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전통분야 유망산업으로 성장

◆ 김치소비량 날로증가, 작년 3천5백억원 규모전통식품은 전통상품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김치 장류 고춧가루 식용유 전통술 등 전통식품은 몇년새 현대식설비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전통식품중에서도 최근 세계적으로 각광받으면서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가김치산업이다. 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김치량은 1백50만t. 돈으로환산했을 때 대략 1조5천억원 규모다. 이 중 기업에서 생산하는 공장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만7천t, 1천5백억원으로 전체의10%가량이다. 현재는 10%에 불과하나 매년 가정에서 담그는 김치의양이 4∼5% 정도씩 줄어들고 있는데다 공장 김치 소비량이 연간25% 이상씩 늘고 있어 공장 김치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로 따졌을 때 지난해 공장 김치 시장규모는 3천5백억원 규모였다.공장 김치시장이 확대되면서 김치를 생산하는 업체수도 늘고 있다.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김치 제조업체는 모두 1백90여개. 대부분 영세한 중소업체나 95년말부터 두산종합식품 동원산업 등 대기업들도잇달아 김치시장에 뛰어들어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대표적인 김치 제조업체는 농협 두산종합식품 동원산업 풀무원 등.농협은 전국 13개 공장에서 하루 10여종 1백40여t 이상의 김치를생산하고 있다. 농협 김치는 특히 올해 열린 애틀랜타 올림픽 때공식 김치로 지정돼 우리 맛을 세계에 알리는데 한몫했다. 대기업의 김치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두드러진 특징은 김치의 브랜드화. 동원산업의 「양반김치」 두산종합식품의 「종가집김치」 풀무원식품의 「찬마루김치」 등 다양한 김치 브랜드가 시장에 나와 있다.김치의 해외시장 공략도 거세지고 있는데 현재 김치는 세계 30여개국에 연간 9천9백51t 가량씩 수출되고 있다. 금액으로는 93년에3천4백만달러, 94년에는 4천4백만달러, 지난해에는 5천1백만달러가 수출돼 매년 20% 이상씩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체 수출량의 80%는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금액으로 따졌을 때 약 3천8백만 달러 규모다. 일본의 김치시장은 1백10만t인데 이 중 한국 김치가 9천여t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공장 김치의 소비량이 날로 늘고 있는데 반해 김치가공 기술 및 설비는 아직 체계화돼 있지 못하고 미흡해 김치산업 발전을 저해하고있다. 김치 보존기간 연장기술과 포장기술, 유통시 보관기술이 낙후돼 있고 절임 탈수 혼합 등 품질관리를 요하는 공정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 및 기초자료도 부족한 실정. 이에따라 농림수산부는 올해만 김치 제조업에 8백45억원의 지원금을 책정해 놓고 있으며 김치의 국제식품규격화를 서두르고 있다.◆ 도자기1100억 시장 … 생활자기등 백자 수요 많아도자기는 대표적인 우리의 문화 유산이다.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는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문화재들. 옛날의 고유 기술을 이어받은 전통도자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상품으로 세계 시장에 팔리고있다. 국내 도자기 시장은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급성장했는데88년에 1백억원에 불과했던 시장규모가 지난해에는 1천1백30억원으로 성장했다. 전통 도자기를 제작하는 업체수도 경기도에만 여주3백50여개, 이천 1백50여개, 광주 40여개, 기타 지역 50여개 등으로 6백여개에 달한다. 이외에 부산과 양산 문경 등 경상도 지역에도 50여개 업체가 산재해 있다. 업체수는 많지만 대부분 가내수공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영세성을 못 벗어나고 있다.전통 도자기는 청자보다는 백자 수요가 많은데 백자가 찻잔 등 생활자기로 더 많이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자와 분청은 생활자기로 보다는 옛날 문화재를 재현한 작품으로 주로 생산되고 있다.작품으로 만들어진 자기는 고가며 수요도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등으로 한정돼 있어 적은 편이다. 내수 도자기시장은 생활자기가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해외 수출은 작품도자기가 주를 이룬다. 정확한수출액수는 잡히지 않으나 전체 물량의 90%이상이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10% 가량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팔리고 있다. 그러나 수출되는 물량은 주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에 한정돼 있고 민족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지는 못하다.전통도자기 산업의 문제점은 과거의 우수한 기술이 제대로 계승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나라 도자기 제조기술은 매우우수한 것으로 인정받았으나 최근에는 도공이 부족하고 원재료 배합기술이나 안료 자동화 기술 등에서 뒤떨어져 청자를 제외하고는전반적인 수준이 하락했다.