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비메모리 무한한 '광맥'

반도체 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발을 들여놓은 이상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것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특히DRAM을 중심으로한 메모리 분야는 한 번 생산 시설을 갖춰 놓을 경우 시장의 변화에 맞춰 끝까지 따라 갈 수밖에 없게끔 되어 있다.이같은 현상은 메모리 산업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성격에 기인한다.가장 큰 특징은 RAM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생산설비를 전면 교체해줘야한다는 점이다. 그 전 단계의 설비는 거의 소용이 없다.또 하나는 새 세대 반도체의 생산설비를 갖추는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다 요즘은 반도체 라이프 사이클이 워낙 짧은 까닭에설비 교체시기도 금방 돌아온다는 점이다.DRAM 반도체의 라이프 사이클은 대체로 3년 주기를 갖고 있으며각 사이클마다 4배씩 집적도가 향상된다. 세대(집적도)별 연구개발(R&D) 및 양산 투자규모는 4M의 경우 3억8천만달러, 16M 11억5천만달러, 64M 24억달러, 256M는 연구개발 투자규모만 8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나눠 연구→시험 생산→대량생산 등의 3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단계 중 어느 하나만뒤처지더라도 전체 시장을 잃는 결과를 낳는다. 적기에 투자해서성공을 거둬야만 그 기업의 활로가 보장받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다. 그동안 투자한 것을 보상받을 길이 없기때문이다.또한 워낙 업체간 선 출시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메모리 세대별 연구에서 양산까지의 단계가 서로 중첩되고 있는 점도 반도체업계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소다. 4M 메모리를 시험생산할 단계쯤에는 이미다음 세대인 16M의 개발이 끝나 있어야하고, 4M 양산 단계에서는64M 개발을 마치고 시험생산 단계에 들어가 있어야한다. 한마디로「베팅」을 할 수 있는 배짱과 기술력을 고루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내에 투자액을 회수해야한다. 적자의 누적이 다음 단계의 사업을 어렵게 만들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경기흐름에 일희일비하는 한국반도체메모리 산업의 성격이 이처럼 도박성을 띤 까닭에 흔히 석유시추와비견되기도 한다. 잘되면 한건 하지만 실패하면 수억달러를 날린다는 점에서 두 사업은 유사성을 많이 지니고 있다. DRAM을 최초로개발한 미 TI(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창업주가 텍사스 석유사업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이라는 것은 우연일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메모리 사업은 최고경영자가 아니면 할 수 없다. 회사 재산에 대한「처분권」을 지니지 않은 전문경영인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그래서 이 사업은 주주의 눈치를 심하게 봐야하는 미국보다는 오너경영체제인 한국이나 일본의 기업에 적합하다는 게 정설로 굳어있다. 실제 미국은 메모리 생산을 포기하다시피했고 대만은 국가의주도 아래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다. 세계 10대 DRAM 공급 업체 가운데 미국은 TI와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단 2개사 뿐이며 나머지는전부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TI는 미국내에서는 생산하지 않는다.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메모리 사업은 경기변동을 심하게 탄다는 결정적 약점도 지니고 있다. 1∼2년 전처럼 DRAM이 극도의 호황세를타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처럼 언제 반전될 것이냐를 점치는 외에는달리 할 일이 없는 어려운 시점도 맞기 마련이다. 업계의 현안이되고 있는 공급 과잉의 문제는 언젠가는 해소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 반도체업계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또 다시경기의 흐름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비중을 감안할 때 기업의 입장에서든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서든 현재와 같은 상태가 바람직하지 않음은 물론이다.이같은 취약성과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되어 온것이 비메모리 반도체사업의 강화다. 정부 당국이나 업계가 모두비메모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나 여러 가지 여건상, 그리고 DRAM이 워낙 호황을 구가해온 탓에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상승곡선을 타고 있을 때 불균형이던 분야에 집중 투자를 했어야 했는데 사실 그 기간 동안 DRAM이 가져다 주는승전보에 젖어 있던 측면도 없지 않다.표준화된 설비를 갖추고 마구 찍어 내기만 하면 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비메모리는 특정목적에 쓰일 용도로 제작되기 때문에 회로 설계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즉 사용자가 명령을 주면 미리 설계된 회로를 따라 특정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이 비메모리 반도체이다. 메모리 앞에 통상 「범용(汎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반해, 예컨대 비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대표적 제품이라 할 수 있는ASIC(Appreci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s)이 「주문형 반도체」라고 불리는 것은 두 반도체가 갖고 있는 특성의 차이를 잘보여준다(메모리·비메모리의 구분은 한국에서만 편의적으로 사용되는 분류방식이며 외국에서는 메모리·마이크로 컴포넌트·로직등 3분야로 구분하는 것이 보통이다. 