩에는 후원수당의 산정과 지급기준, 하위판매원의 모집과 후원에 관한 사항,상품의 반환과 판매원탈퇴에 관한 사항이 빠짐없이 적혀 있어야 한다.다단계판매회사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 청약철회에 관한 법규정은방문판매와 거의 같다. 다만 그기간이 20일로 늘어난다. 청약을 철회할 때는 자기 바로 위단계의 판매자에게 하기 보다는 회사에 바로 하는 것이 좋다. 상위판매원은 자신의 실적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핑계를 대며 지연시키기 일쑤다. 또 청약철회를하려해도 회사가 폐업했거나 등록을 취소한 때는 회사가 사전에 납입한 공탁금에서 환불을 받을 수 있다.통신판매는 컴퓨터보급에 따른 PC통신 이용자 증가및 케이블TV의홈쇼핑매체 등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판매방법이다. 이밖에 카탈로그 등에 의한 통신판매업체들도 그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통신판매는 소비자가 일정한 형태의 주문으로 앉아서 상품을 인도받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는 반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상품정보에기초해 구매결정을 하기 때문에 막상 전달받은 물건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따라 초기에는 그 피해사례가적었으나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접수된 통신판매관련 피해건수는 9백59건. 사업자가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허위과장광고에 의한 피해도 많았다. 대개의 경우 통신판매에서 청약을 철회할수 있는 기간은 20일로 잡아놓고 있다. 홈쇼핑업체에서는 한달이내에 반품요구가 들어오면 무조건 받아주고 있다. 특히 개정 방문판매법에서는 통신판매업자가 광고에 표시하도록 규정된 사항은 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의 청약이 이뤄진 경우 청약철회는 상품에 관계없이 소비자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광고나 표시의 내용외에도 품질 가격 성능은 물론 피해구제절차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신판매에서는 특히 신용카드에 의한 대금결제가 많아 신용정보의이용이나 보호에 관한 별도의 규정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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