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보호에 '인터넷 딜레머'

『인터넷은 거대한 복사기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니머씨의 말이다.디지털기술의 발달로 모든 저작물들의 온라인전송이 가능하며 일단인터넷에 등재되면 복제는 식은 죽먹기처럼 쉬워졌다는 의미다. 선진국의 일류기업들엔 가공할 뉴스다.인간의 지적 창작물에 대한 무체재산권인 지적재산권은 특허 등 산업재산권 및 출판과 관련된 저작권을 포함하는 거대 비즈니스이기때문이다.현 시대에선 숱한 상품들이 투입재료비가 아니라 연구비(약품),아이디어가치(소프트웨어), 브랜드육성비(향수) 등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이로써 개발비용은 엄청나지만 생산비는 저렴하다.소비자와 해적행위자가 불법복제유혹에 쉽게 빠져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예전엔 지적창작물을 복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으며 복제품의품질은 원저작품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그러나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두가지 면에서 세태가 크게 변했다.우선, 복제품의 품질이 원저작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향상됐다. 일례로 마이클잭슨의 CD는 원판과 복사판을 식별할 수 없을 만큼 흡사하다.둘째,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넷이 저작물을 대중에게 손쉽게 전달한다는 점이다.저작물이 인터넷에 일단 오르면 불법복제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론적으로 모든 소비자들이 디지털기호로 변경된 저작물을 간단하게 복제 또는 수정해 다른 이들에게 전달 가능하다. 해적행위자와 잠재소비자가 동일인일 가능성이 큰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비즈니스소프트웨어동맹(BSA)이 지난 수년간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판매비교치를 산출한 결과 PC 한대당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및 기타 소프트웨어 등 평균 3가지 소프트웨어패키지가 판매됐다. 이는 글로벌마켓의 유통량을 감안할때 사용되고 있는 전세계소프트웨어중 최소한 절반이 해적판임을 시사한다.◆ 해적행위자와 잠재소비자가 동일인?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은 전체 음반판매의 20%가 불법복제품이라고 주장한다. 또 컴팩트디스크(CD)시장에서는 해적판이 3분의1에 달한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해적판을 원판과 동일가격으로 산출한 점에서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또 중국의 가난한 젊은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소프트웨어 사용이 가능한 것도 해적판의 공로라는 식으로 「복제예찬론」이 등장하기도 한다.그러나 불법복제품으로 인해 상실된 시장규모는 엄청날 뿐더러 이른바 「디지털세대」가 이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이 우려한다.복제의 「애타주의적」 속성 때문에 사람들은 범죄 의식없이 소프트웨어와 음반의 불법복제에 나서기 때문이다.네덜란드의 음반업체 폴리그램사는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음반보다개인적으로 복제되는 음반이 3배나 많은 것으로 추정한다. 지재권보호를 외치는 사무실에서조차 이 기사가 복사돼 배포될지 모른다는 점이다.때문에 세계는 불법복제가 자동차를 훔치는 것과 똑같은 「절도행위」임을 먼저 설득해야 하는 정치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건국 초기의 미국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일찍이 『모든 시민이 자신의 견해를 가질 수 있으며 침해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천명했다.그러나 당시 미국은 지적재산권보호에 관한 구체적인 법제화가 미비(영국의 경우 1709년 첫 입법화), 영국 등 유럽 각국으로부터대표적인 해적국가로 지목받았다. 세계 최대의 지적재산권 수출국으로 상황이 역전된 현재, 미국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각국에 지재권보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그런데 미국을 위시한 각국이 지재권보호조치를 실행하는 도중에각종 문제점들이 불거지는 것이다.일례로 아카데미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1963년 3월 워싱턴을 그린 장면이 등장한다.◆ ‘불법복제는 절도행위’ 정치적 도전 직면이 장면은 배우 몇 명을 출연시켜 무비카메라로 찍은 다음 디지털기술을 채용, 등장인물 수를 군중규모로 늘린 것이다. 이후 이 장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머리를 디지털기술로 짧게 깎아 90년대 장면으로 전환시켰다.그렇다면 이 장면의 지적재산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영화제작자인가 아니면 장면을 조작한 디지털기술자인가?해적행위가 개입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디지털 저작물을 둘러싼 이같은 지재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지재권분쟁이 인터넷상에서 발생한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인터넷상에서는 현행 지재권법에 구분되어 있는 저작물에 대한 「복제권」과 복제물의 「배포권」의 개념이 흔들리기 때문이다.