생산업체의 영세성도 도자기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생산업체의 소규모성과 운영자금의 부족으로 공정 자동화가 거의이뤄지지 않고 있어 생산원가가 경쟁국에 비해 높아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3.7%에 달하는데 반해 대만은 20%, 일본은10% 수준에 불과하다. 유통구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판매망이 마련돼 있지 않아 중간 마진이 원가의 2배 내지 3배에 달하고 있다. 수출의 경우에도 독자적인 판매망을 가진 몇몇 유명작가를 제외한 나머지 작가들은 수출 통로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칠기나전칠기 해외서도 호평받아칠기란 옻나무 수액을 칠해 만든 제기 문방구류 공예품 가구 등을말한다. 칠기의 역사는 낙랑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가 깊은만큼 기술도 단절되지 않고 이어져 왔으나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산업화에 밀려 사양화 직전까지 몰려 있는현실이다. 칠목기는 어느 집이나 하나 이상씩은 가지고 있고 나전칠기의 경우 부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져 수요가 끊이지 않았으나 그마저도 중국산 싸구려 목기와 유럽의 고급 가구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있다. 현재 칠기 시장은 1천5백억원 규모이나 매년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다.칠기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부분의 다른 전통상품과 마찬가지로 업체 규모가 영세하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6백60여개가 있으나 대부분 서너명의 기술자를 데리고 운영하는 영세업체들이다.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인건비가 비싸 가격경쟁력을 갖출수도없고 그나마 기술 전수자도 거의 끊겼다. 태극공예가구의서모씨(40세)는 『나전칠기의 경우 10년 이상 기술을 배워야 겨우기술 전수가 완전히 이뤄지는데 이미 40대 기술자에서 맥이 끊겼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더 큰 문제는 중국에서 들어온 가짜 칠기들이 진짜로 둔갑해 싼 가격에 팔리면서 우리의 전통 칠기 공예품은 더욱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을 찍어서 만든 가짜나전칠기 보석함과중국산 밥상 등이 전통 상품으로 둔갑해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나무 밥상과 제기의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 중60∼70%가 중국산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그러나 칠기는 현대 가구제조기술과 접목하면 세계시장 진출이 매우 유망한 민족산업으로 꼽힌다. 특히 나전칠기 가구와 칠기 목공예는 해외에서도 호평받는 상품으로 생산공정이 과학화되고 유통질서가 잡히면 고부가가치 수출상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옻칠을 현대적인 도료로 개발하는데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연구실은 「전통과학기술 조사연구」를통해 『옻을 알루미늄과 강철판에 칠한 뒤 구워 재질 시험을 한 결과 페인트나 에나멜 등 화학도료와 달리 산이나 알칼리에 녹지 않으며 내열 내염성과 방부 방충효과가 더 컸다』고 밝혔다. 옻의 이런 특성을 잘 살리기만 한다면 케이블선 선박 항공기 등 각종 산업기기의 무공해 도료로 개발할 가치가 아주 크다는 것이다.◆ 안동포/한산모시기술수준 높아 패션상품화 가능안동포와 한산모시는 전통 섬유제품으로 새로운 섬유로 세계시장공략이 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안동포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대마섬유를 의복에 이용한 분야며 한산모시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안동포는 경북 안동시 중심의 지역특화 생산상품으로 72호의 생산농가에서 연간 16억원 가량의 안동포를 생산해 내고 있다. 한산모시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 중심의 지역특화 상품으로 8백호의 생산농가에서 80억원 규모씩 생산되고 있다.안동포와 한산모시는 섬유소재가 특이한 점, 통풍성과 흡수성이 좋아 여름 의복에 적합한 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패션상품화하기쉬운 점 등 세계적인 섬유소재로 각광받을 여지가 많은 전통상품이다. 그러나 고급 기술인력의 고령화와 저가의 중국산 난립으로 생산기반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안동포의 경우 중국산에 비해 원료가공이나 직조기술이 우수하나 가격은 중국산 삼베보다 10배가비싸다. 한산모시도 중국산에 비해 질감이 부드럽고 올도 가늘어품질은 뛰어나지만 가격은 중국산의 3∼5배에 이른다.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비싼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건비가 높기 때문이다. 