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적재산권 전담부서 '붐'

지적재산권은 기업에 있어서 무형의 자산에 속한다. 과거에는 자산규모등이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었지만 요즘은 그렇지않다. 무형의 자산인 지적재산권이 기업경쟁력을 판단하는 중요한잣대로 사용되고 있다. 기술경쟁시대에 있어서 지적재산권의 확보정도는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뿐만 아니라 이의효율적 관리여부는 곧바로 기업의 사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기업경영에 있어서 이런 중요성을 갖고 있는 지적재산권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왔다. 몇몇 대기업만이 지적재산권 관련부서를 두고 있었을뿐 대부분의 기업들은 고작10여명 안팎의 특허관련 직원을 둔 것이 고작이었다.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였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이같은 풍토에94년부터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지적재산권보호 등을 주요골자로 한 우루과이 라운드 파고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기업들은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외국업체의 지적재산권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방어책이 필요하고 보유특허의 효율적인 관리가 핵심현안으로 떠오르자 93년부터 대응전략마련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이 마련한 대응전략은 지적재산권관련부서의 신설및 확대개편, 특허정보 검색전산시스템 개발,직무발명제도 도입,특허출원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전자 기계 섬유 업종 지재권관리 강화상표권,특허권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리강화는 전자 기계 섬유업종 대기업에서 활발히 추진됐다. 다른 업종과는 달리 신기술개발이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외국업체들과의 지적재산권 마찰 또한심심찮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국내기업중 가장 먼저 지적재산권에 눈을 뜬 삼성전자는 93년초 사업부별로 분산돼 있던 지적재산권 전담인력을 본사 지적재산팀으로흡수통합하고 인원 또한 1백30여명으로 대폭 늘렸다.이와함께 외국기업과의 분쟁을 전담하는 협상팀과 법률조사기능의 법무팀을 신설했다. LG전자의 경우 특허분야를 경영차원에서 다루기 위해 기존특허실을 지적재산경영실로 개편하고 인력도 대폭 보강했다.대우전자는 지난 91년 1개과 16명의 지적재산관리조직을 사장직속의 4개부서 1백여명의 조직으로 확대개편했다. 이들 전자 3사는 특히 국경없는 경제전쟁에서 승리는 지적재산권의 효율적 관리가 관건이라고 판단,해외에 전담사무소를 설치(삼성·LG전자)하거나 해외유수 특허법률사무소에 간부급임원을 파견(대우전자)해 「글로벌특허관리시스템」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지적재산권조직의 신설 및 확대개편은 중소전자업계에서도 활발히 이뤄져 특허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회사는 94년 75개사에서 95년말 87개사로늘어났다.◆ 특허출원국가 다변화 공세도 펼쳐지적재산권에 대한 정보공유와 자료검색을 할수 있는 특허정보망도구축,운용에 나서고 있다. 현대전자는 지적재산권등 각종 특허관련정보를 통합관리하기 위해 특허관리검색시스템 「HIPASS」를개발,지난 2월부터 운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국내외 지적재산권의 출원단계에서부터 심사 등록 사후관리와 이에따른 회계비용에이르기까지 전과정을 자동처리하는 지적재산권관리시스템과 특허정보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대우전자도 윈도상에서 신속하게 산업재산권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첨단 특허검색시스템인 「윈도용PATROM 3.01」을 개발,운용중이다. 지난 93년부터 20억원을투자,개발된 이 시스템은 1만여권의 책자에 수록돼 있는 1백만여건의 국내 산업재산권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CD롬 1백50장에 수록했다.이에앞서 지난해 종이없는 특허출원시대를 표방하며 국내 처음으로특허통합정보시스템 「LG TOPS」을 개발했던 LG전자는 이를 전사업장에 도입,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7월 구축된 특허정보시스템을 전자소그룹전체에 도입,운영중인데 이 회사는 올해안에 일본과 유럽등 각국에 출원한 특허도 데이터베이스화해 수록할방침이다.사내 발명의식 고취를 위한 직무발명제도도입도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특허청이 산업재산권을 4건이상 출원한 2천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직무발명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업체는94년 3백23개사에서 95년 4백6개사로 늘어났다. 80년대말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한 현대전자의 경우 보상규정을 제정,우수발명자에게 인사상 특전과 포상을 하고 있으며 아시아자동차는 사내 발명왕제도를 도입,직원들의 발명의식을 적극 고취하고 있다.국내 기업들은 제도의 확대개편 등을 통해 선진국의 지적재산권공세에 대비하는 것과 함께 공세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국내기업들이 전자업계를 주축으로 미국에 특허출원을 대폭 늘리고 특허출원국가 또한 그동안 미국 일본 유럽에서 벗어나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출원국가를 다변화하고 있는 것은 말레이시아등 신흥동남아공업국가의 기술수준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어 10년후를 대비해 미리 특허권을 확보해 놓자는 계산에서다. 이들 국가에비해서 어느 정도 기술력이 축적된 것도 수비에서 공세로 전환하게한 배경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지적재산권공세에 맞서 묘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아직 갈길은 멀다. 외국기업들간에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특허공유가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업체간 특허공유는 지난 92년 LG전자와 삼성전관이 유일한 사례이나 이마저도 가시적 성과없이 현재 흐지부지돼 있는 상태다. 한국발명진흥회 회원사업부 왕연중차장은 『선진국의 지적재산권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특허공유를 통한 다양한전술도 필요하나 현재 국내에서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라며 이에대한 관심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최고경영자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부족과 관련부서의 전문화미비도 걸림돌이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지적재산권관련부서는통합되지 않고 분산돼 있으며 이마저도 전문성이 없어 지적재산권분쟁시 대부분 기업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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