전문변호사의 말을 빌리면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저작물의 전자전송이란 개념이 「복제」를 의미하는지 혹은 「배포」를 뜻하는지, 아니면 양자 모두를 지칭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현행법상 복제와 배포 개념의 혼란 실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지재권법상의 복제는 공공사용(지재권 소유자의 허가를 반드시취득한 후에야 가능)과 개인이용(일정한 한도내에서 정보접근을허용)에 명확한 선을 긋고 있다.그러나 누구나 데이터전체를 복제할 수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구분이 필요할까?●인터넷상의 정보 한 페이지를 스크린으로 불러 왔다면 이는 「복제」인가? 만약 그 정보가 단순히 컴퓨터의 단기간 기억장치인 램에만 기억돼 있다면 스위치를 끔과 동시에 지워질 것이다.그럼에도 불구, 변호사들은 지재권침해라고 주장한다. 정보는 램에찰나 보다는 긴 일정시간동안 저장되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된 수천대의 다른 컴퓨터 램에도 동시에 기억된다는 것이다.●대부분의 관련자들은 지재권을 예술이나 지적창작물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려 든다. 주소록이나 신용등급평가서 등은 비예술적이지만 자료수집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이런 데이터베이스는 지재권의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가?●현행 지재권법하에서 배포권은 출판물의 첫 양도에만 한정하고2차판매에 관해선 적용되지 않는다.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사용한 중고 텍스트북을 자유롭게 양도한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선 출판물을 새책처럼 완벽하게 지속적으로 복제할 수 있기에 배포의 한도 문제가 새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현행법은 또 나라별로 제정돼 있다. 따라서 한 국가에서 적용되는 CD나 잡지에 대한 배포권이 다른 나라에선 적용되지 않는다.미국과 유럽은 이를 알지만 현행법규를 존속시키려 한다. 하지만개발도상국의 수입상들은 이런식의 지역간 장벽이 무역자유화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반발한다.각국 전문가집단들은 이같은 쟁점들을 개정 법규에 반영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미국 상무부의 부르스 레먼 서기관보가 이끄는 한 그룹은 올해 지재권법개정안 초안을 작성, 의회에 송부했으나 선거임박으로 통과되지 못했다.유럽연합(EU)의 한 전문가집단은 지난해 의회 통과를 목표로 「디지털사회의 지재권 관계법」초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추후 관련법개정의 지침서가 될듯 싶다.유엔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도 세계 저작권법에 국제기준을 제시한 베른조약을 현 실정에 맞게 개정하고자 한다.이처럼 각국 전문가들은 개정법에 엄격한 이론적인 기준을 채택,지적재산권보호를 강화할 움직임이다.특히 유럽의 경우 지재권 보호대상을 데이터베이스로 확대할 것을주장한다.데이터베이스에도 지재권이 적용될 경우 모든 저작물의 전자복제및 배포에는 반드시 지재권 소유자의 승인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용자가 누려온 정보이용권이 축소될 수밖에 없음을뜻한다.도서관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 미디어그룹 베르텔스만사의 에릭 가흐로씨는 도서관이 자료보관용으로 저작물을 합법 복제한 후 이를무차별 전송한다고 주장하면서 도서관에 복제를 허용하는 실정법에큰 허점이 있다고 불평한다.미국 버클리대학의 파멜라 사뮤엘슨교수는 가정에서 컴퓨터로 정보를 복제하는 행위에 대해 일반인들은 합법적으로 여기는 반면 출판업자들은 불법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렇다면 기대만큼 지재권보호의 실효를 거두자면 어떤 방식의 법제화가 필요한가?영국출판업자협회(BPA)의 클라이브 브래들리씨는 지적 창작물을열람하는 사용자에게 물건별로 이용료를 물리는 요금정산시스템을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아니라데이터베이스에서 실제 이용한 각 정보건별로 요율을 산정하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뜻이다.그러나 현실 여건상 이 방식은 대단히 어렵다.이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선 저작물이 사용되는 순간을 포착, 해당저작물의 재산권자를 식별해내야 한다. 서적물의 경우 국제적으로공인된 색인번호시스템이 있지만 이것으론 단지 분량과 내용만을확인할 수 있는 것.이 때문에 지재권자 확인 장치를 고안하려는 노력이 도처에서 시도된다.◆ 디지털 저작물의 지재권분쟁 가능성도 고조유럽연합이 후원하는 기구인 「임프리마튀어」는 영화와 TV프로그램의 지재권자를 확인하는 색인번호시스템을 각고의 노력끝에 지난해에야 마련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를 현실에 적용하려면 각 작품에 고유기호를 직접 붙이는작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이와 관련, 음반이나 영화 필름 위에바코드를 장착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뚜렷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상태.또 지재권자를 확인한다 해도 자료이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사용료를 산정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부닥친다.