안동포와 한산모시를 고부가가치 전통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근대적 가내수공업 방식에서 탈피,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이 이뤄져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방의료기기공학기술 부족 330여업체 수입의존한의학은 서양의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최근각광받고 있다. 한의학에 대한 가치에 새롭게 눈뜨면서 가정에서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수지침 용구나 뜸질 기기 등 한방의료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맥진기 경락측정기 등 한방의료기기는 종류만 해도 수백가지. 아시아에 이어 서구에서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세계 시장 규모가30억달러(2조4천억원)에 달한다. 국내 시장 규모는 60억원 정도.제조업체수는 3백30여개에 이르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실제 생산업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94년의 경우 한방의료기기 수입액은 약 3백90만달러였고 수출액은 56만달러로 수입이 수출의 약7배에 달했다.한방에 대한 역사가 오래되고 축적된 노하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한방의료기기 생산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의료기기를 생산하기 위한 공학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방과 공학을 접목해한방에 적합한 의료기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한방은 기기보다는 한의사의 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인식이 있어 한방의료기기의 산업화가 늦어지고 있다.◆ 천연염색천연소재로 우리만의 빛깔 상품화식물의 꽃 잎 열매 수액 등과 동물의 혈액 분비물, 흙과 돌가루 등광물을 이용해 색깔을 내는 염색법이다. 같은 재료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색소성분을 추출하는 기간, 발효기간, 산화 및 후처리 기간등에 따라 나타나는 색깔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게 특징이다. 기능보유자들이 옛날부터 구전돼 내려오는 전통기술을 가지고 소량씩만들어 내고 있다. 주로 전통의류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요는 극미미미한 수준이고 색상이나 무늬 등이 균일하지 않아 산업화에도 어려움이 많다.기능보유자는 제주지역에 1백명으로 가장 많고 영·호남지역에 약40명, 기타 지역에 30명 정도로 대략 2백여명이 남아있다. 시장규모는 염색직물이 30억원, 기타 5억원 정도로 대략 35억원이다. 천연염색 기술을 과학적으로 분석, 일정한 조건에서는 균일한 색상과무늬가 나타나도록 현대기술과 접목한다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있는 전략 전통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염색할 소재에서부터 천연염색과 패션디자인까지 일관적으로 연결돼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패션산업의 한 분야로 적극 육성한다면화학 염색약으로 낼 수 없는 우리만의 빛깔로 세계 패션시장에서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유망분야다.◆ 한지화선지 장판지 등으로 활용 가능성 무궁무진우리가 흔히 쓰는 펄프종이는 제조공정상 수산화나트륨 차아염소산황산알루미늄 등을 사용해 산성(pH 4∼5.5)을 띠며 섬유조직이 약해 1백년이 지나면 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분해된다. 이에 비해 전통한지는 주로 닥나무를 이용해 알칼리성 잿물에 표백하고 닥풀을점착제로 사용, 제조하는 중성지로 1천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고 보존된다.국내 시장은 60억원 규모며 약 60여개 한지 제조업체가 활동하고있다. 그러나 한지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원료를 중국 태국 등에서수입해야 하고 중국 등지에서 저가의 한지가 쏟아져 들어와 국내업체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기능이 전수되지 않는 것도 문제점. 40∼50대 기술자에 의해 명맥이 겨우 이어지고 있는 형편이다.이런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한지의 장래성은 밝은 편이다. 화선지, 캔버스 대용지, 장판지, 창호지, 벽지, 포장지, 필터용지 등으로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온돌침대온돌문화의 장점 살려 수요 증가우리나라 전통 주거양식인 온돌난방 기술과 서구의 침대문화를 접목한 전통상품. 고가품으로 주로 상류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있다. 아파트형 주거문화 확산으로 침대문화가 보편화됨에 따라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예측되고 있다.온돌난방 관련 업체는 약 30여개며 지난해 온돌침대 시장 규모는50억원 규모다. 용도에 따라 규격화 표준화되지 못했고 기술수준도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침대 이외의 전통 온돌난방의 경우 수요시장이 거의 전무한데다 전수 및 전래기술이 사실상 단절됐다. 분야를 온돌침대로 한정해 서구식 침대보다 건강에 좋다는 점을 강조한다면 산업화는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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