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진출 가속ㆍ전문업체 상업화

「톰과 제리. 욕심많은 고양이와 영악한 새앙쥐다. 티격태격 다투다가 톰은 항상 제리의 꾀에 넘어간다. 보기에 안쓰러울 만큼 처참해지는 톰의 모습…」.이미 30, 40대에 접어든 기성세대들에게도 톰과 제리의 기억은 뇌리깊이 박혀 있을 것이다. 이들이 출현하는 애니메이션을 지켜보는것이 생활의 일부였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뇌당한 것이다.톰과 제리의 캐릭터가 들어간 연필을 사는 어린이는 정작 연필보다톰과 제리를 옆에 두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 캐릭터가 새겨진티셔츠를 입는 어른은 또 유년기의 기억을 곱씹어보고픈 마음일 것이다.캐릭터는 이처럼 큰 위력을 갖는다. 정서에 미치는 영향이 깊은 것은 물론이다. 나아가 상품적 가치도 무궁무진하다. 피터팬마징거Z에서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에 이르기까지 늘 우리주변에머무르며 스스로가 간직한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을하는 캐릭터들, 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해낸 바로 「인간의 피조물」들이다.캐릭터는 막대한 부를 만들어낸다. 세계 최고가치의 캐릭터를 가졌다는 월트디즈니는 미키마우스(쥐)와 도널드(오리)만으로 한국시장에서 연간 1백억원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불과 수년전까지만해도 국내캐릭터시장은 외국업체들의 독무대였다.◆ 정서에 미치는 영향커 상품가치 무궁무진캐릭터를 이용한 산업의 시작은 1929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제작된 1년 뒤 뉴욕의 한 문구업체가 3백달러에 미키마우스를 학용품에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구업체는 큰 돈을 벌게 되고 월트디즈니는 새로운 사업인 캐릭터라이선스에 눈뜨게 됐다. 이후 터너엔터테인먼트의 톰과 제리, MGM의핑크팬더, 20세기폭스사의 심슨가족 등이 잇따라 캐릭터로 개발됐다.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들어 국내기업들도 캐릭터산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상품시장이 성숙단계에 들어갔다는 상황과도무관하지 않다. 부가가치를 내는 수단으로 캐릭터만한 것이 없는것이다. 철저한 기획으로 유명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작업은 큰 자본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는 점에서 기업의 진출은 캐릭터산업발달의서막을 알리는 징후로도 받아들여진다.금강기획은 지난해 광고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가족영화 「캐스퍼」를 이용한 캐릭터사업에 나섰다. 코오롱은 총 7백억원이라는 자금을 투자, 2000년까지 종합영상엔터테인먼트업체를 키운다는 목표다. 올해는 우선적으로 2백여개의 캐릭터매장을 확보한다는 구상.삼성물산 두산동아 제일제당 동원그룹 등도 나름대로는 캐릭터산업에 대한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전사 라이언」은 영화의 기획 제작을 쌍용씨네드림이 담당하고 캐릭터상품화를 팬시업체 모닝글로리에서 책임지는 「분업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영화는 올 겨울극장가에 선보일 전망이다.캐릭터전문업체들도 최근 사업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만화가김수정씨는 인기만화주인공인 아기공룡 「둘리」를 캐릭터로 상업화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둘리를 모델로 한 제품은 문구 의류 완구서적 팬시류 은행통장 우유 소시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지난 6월현재 40여업체의 2백여개 상품에 라이선스가 이뤄지고 있다.10여년 동안 만화를 통해 사랑받아왔던 둘리는 작년 3월부터 영화제작에 들어가 최근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제작비만도 20억원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캐릭터의 탄생을 넘어 캐릭터가치를 유지해나가는데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홍보 보조수단에 그치는 ‘단발성’ 극복해야팬시문구 전문인 (주)바른손은 이미 국내캐릭터산업에서 선구적 위치를 점한 업체다. 지적재산권으로 등록된 1백여 캐릭터와 개발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바른손은 지난 5월 캐릭터사업부를 별도로 신설했다. 로열티를 받는 라이선싱은 물론 의뢰받은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개발용역사업에도 참여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한 것이다. 이미LG화학과 크라운제과에 라이선싱 계약을 맺어 이들 회사의 장판재와 스낵과자에 바른손의 캐릭터가 사용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떠버기」 「금다래신머루」 「헬로디노」 등이 유명하다. 특히 떠버기의 경우는 캐릭터를 기초로 거꾸로 만화가 만들어져 판매되고있다. 또 떠버기와 헬로디노는 벌써 3년동안 대만의 필기구업체에라이선싱되고 있다.스포츠캐릭터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분야다.