이 경우 인터넷 사용자가 저작물을 이용할때마다 해당 지재권자에게 일정액의 이용료가 돌아가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즉 이용자가 저작물의 안내서를 열람하는 순간 소액의 사용료가 부과되는 방식이다.그러나 이 방식은 매우 복잡한 요율산정시스템이 필요, 산정비용이지재권료를 크게 앞지를 것이다.한편 전자전송을 목적으로 저작물을 복합적인 매체인 CD롬으로 옮기는 소프트웨어제작업체들은 기존의 저작료 정산 및 결제시스템이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이라고 불평한다. 소프트웨어제작업체들은 지재권자를 찾기 위해 영화 문서 음악 등을 담당하는 각 기관들에 개별 문의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더욱이 저작료 산정체제는 저작물의 이용횟수만을 기준으로 채택,게임기제작업체의 경우 PC사용자들이 게임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그만뒀을 때도 마지막 관문까지 통과한 경우와 동일하게 간주, 저작료를 정산해 지불해야 한다.요컨대 이같이 복잡한 요율산정체제를 해결해야만 사람들은 합법적인 지재권규정의 틀 속으로 들어올 것이다. 사용료 지불이 간편하고 저렴하다면 이용자들이 법규를 준수할 확률이 높다.소프트웨어제작업체들은 대표적인 지재권보호책으로 방어기술개발,엄격한 법집행 및 공공교육 등 3가지를 제시한다.업계는 해적방지 기술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중인 가운데IBM은 인터넷상에서 디지털정보를 보낸 다음 이용대금을 회수할 수있는 보안패키지소프트웨어를 최근 개발했다.그러나 소프트웨어업체 대부분은 방어기술개발에 비관적이다. 노벨사의 론 바커씨는 해적행위로 연간 10억달러의 손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신형 해적방지기술이 개발된다해도 1~2주후에는 방어시스템을 뚫고 해커가 침범한다는 것이다.때문에 노벨사는 정부의 불법복제 척결의지에 기대를 건다. 지적재산권보호 이행과 무역을 연계시키는 협정이 체결되자 각국 정부는베른조약같은 국제법규를 국내 실정법 속으로 끌어들여 엄격한 집행을 시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BSA사는 이탈리아정부가 지재권보호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비율을 지난 90년 90%에서 94년 57%로 격감시켰다고 지적한다.특히 이같은 캠페인은 불법복제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업들에약효를 발휘한다. 그러나 개인 불법복제자들에게 아직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점은 문제다.불법 복제자 적발에는 인터넷이 때때로 큰 역할을 한다. 검색서비스를 통해 불법복제되는 저작물의 확인이 가능하다.작년 4월 노르웨이 대학생들이 서버를 이용, 인터넷상에 무단 복제한 수백곡의 뮤직앨범을 띄우고 광고까지 했다. 국제음반산업연맹노르웨이 지부는 이를 추적한 후 대학당국과 교섭, 해당 사이트를폐쇄시켰다.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독일 매지콤사처럼 전자우편 주문을 받아 불법 레코딩물을 판매한다. 이 회사의 영국지사는 법적소송에 직면하자 철수했지만 관련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룩셈부르크에서는 버젓이 영업한다.이 모든 불법복제관행을 뿌리뽑는 법집행에는 두가지 장애물이 있다. 첫째는 불법복제물의 제공자를 추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제임스 로웨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해커적발 최고책임자는 실토한다.◆ ‘지재권 해결책보다 문제점 많다’ 우려 대두대다수가 익명으로 불법복제물을 올리는 데다 불법복제물의 제작자와 광고담당자, 판매담당자가 모두 다른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둘째는 적발 후 책임을 누구에게 지우느냐가 문제다.미국의 한 지방법원은 플레이보이지의 지재권 침해소송에서 불법복제 사진을 인터넷상에 등재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사이언톨로지처치가 발행한 저작물의 무단복제 소송에선 인터넷에 등재한 사람이 아니라 최초 복제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일관된 기준이 없으므로 불법복제는 갈수록 기승을 부린다. 전문해적단은 불법복제물을 인터넷상에서 판매하기 위해 서버구축을 늘리고 있으며 일부 대형 통신업체들도 유혹의 손길과 마주친다.지금같은 고수익체제를 지양하고 적정한 마진을 확보하는 전략으로수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해커들의 탄생을미리 봉쇄하기 위해서다. 영화업계와 비디오업계가 공생할 수 있는것도 서로 적정마진에 만족함으로써 가능하다.원저작물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금융시황을 매일 보완 전송하면 불법복제할 이유가 사라진다.또 지적재산권을 다른 방식으로 이용해 돈을 벌 수도 있다. 음악전문업체의 경우 CD를 싼 가격에 제공하는 대신 캐릭터를 이용한 광고 수입을 늘린다. 라이브공연에선 청중들에게 녹음을 허용하는 대신 입장료를 다소 높인다. 물론 이같은 방법은 무명 가수에겐 실현불가능한 얘기다.인터넷 소프트웨어업체 넷스케이프는 검색소프트웨어를 소비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다가 어느날 50달러로 올렸다. 이처럼 지재권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려 드는 것이 현실이다.그러나 이런 조치들로 해커지망생들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지재권에 관한한 해결책보다 문제점이 많아지리란 우려가 대두되는것도 이 때문이다.「The property of the mind」 July 27, 1996 ?The Economist,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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