메모리는 DRAM, SRAM, NVM(비휘발성 메모리) 등으로, 마이크로 컴포넌트는 MPU, MCU, DSP 등으로, 로직은 ASIC과 표준 ASIC, 기타 DIGITAL LOGIC 등으로 각각 세분된다. 그러나 세분류를 어떻게 하든 크게는 기억소자와 논리소자의 두가지로 나뉜다).비메모리는 메모리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많이 갖고 있다. 먼저특수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의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경기 변동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용도에 있어서도 DRAM은 컴퓨터 외에는 소용되는 곳이 거의 없지만 MPU(MicroProcessor Unit), MCU(Micro Controller Unit), ASIC 등 비메모리는 컴퓨터를 비롯해 가전 통신 공장 자동화 설비, 각종 산업용 전기기기 등 사용처가 광범하다. 특히 가전이나 컴퓨터처럼 여러 가지 부품이 모여 하나의 세트를 구성하는 이른바 세트산업에서 비메모리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두뇌 유치 등 다각화전략 추구비메모리의 또 다른 장점은 메모리가 사용하고 남긴 생산설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메모리의 경우 집적도가 높아지면회로 선폭도 더욱 좁아져(4M는 0.8㎛, 16M는 0.5㎛) 그 앞단계의생산설비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그러나 비메모리의 경우는 메모리 만큼 집적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메모리를 만들고 난 뒤의 「철 지난」(회로 선폭이 넓은)설비를 비메모리 생산에 전용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같이 메모리를 대량생산하는 나라에서는 유휴설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게 되는이중의 효과가 있게 된다(최근 들어서는 ASIC기술이 메모리 세대에상당히 근접해가는 추세에 있기는 하다).비메모리는 시장의 크기 또한 DRAM에 못지않다. 미국의 반도체 전문 통계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오는 2000년대 DRAM시장이9백43억달러에 이를 전망인데 반해 마이크로 시장은 7백76억달러,로직은 4백2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각각 예측되고 있다. 이밖에 비메모리는 생산기술이 관건인 메모리와 달리 설계기술이 핵심인 고부가가치 제품이므로 단가 또한 DRAM보다 훨씬 더 비싸다는 것도비메모리 투자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비메모리 수준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문자 그대로 열악한 수준에 처해 있다. 비메모리가 전체 반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미치고 있고, 그 가운데에서도 부가가치가 큰 논리 분야와 마이크로 분야는 3.6%만을 점유하고있다. 말로는 세계 반도체 3위 국가라지만 그 이면에는 가전·컴퓨터 등 세트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반도체의 75%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한심한 현실이 가려져 있는 것이다. 한국의 가전 산업이외형상으로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왔으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선진제품의 모방·답습에 불과한 것이 한국 전자업계의 에누리없는 현주소인 것이다.최근 비메모리중에서도 가장 강조되고 있는 ASIC의 경우 한국의 기술수준은 대만에도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기술수준을 1백으로 볼 때 미국은 1백10, 유럽은 1백5정도이며 대만은 50, 한국은 가장 처져 30에 불과하다(한국 반도체 산업 협회).전문 설계 업체만해도 한국은 4∼5개 정도인데 대만은 50∼60개로무려 10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한국이 이처럼 비메모리 산업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주요 요인으로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시장 수요가 적었던 것과그에 따른 설계 전문인력 양성의 미흡을 들 수 있다. 우선공급자(제조업체) 측면에서 볼 때부터 「역불급」이었음을 알 수있다. 비메모리를 설계하려면 가전제품 각 부품에 대한 기능을 환히 꿰뚫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화상이나 음성이 어떤 경로를 거쳐전달되고 상호 연결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또한 시장 측면에서 볼 때 메모리를 표준 기성복이라고 하면 비메모리는 맞춤복에 비유할 수 있는데 『한국 시장은 맞춤 양복을 주문할 정도의 시장이 없었다』(주대영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는 얘기다. 미국의 예는 그만두더라도 일본의 경우 VCR이나 카세트 오디오 등의 고유 모델을 개발할 능력이 있었고 따라서 여기에 장착하기 위한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고유 기획모델을 내놓을만한 능력이 안됐기 때문에 비메모리 시장 자체가형성되지 못했다. 일본제품을 그대로 베끼거나 디자인만 약간 수정해서 시장에 내놓는 판에 비메모리가 성장할 토양이 형성될 수 없었던 것이다. 능력도 없었지만 시장도 없으므로 굳이 기술개발에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비메모리 분야의 기술 발전과 축적을 가로막아왔다고 할 수 있다.◆ 정부, 기술집약형 설계전문 중소기업 육성키로현실이 그렇다보니 학교교육에서도 설계인력을 양성하지 못했다.대학 「전자공학과」는 있었으나 「전자설계공학」과는 없었고 최근 2∼3년전에야 이 과정이 개설됐다. 그나마도 일부 대학의 대학원에 한정되어 있는 형편이다. 졸업생들 역시 「비전 없는」 회로설계보다는 손쉽게 창업할 수 있고 잘만하면 큰 수입이 보장되는소프트웨어쪽을 선호했다. 실제 비메모리 회로 설계에 대한 능력이있다해도 대규모의 설비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창업은 엄두도 낼수 없었던 게 현실이다. 