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미국의 스포츠경기가 인기를 끌면서 뉴욕양키즈의 모자에 LA다저스의 야구복 등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포스터나 사인볼 등 강남의 백화점에는 미프로농구(NBA)나 메이저리그(MLB)관련용품 전문매장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프로스포츠팀과 관련된 캐릭터상품은 걸음마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기업들의 참여에 기대를 걸어보지만 국내에서 캐릭터는 아직까지상품선전의 보조수단으로 단발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이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만화와 이를 이용한애니메이션이 발달해야 한다. 산업으로서의 캐릭터는 이들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발달하는 것이지 홀로 크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획에서 상품유통에 이르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캐릭터는 우연히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만들어지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캐릭터산업?국내의 캐릭터시장은 이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명확한 개념 정립도 안돼 있다. 캐릭터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이나 사물의 성격 특징 또는 그래픽적인 마크나 알파벳 등의 기호활자」로 정의된다. 그러나 비즈니스측면에서는 캐릭터 그 자체가 이름 성격과 강한 개성을 띠고 있어야 하며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에 이전시켜 친근감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예를 들어 「물먹는 하마」는 좋은 캐릭터다. 제습용 상품을 선전하는데 있어 하마를 통해 제품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알리고 있다.그러나 이것을 캐릭터산업의 사례로 들 수는 없다. 캐릭터에 산업이라는 단어가 붙기 위해서는 해당 캐릭터를 다양한 상품에 적용할수 있어야 한다. 미키마우스가 들어간 티셔츠가 나오고 가방과 신발이 나와야 한다. 캐릭터산업의 단계에서는 제품보다도 캐릭터가좋아서 그것이 새겨진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미니 인터뷰 / 하봉준 제일기획 마ㅔ팅연구실 차장『캐릭터는 초기에 상품전달의 보조수단으로 고안됐을 겁니다. 예를 들면 진로소주의 상징으로 두꺼비가 쓰이는 식이지요. 그러나갈수록 캐릭터의 이미지가 상품을 압도하게 되고 누군가에 의해 캐릭터자체의 상품가능성이 발견된 것입니다.』제일기획 마케팅연구실의 하봉준 차장은 캐릭터의 탄생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전문연구가 태부족한 상황에서 수년동안 캐릭터에 대한 연구물을 전문지에 싣고 있다. 국내에서는 캐릭터산업이라할만한 것이 이제 겨우 태동하는 단계이지만 그 성장가능성은 아이디어와 함께 무한히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캐릭터는 어떤 것이라고 규정해야 합니까.『간단히 얘기하면 우루사를 선전할 때면 항상 등장하는 곰같은 것이 캐릭터입니다. 무섭게 느껴지지 않으면서 회사의 이름을 암시하고 또 그 약을 먹으면 힘이 솟는다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외형적인 모습보다도 스스로 어떤 성격을 지니면서 제품의 성격에 이전되는 상징적인 역할을 합니다.』▶ 캐릭터가 되기 위해서 충족돼야 할 요소들이 있을 것같은데요.『우선은 독창성입니다. 시각적으로나 캐릭터의 성격이 다른 캐릭터와 구별돼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거부감이 없어야지요. 즉 귀여움이나 따뜻함 등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일으켜야 합니다. 나아가캐릭터가 이용되는 제품의 이미지와 일치가 돼야 합니다. 호돌이캐릭터가 세탁기에 새겨지면 뭔가 어울리지 않겠지요.』▶ 결국 캐릭터는 먹고 살 만한 나라에서 발달할 것같은 느낌이 드는데.『캐릭터는 강한 개성을 지닌 상징기호로서 본질적으로 사용가치보다는 상징가치로서의 의미가 큽니다. 최근 국내시장상황이 제품의상징가치를 중시하고, 경우에 따라서 사용가치를 압도하고 있다는점에서 캐릭터는 현재의 환경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캐릭터가 자체산업으로 발달하기 위해서는 여러조건들이 필요하겠지만 경제가 발달해야 캐릭터가 나타난다고는 단정할 수 없을 것같습니다.』▶ 캐릭터와 광고는 어떤 관계인가.『필요에 따라 광고에 캐릭터를 이용하면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제품을 내보내면서 단시일내에 제품을 인지시키고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할 때나 기존에 유사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뭔가 차별적인 느낌을 주고자 할 때 효과적일 것입니다.』▶ 캐릭터산업의 발달을 위한 과제라면.『일단 소재가 너무 제한돼 있습니다. 곰 호랑이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동물에 집중돼 이들은 이미 독창성을 발휘하기도 어렵습니다. 또 하나의 캐릭터라도 그 성격의 설정이 이름 동작 복장 화법 등에서 보다 다면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스누피나 미키마우스 등장수캐릭터를 위해서는 항상 시대상황에 맞게 재창조되는 캐릭터관리가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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