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 전망 겹쳐 '반토막'

세계반도체경기흐름은 삼성전자의 주가움직임으로 쉽게 알수 있다.다시 말해 90년대들어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경기에 일정기간선행해 등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매출의 절반이상과 순이익의 70%이상을 반도체부문이 차지하고 있어서이다. 주가와 반도체경기의 연동성이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발빠른 애날리스트라면 올 상반기 D램가격의 하락을 어느정도 예상할수 있었다. 물론 16메가 메모리반도체가격이 70%이상 급속히 떨어질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반도체경기논쟁반도체경기논쟁이 처음 일어난 것은 지난 94년말부터였다. 그러나멀티미디어의 확대보급으로 반도체수요가 공급을 계속 웃돌아 삼성전자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TI) 등의 주가는 탄탄한 상승세를 탔다. 세계 반도체기업의 주가움직임에 비춰볼 때 반도체경기논쟁은허무맹랑한 중상모략으로 비쳐질 정도였다. 특히 삼성전자주가는95년 한해동안 50% 가까이 오르는 맹위를 떨치며 국내 증시의 「희망」으로 발돋움했다. 실제 수익이 충분히 뒷받침됐다. 삼성전자의95년 한해동안의 순이익은 2조5천억원 규모로 어지간한 재벌그룹의총매출보다 많을 정도였다.수익이 급증하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반도체논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95년 11월초 메릴린치의 반도체리포트내용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나가던」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의 주가전망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같은 반도체경기논쟁이 전반적인 경기논쟁으로 확산되며 포철 LG전자 삼성전관 등 경기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최근 주가폭락의 전조였던 셈이었다.국내증시를 강타한 메릴린치보고서는 반도체의 수급을 예상한 자료였다. 즉 미국 컴퓨터생산업체들이 PC판매증가둔화로 반도체주문을줄이고있는 반면 반도체생산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설비를 늘리고있어 97년이후에는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게 주내용이었다. 이 보고서는 처음에는 인텔등 미국증시의 하이테크관련주를 곤두박질치게했고 그 여진은 삼성전자에까지 미칠 정도로 컸다.일부 발빠른 외국투자자들은 한발 앞서 삼성전자주식을 처분하기도했다. 자본시장의 개방이 확대되고 정보통신의 기술이 발달하면서미국 하이테크주식과 삼성전자의 주가동조화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그래프참조)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삼성전자의 주가는 세계적인 증시환경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공급과잉전망에 대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삼성전자는 반박자료를 통해 반도체산업의 고성장세가 지속되고 이에따라 수익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열린 투자설명회(IR)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거듭 강조하며 진화에나서는 모습이었다.일부 투자자들은 「정보의 사대주의」가 국내 증시를 멍들게 한다고 한탄했다. 물론 삼성전자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리포트도 없지않았다. 지난해 2월 미국계 CS퍼스트증권이 홍콩 현지법인을 통해 발표한 자료는 주가수익비율(PER)과 주당현금흐름을 감안할 경우 삼성전자는 전세계반도체회사중 가장 저평가된 종목이라고 밝혔다.반도체경기 및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한 논쟁은 이후에도 결론이 나지않고 끊임없이 계속됐다. 지난 3월 삼성전자의 대규모무상증자(30%)실시후 LG증권은 96, 97년 예상수익 등을 감안할 경우 삼성전자의 적정주가는 6만5천원 수준이라는 보고서를 내 주가하락을 촉발했다. 투신 보험권의 펀드매니저들은 당시 LG의 자료가충분한 근거와 함께 제시됐으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컸을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다이와, 워벅은 삼성전자의 주가에 긍정적인 보고서를 냈으나시장에서 관심을 끌지못했다. 메모리반도체의 대세는 역시 꺾였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매수세가 꼬리를 감췄기 때문이다.◆ 반도체가격폭락의 배경 및 전망반도체가격이 폭락한 이유에 대한 해석은 반도체경기 전망만큼이나다양하다. 그만큼 반도체경기에 대한 전망이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국내 반도체전문 애날리스트중 반도체경기전망을 제대로한 이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경기를 낙관하는 입장에서는 올상반기의 반도체가격폭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올 1/4분기에 반도체수요가감소한 것은 미국 PC업체들이 95년 크리스마스수요를 과대예측해과잉주문을 낸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올4/4분기를 고비로 수급이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지난해 반도체보고서로 시장을 강타했던 메릴린치의 최근 리포트도수급개선을 바탕으로 반도체경기회복을 점치고 있다. 동서증권이발표한 분석자료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실려있다. 동서증권은 최근주식시장에서 올회계연도 삼성전자의 적자설이 널리 퍼지고있는 상황에서도 1조원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이란 낙관적인 예상까지 함께 발표했다.그러나 아직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주가에 부정적인 자료를 내놓으면 해당회사와 투자자들로부터 곤욕을 치르는 한국적 상황에서 「대놓고 팔라」는 얘기는 못해도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알음알음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사례가 적지않다. 이들의 의견은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5만원수준까지는 관망하겠다는 투자전략을 마련한 기관들도 적지않다.회의적인 시각의 바탕은 PC수요의 급감에 깔려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주로(70%가량) PC에 쓰인다. 그런데 올들어 PC수요증가가 급격히 둔화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4년동안 연평균 25~30% 증가했던 전세계 PC수요증가율이 97년에는 한자리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16메가D램이 주로 쓰이는 팬티엄급 PC등 고가제품의 수요가 둔화되면서 16메가D램의 수요가 줄어 내년 상반기중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없지않다.대만과 일본에서의 공급압력도 연말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도있다. 대만의 TI에이서등 일부 업체들은 탄탄한 원가경쟁력을 갖추고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반도체생산업체들의 생산력향상도 수급불균형을 심화시켜 반도체가격하락을 가져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16메가 D램의 수율이 80%이상으로 높아져생산성이 지난해보다 두배이상 높아졌다.이같은 상황에서 PC수요를 촉발하기 위한 가격인하가 불가피하다.PC가격이 떨어지려면 반도체가격이 한차례 더 떨어져야 하는등 반도체생산업체들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제기되고있다. 감가상각과 신규투자부담을 동시에 안고있는 반도체업체에추가하락은 경영에 큰 부담을 줄것으로 보인다.3월 0.75까지 떨어진 BB율(수주액 대비 출하액)이 회복되는 것처럼나타난 것도 지금까지 마더보드공급업체를 통해 반도체를 사오던미국의 PC메이커들이 직접구매로 돌아선데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있다. 반도체가격이 하락추세여서 직접 구매가 유리하다고 판단해서이다. 단순한 BB율로 반도체의 수급을 정확히 예상하기가 어려워졌다.크레디리요네의 백기현이사는 세계 반도체산업의 투자비가 출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육박할 정도여서 당분간 공급업체의재고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4년 반도체불황때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 70,80%가량 제품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반도체사이클측면에서 살펴봐도 반도체경기회복을 낙관할 수 없다.반도체가격이 급락하면 대체적으로 3년을 끄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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