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전통상품 '날개짓'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옛 것을 찾아 새 것을 안다. 공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온고지신을 「오래된 일을 품에 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라고 확대 해석했다. 옛 것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과히 앞서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현대에도 적용된다. 전통을 통해미래를 발견하는 일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현재에 더 절실하다. 고유의 특징, 차별화된 장점이 없으면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살아 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옻칠이나 동식물 및 광물을 이용한 천연염색법, 전통 한지, 도자기 제조기술 등 우리의전통 과학기술에 새삼스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유전통상품이 21세기를 눈 앞에 둔 현재 시점에서 어느 정도 팔릴까하고 의심을 갖기 쉽지만 고유전통상품은 나름대로 독자적인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산업정책기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도자기칠기 한지 모시 등 대부분 가내수공업 수준인 국내 고유·전통기술산업은 지난해 2조원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통기술 표준화로 장기적 수출등 목표관계 전문가들은 전통상품 시장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년 20% 이상씩 성장, 2000년 안에 5조원 시장으로 성장할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식품분야만 봐도 전통상품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음료시장에 식혜와 대추 등 전통음료 붐이일어났고 된장이나 고추장 등 장류도 공장 대량생산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앞으로는 식분야에 불고 있는 전통 바람이 의생활 주생활에까지 불어닥칠 것이란 예측이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상품이 현대인의 건강에도 좋고 환경오염을 줄이는데도 좋다는 인식이퍼지고 있기 때문이다.세계시장 공략을 위해서도 전통상품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일은필요하다. 신소재 섬유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세계 패션시장에우리 고유의 한산모시나 안동포를 현대 감각으로 재현해 내놓으면충분히 인기를 끌 것이란 분석이다. 천연염색 기술도 그렇다. 무공해 천연염색 기술로 낸 은은한 자연빛은 우리만의 독특한 전통 상품이 될 수 있다. 유럽 가구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유럽 문화를모방한 디자인보다는 오히려 나전칠기 등 전통 옻칠 기술을 이용한칠목기가 유리한 것이다.산업기술정책연구소 김윤종 연구원은 『전통상품은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도움이 될 뿐만이 아니라 차별화된 특징을 가진 고부가가치상품으로 상업성도 크다』고 말한다. 전통상품은 문화 홍보효과와고부가가치성 외에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크다. 천연소재를 사용한다는 특징으로 인해 21세기 무공해 환경친화성 상품으로 개발될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다.이런 가능성에 착안, 정부는 고유 전통상품에 현대적인 기술과 과학지식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산업화하는 한편 문화홍보수단으로도 이용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올초 김치 도자기 칠기 안동포/한산모시 한방의료기기 천연염색 전통한지 온돌난방 등 8개 분야의 고유전통상품에 대한 기술수준과 시장규모를 조사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도자기 칠기 한지 한산모시 천연염색 등 산업화가 필요한 5개 전통기술분야를 선정했다. 이5개 분야의 고유전통기술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2000년까지 모두1백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는 우선 30억원을 들여 전통섬유의 제직기술과 염색기술 가공기술을 개발하고 천연염색 공정을단순화하며 도자기 원료와 처리공정을 표준화하고 있다. 또 한지의용도를 세분화, 용도에 따른 유약 제조기술을 규격화하고 옻칠제품의 도장 및 건조방법 기술의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정부는 고유전통기술을 표준화 규격화 산업화함으로써 전통산업을장기적으로 수출산업 및 관광산업화한다는 목표다. 몇몇 첨단기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술이 평준화돼 가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문화를 이용한 독특한 전통상품을 수출전략상품으로 키워야 한다는생각에서다. 관광산업도 마찬가지다. 외국 관광객이 관심을 가지고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특산물을 개발해야 관광산업 전체가 발전하고 관광수지 적자도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과거의 유산으로만 여겨졌던 전통상품이 박물관에서 뛰쳐나와 미래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새롭게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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