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발' 묶어 자율성장 해쳤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소유구조는 철저히 정부의 금융정책에 따라결정돼왔다. 특히 은행의 경우 소유지분을 엄격하게 제한해왔다.금융기관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정부의 정책은 나름대로 충분히 명분이 있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금융자본과산업자본의 분리를 원칙으로 금융정책을 펴고있다.금융기관과 산업자본의 소유관계가 밀착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와 같이 자금수요가 공급보다 항상 큰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에 대출자금이 편중됨으로써 경제력집중을 가져올수 있다. 다시말해 대주주인 대기업이 은행경영권 및 인사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 경쟁기업에 대한 대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금융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독점적으로 부당하게 이용할수도있다. 이밖에 부실자회사 및 관련회사에 대한 무리한 대출로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그러나 최근들어 정부의 소유지분제한에 대한 문제점이 하나둘씩드러나고 있다. 금융자율화 및 개방화가 급진전되면서 「산업자본과의 분리」이상의 명제가 부각되기 시작하고 있다. 또다른 명제는「경쟁력확보」다. 은행 등 금융기관의 소유구조논쟁은 생존논리및 주인찾기와 맞물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소유제한등 각종 규제는 금융기관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왔다. 금융기관들은정부의 보호와 규제속에서 도토리키재기식의 싸움만 지속해왔다.반면 선진국 금융기관들은 국제무대에서 「한판 싸움」을 치르기위해 체중을 불리고 경쟁력을 키워왔다. 각국 정부도 규제완화 등을 통해 합병을 촉진시키고 있다. 겁나는 싸움에 내몰리게 된 국내금융기관은 시어머니(정부)의 눈치만 살피며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콘크리트보다 단단한 당위성을 딛고도 국내 금융기관의 합병이더딘 이유는 어찌됐건 정부의 지나친 금융에 대한 간섭에 있다. 퍼스트내셔널시카고은행 서울지점의 마이클 브라운지점장은 『정부의지나친 간섭이 은행의 자율성장을 가로막는다』며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규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합병 및 통폐합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금융기관의 소유구조를 분야별로 알아본다.? 은행시중은행은 「주인없는 회사」라는 한마디로 쉽게 소유구조를 설명할 수 있다. 외국사람이 우리나라 은행의 소유구조의 특징을 물어오면 증안기금 보험회사 투신사 대기업 등이 지분을 적당히 나눠갖고 있다고 말하면 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지분을 할당했다는 부연설명도 가능하다. 그렇다고 선진국 은행처럼 지분이 철저히 분산돼 있어 5%정도의 지분율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애당초 누구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돼있다. 책임경영체제의부재로 생산성과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은 은행의 소유구조에 기인하는 것이다.실제로 95년 국내 일반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은 4.19%, 총자산이익률은 0.32%인 반면 국내진출 외국은행은 각각 10.95% 및 1.38%를기록했다.정부의 은행에 대한 소유제한은 계속 강화돼왔다. 지난 94년말 개정된 은행법은 금융기관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동일인(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시행령상의 동일인 개념과 유사) 소유지분한도를 8%에서 4%로 하향조정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경영권의 효율적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금융전업기업가」제도를 도입했다. 아이디어는 괜찮았으나 실효성은 없는 제도였다. 전업기업가는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은행업에2천억원 정도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개인도 없을 뿐더러 요건도 까다로웠다는 지적이다.지방은행의 소유상한은 예전과 같은 15%로 유지하고 합작은행의 경우 외국의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해 국내 지분참여자들에게도 소유상한규제의 예외를 인정했다.이같은 은행의 소유구조는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금융연구원은 발표자료를 통해 은행의 소유지분한도가 엄격히 제한됨에 따라 은행의 실질적 주인이 존재하지않고 이로 인해 은행경영인의 주인의식이 결여됨으로써 합병 및 통폐합이 강력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금융겸업화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간 은행그룹간 규제의 형평성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금융전문가들은 선규제완화 후감독강화를 통해 금융기관을 정예화시키고 업사이징 다운사이징을 동시에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미국의 경우 기업의 은행주식보유는 지분율 25%를 초과하지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일본은 은행주식소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은 없으며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증권사설립과정에서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하지만 소유제한은 없다. 따라서 산업자본과의 밀착도가 가장 큰 금융기관이다.반면 경쟁도 치열하다. 상품개발 등에서 손발이 묶여 있지만 책임경영으로 어느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별 업무영역이 비슷해 규모별 업무특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따라서 금융자율화가 진전되고 겸업화 등 금융산업구조가 바뀌면가장 활발히 통폐합 등 M&A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부대형증권사들은 장기적으로 국내은행을 M&A하거나 해외에서 은행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소유주에 따라 30대재벌기업소유(12개사) 기타 산업자본 및개인(8개사) 은행 및 금융자본(11개사)외국인합자(2개사) 등으로나뉜다. 증권회사 전체로 볼 때 대주주 1인의 평균지분율은 88년의36.4%에서 95년 23.9%로 감소하여 소유분산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이나 다른 금융산업과 비교해 볼 때 대주주지분율이 매우 높다.따라서 대주주가 사적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고 계열사소속의제조업체와 증권사간 불공정한 내부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 대규모기업집단소속의 증권사들이 회사채인수등 발행시장업무와 법인영업부문에서 독주하고 있는 것도 계열기업의 직간접적인 후원덕이다.증권회사는 계열사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불가능하지만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된 회사채를 떠안는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투신사투신사의 경우 30대 대기업의 기존 투신사지분소유는 15%(지방사30%)로 제한되고 있다. 서울소재 3투신사의 경우 은행(한국투신과대한투신의 66.3%)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에 의한 보유비중이절대적으로 많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지분이 할당된 측면이 없지않다. 이들 기관간에는 소유가 분산돼 있어 개별 기관에 의한 경영권행사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방투신사의 경우 지역상공인과 주민들에 의해 지분이 분산돼 있어 산업자본과의 연계성은 적은 편이다.정부는 지난해 증권사의 투신업진출을 허용하면서 10대재벌기업군소속의 증권사에 대해서는 단독출자제한조항을 두어 산업자본의 투신업 지배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규내에서 투신사지분을매입해 경영권을 획득하는데 대해서는 명시적인 규제규정이 없어M&A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보험사의 소유구조는 생명보험의 경우 15개 대기업의 신규참여가금지돼 있으며 16~30대 대기업에 대해서는 총발행주식의 50%미만까지 취득할 수있도록 규제돼 있다.이같은 제한으로 30대 재벌의 생명보험업 진출은 활발하지 못해5개사(국민생명과 한국생명은 각각 LG 및 현대와 특수관계인관계), 30대 재벌 이외의 기업 및 개인소유 생보사는 16개사, 외국인 소유생보사 및 합작사가 12개사이다. 반면 손보사의 경우 지분소유에 대한 규제가 없으며 현재 대부분의 산업자본이 지배하고있는 실정이다.우리나라 생보사는 상법상의 주식회사형태이면서 계약자배당을 하는 상호회사상품을 취급하고 있어 실질적인 주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종금사인수합병에 대한 열기가 가장 뜨거운게 종금사이다. 설립당시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의 출자비율을 50대 50으로 하고 경영권은 국내주주가 보유하도록 해 아직까지 타금융기관에 비해 외국인 주주의지분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투금사에서 종금사로 전환된회사들의 경우 중견기업들이 금융업 진출의 교두보를 활용하기 위해 적대적으로 M&A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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