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은행-유니버설뱅킹 추구

지난해 8월 세계은행가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뉴욕소재의케미칼은행과 체이스맨해턴은행이 올 6월까지 합병을 통해 총자산약3천억달러 자기자본 2백억달러의 미국내 최대은행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합병목적은 국내 및 국제금융업부문의 강화,영업지역의 확대, 고객기반의 확충, 다양한 금융상품의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것.그러나 얼마 안가 더 큰 또 다른 충격이 금융계를 뒤흔들었다. 일본 도쿄은행과 미쓰비시은행의 합병으로 세계최대은행이 탄생한다는 것. 두 은행 모두 업무면에서 보완기능이 있는데다 경영상태가견실해 상호보완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었다.이외에도 은행끼리 짝짓기를 통한 초대형은행의 탄생은 계속됐다.아메리카뱅커지에 의해 자산규모로 세계최대은행(95년말 기준)으로꼽혔던 독일 도이체은행은 지난 6월 경쟁사인 바이에리시 베르라인은행의 지분 5.21%를 3억3천만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미국에서는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웰스 파고은행이 1백16억달러에 퍼스트 인터스테이트은행을 합병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합병이 이뤄졌다. 지난달 말에는 네이션스은행이 보트맨스은행을인수해 일약 자산규모 4위의 대형은행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세계금융계가 합병열풍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산술적으로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 그러나 수리계산을 넘어서 「하나에 하나를 더한 것은 둘보다 크다」를 외치며 세계 금융계를지배하고 있는 화두는 단연 「인수합병」이다. 부실은행의 퇴출수단으로 또는 은행의 대형화를 통한 성장전략으로 사용되던 것을 넘어 이제는 전세계를 시장으로 삼는 유니버설뱅킹을 지향하면서 초대형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로 인수합병이 계속 활용되고있다.은행간 합병이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금융선진국인 미국. 미국에서 은행합병이 활발히 전개된 것은 다른 주에서의 은행영업을 제한하던 규정이 80년대 후반들어 자율화하면서부터다.◆ 초대형은행 도약의 디딤돌 ‘인수합병’여기에 전자통신기술의 발달로 원거리소재은행간의 합병이 촉진됐으며 은행의 정보산업화가 대규모의 투자를 요하는 점도 은행간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계기가 됐다. 부실대출감소와조직개편에 의한 비용절감, 수수료체계의 변경등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대출채권의 증권화로 유동성이 증가한 것도 은행간합병을 자극했다.대표적인 은행합병사례는 자산규모 7백42억달러로 미국내 10위인퍼스트시카고은행과 4백78억달러로 18위인 NBD은행간의 합병. 초대형은행을 추구하기 위해 이뤄진 두 은행의 합병으로 생긴 퍼스트시카고 NBD은행은 자산규모 8위로 뛰어올랐다. 합병효과로 연간2억달러에 이르는 영업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으며 저수익자산을 처분하면서 연간 5천만달러의 수익이 증가했다. 또 고객기반이 확대되고 국제금융업무강화와 자산관리업무강화로 상품서비스를 높이는효과까지 얻었다.오는 97년 주간영업 및 지점설치의 완전자유화로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한 은행합병은 더욱 증가해 초대형은행과 소형은행으로 은행판도가 이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은행의 증권업무를 금지한 「Glass-Steagall법」이 폐지되면 이종금융기관간의 합병도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일본은 68년 「금융기관의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금융기관간의 합병이 활발히 진행됐다. 법제정후 지난 94년까지7건의 은행간 합병과 1백90건의 동종금융기관간 합병, 50건의 이종금융기관간 합병이 발생했다.특히 80년대 후반부터는 금융의 국제화·자율화조류, 버블경제붕괴에 따른 은행의 경영 악화, 선진금융구조를 목표로 93년 「금융제도개혁법」 시행 등으로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실현과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주도권확보 등을 이유로 은행간 합병이 빈번히 생겼다.일본은행의 합병사례로 대표적인 것은 90년 4월 대형은행인 미쓰이은행과 다이요고베은행의 합병. 미쓰이은행은 도시은행으로 대기업거래 및 국제업무 도매금융에 강한 반면 다이요고베은행은 국내 개인고객과 우량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에 장점을 가진 은행이었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생긴 사쿠라은행은 자산규모면에서 일본최대은행으로 떠올랐으며 경상이익도 5위권내로 진입하는데 성공을 거뒀다.