메모리는 생산장비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비메모리는 사람이 말을 하는데, 한국은 사람을 키울 수 없었던 구조였다.그러나 이제는 비메모리 수요도 커지고 있는데다 더 이상 불균형발전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삼성현대 LG등 은 오는 2000년까지 각사별로 수천억 내지 2∼3조원에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ASIC 분야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들은 차세대 유력제품인 DSP나 멀티미디어용 반도체, 정보고속도로의 확충에 대비하는 미래 통신기기용 기술 확보등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의 아킬레스건인 원천기술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두뇌의 유치 또는 외국업체와의 기술제휴나 공동개발, 기술력을 갖춘 업체의 인수 등 다각적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종합 반도체 회사로서의 균형성장을 추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반도체 업체 중에서는 인도인 등 능력 있는 외국두뇌도 상당수 들어와서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정부 또한 지난해 대덕 KAIST에 반도체 설계교육센터(IDEC)를 설립한 것을 비롯, G-7 사업에 따른 ASIC 개발 및 전문대학원 설립 지원, 기술집약형 설계전문 중소기업(디자인 하우스) 육성 방침 등을발표하면서 업계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끝가는데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진장한 시장이다.데이터퀘스트에 의하면 주요 전자기기의 반도체 장착률은 95년의19.2%에서 오는 2000년까지는 28.1%까지로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정보화 사회가 보다 구체성을 띠게 될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이 수치가 더욱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워낙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 쫓아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놓칠수도 없는 분야임에는틀림없다.한국 반도체 산업은 이제 다른 선택이 없다. 지금까지 메모리 분야에서 앞서 왔던 경험과 기술 축적이 있으므로 △통신분야를 겨냥한비메모리 설계기술 개발 △설계전문업체의 창업 지원 및 대기업과의 수평적 연대 △설계인력의 양적 확충 △ ASIC 전문 반도체 제조공정 사업 지원 등을 통해 메모리에서 이룬 신화를 비메모리에서또 한번 연출하는 방안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도체란 무엇인가평범한 모래의 한 종류인 실리콘. 그러나 실리콘은 보통의 물질과는 다른데가 있다. 바로 전기를 흐르게도 하고 흐르지 않게도 하는특성이다. 이를 이용해 인간은 전기가 흐르면 「1」, 흐르지 않으면 「0」으로 하여 복잡한 계산을 할수 있는 반도체를 고안해 냈다. 사실 컴퓨터가 해내는 난해한 수학적 계산이나 3차원영상은 모두 0과 1의 나열일 뿐이다. 컴퓨터는 이를 매우 빠르게 처리하는것이다.원래 순수한 반도체는 부도체처럼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 여기에인위적으로 빛이나 열 또는 불순물을 넣어주면 도체처럼 전기가 흐르게 된다.반도체는 크게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로 구분할수 있다.메모리는 글자그대로 정보를 기억(저장)할수 있도록 만든 반도체.읽고 쓸수 있는 램(RAM;RandomAccess Memory)과 기억된 정보를 읽기만 할수 있는 롬(ROM;ReadOnly Memory), 캠코더등에 쓰이는 CCD(ChargeCoupled Device)가 있다. 램은 전원이 꺼지면 기억된 내용이 지워진다. 휘발유처럼 날아간다고 해서 휘발성메모리라고도 한다. 램은컴퓨터의 주기억장치나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저장할때 사용한다.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는 D램(Dynamic RAM)은 기억소자당 가격이 저렴하고 집적도를 높일수 있어 대용량 메모리로 주로 이용한다. 롬은 전원이 꺼져도 기억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기 때문에 비휘발성이라고 한다. 컴퓨터의 운영체제(OS;Operating System), 각종 전자기기의 고정된 프로그램을 저장하는데 사용한다.마스크롬, EEP롬, 플레시메모리 등이 있다.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제품을 비메모리 또는 마이크로(Micro)제품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ASIC(Application Specific IC). 사용자의 주문에 의해 설계하여 독점공급하는 주문형반도체이다.ASIC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다양한 설계능력이 필요한만큼다품종 소량생산체제에 맞는 제품이다. 고속D램과 함께 유망한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컴포넌트(MPU, DSP 등의통칭) 파워IC, 리니어IC 등이 있다.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웨이퍼를 만든다. 웨이퍼는 실리콘등 반도체물질을 얇고 둥글게 가공한 것으로 이위에 집적회로를 만들어 넣게 된다. 직경이 클수록 반도체를 더 많이 생산할수 있다.이와 함께 전자회로를 설계하여 유리마스크에 그린다.웨이퍼의 표면에 여러종류의 막을 형성하여 이미 만든 마스크를 사용하여 특정부분을 선택적으로 깎아내는 작업(식각)을 되풀이함으로써 전자회로를 구성(화학시상증착)해 나간다.이과정을 웨이퍼가공(Favrication)이라고 하고 줄여서 FAB라고 한다. 웨이퍼가공이 끝나면 웨이퍼상의 칩을 개개로 잘라서(칩절단)리드프레임과 결합(도선연결)하여 완제품으로 조립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함으로써 반도체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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