올해 세계 금융계를 놀라게 한 대표적인 금융합병인 도쿄은행과 미쓰비시은행의 합병은 대형은행간 업무보완형 합병의 대표적인 케이스. 도쿄은행은 취약한 국내기반을 강화하고 치열해지는 해외경쟁에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 합병을 준비했으며 미쓰비시은행은 국제업무강화와 최고은행으로의 도약, 미쓰비시그룹의 글로벌 국제전략 지원, 유니버설뱅킹체제 구축 등을 목표로 합병을 추진했다.현재 거액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데다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악화가 예상되는 일본은행은 합병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1천억엔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3차 온라인시스템구축에 따라 규모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돼 일본은행들의 합병열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합병형태에서는 과거와 같이 양적확대만을 위한 합병이 아니라 효율성제고라는 문제를 심각히 고려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반면에 도쿄미쓰비시은행처럼 업무보완기능을 향상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 특히 세계적인 유니버설뱅킹을 지향하는 합병이 계속 이어지면서 세계금융계의 강자로 자리를 지켜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대형 대 소형으로 은행구조 이분될듯유럽의 경우 통합에 따른 업무영역확대로 은행통합에 가속이 붙으면서 90년대 초반의 절정이후 최근 다시 활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만도 유럽내에서 국내 국제거래를 통해 이뤄진 은행합병인수는모두 99건. 이 가운데 피인수은행의 자본금규모로 1∼10위권 거래가 35건, 11∼50위권의 거래가 45건으로 중대형은행간의 인수합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대형은행의 합병진전에 따라 유럽상위 10대 은행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은행들은 모두 합병매수에 적극적이었던 은행들이 차지하고있다. 94년말 자산규모 유럽 1위인 도이체은행, 3위인 크레디 리요네 등은 국내외 중소형은행들의 매수를 통해 성장했으며 4∼6위인HSBC Holdings, CS Holdings, ABN-AMRO은행 등은 국내 대형은행간의 합병을 통해 성장했다.국가별로 경제규모나 정책상 은행합병에 있어 차이점을 보이는 점도 특징이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 시장규모가 작은 나라에서는합병이란 규모확대를 통해 외국금융기관의 진출시 가질 수 있는 「파이」를 줄여 시장진입을 사전에 막는 방법으로 대형은행간의 합병이 추진됐다.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정부가 단일시장내에서 자국은행산업의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병촉진책을 시행했다. 스웨덴 핀란드 등스칸디나비아반도의 나라들은 부실화로 인한 정부주도의 은행통폐합이 잦으며 금융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스위스 등에서는 대형은행에 의한 소형금융기관의 매수가 많이 나타났다. 이같은 국내은행간 합병과 함께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의 대형은행이 유럽에서의 주도권확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은행을 경쟁적으로 매수하는 양상을 보인 점도 두드러진 현상이다.주요 사례를 보면 도이체은행이 이탈리아의 Banca d’Americad’Italia와 스페인 Banco Commercial Transatiantico, 영국MorganGrenfell은행을 인수했으며 크레디 리요네는 스페인의 BancoCommercial Espanol과 독일의 BfG Bank,바클레이즈은행은 독일의Merck Finck&Co.은행을, 네덜란드의 ING는 영국의베어링(Barings)을, 스위스의 SBC는 영국 S.G.Warburg은행을, 독일의 Dresdner은행이 영국의 Klienwort Benson은행을 각각 인수했다.유럽연합의 장벽제거와 향후 3년 이내의 단일통화동맹형성에 따른경쟁력강화가 시급해 은행간 인수합병은 더욱 성행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특히 국제금융시장의 주도권장악을 위해 미·일의 대형은행들과 한판승부를 벌이기 위해 서로 다른 국적의 은행합병을 통한 유니버설뱅킹의 추진이나 소규모지역을 영업대상으로 삼는 다종전문화형 은행을 목적으로 하는 중대형은행간의 합병,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경제를 추구하는 중소형은행간의 합병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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