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찾기로 돌파구 찾는 증권사 많다

「설. 설. 설…」. 증권가에는 끊임없이 소문이 나돈다. 얼토당토않은 풍문에서부터 신빙성있는 정보까지 소문의 홍수에 싸이는게증권가다. 증권쟁이들에게는 가장 민감한 얘기가 바로 증권사에 대한 풍문. 자신이 몸담은 업계의 어떤 회사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증권쟁이들에게는 큰 관심거리다. 증권사 대주주들 사이에 오간 얘기마저 증권가에는 순식간에 퍼진다. 소문이 퍼지고 나면 화제의당사자들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곤 한다. 그러나 증권사들간의 기업매수합병(M&A)얘기는 끊임없이 증권가의 「카더라통신」의 주된소재가 된다.증권사나 투자신탁회사에 대한 M&A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나름대로배경이 있다. 증권산업의 개방과 규제완화로 인해 진입의 장벽은이미 허물어졌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따라서 무려 33개나 되는 증권사와 8개 투자신탁회사 그리고 증권사의 자회사로 신설된13개 투자신탁운용회사 등의 이합집산은 불가피한 현실이기 때문이다.약정고 경쟁은 물론 수익률경쟁이 치열해져 도태되는 증권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약육강생의 논리가 지배하게 된다. 도태되는 증권사가 없을지라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병을 검토하는증권사가 생기고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게 남는 장사라는 대주주의계산도 나타날 수 있다.증권업계의 M&A설 가운데 최근 떠올랐던 얘기가 대신증권의 매각설이다. 왕년에는 업계수위를 다퉜던 대신증권이 난데없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다. 설의 내용은 「대신증권의 대주주인 양재봉 회장이대그룹계열인 현대증권과 삼성증권 그리고 교보증권의 오너들에게인수의사를 타진했다」는 것.이같은 소문 때문에 대신증권은 모처럼 상한가를 쳤고 다른 증권사의 주식값도 덩달아 껑충 뛰어 올랐다. 대신증권측은 즉시 증권거래소를 통해 매각설에 대한 부인공시를 냈다.그러나 대신증권매각설은 대신생명매각설로 탈바꿈하며 다시 루머로 떠돌았다.대신증권만이 아니다. 최근 1년동안 증권사에 대한 M&A관련설은 줄을 이었다. LG증권의 보람증권인수설, 서울증권과 한일증권과의 합병설, 현대증권의 고려증권 인수설, 삼성증권의 서울증권인수설,현대증권의 신영증권인수설, 현대증권의 국민투신인수설.이같은 소문에는 나름대로 그럴싸한 근거들이 뒷받침돼 있다. 경쟁시대에 적응하려는 증권사의 짝짓기이기도 하지만 그룹사 또는 대주주들의 이해관계가 그럴듯하게 포장된다. 그룹사들이 영위업종의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서 증권사를 노린다는 얘기도 들린다.은행 소유가 힘든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들이 증권사에 군침을 다시는건 당연지사다. 또 재벌계열의 증권사들은 재벌의 위상에 걸맞게증권사를 키우기 위해 소형증권사를 매수하려는 경향도 보인다.◆ 그룹사, 포트폴리오재편위해 증권사 노린다증권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짝을 찾기 위해 또다른 증권사를 사냥하는 3개 증권사에 쏠려 있다. 현대증권과 삼성증권 그리고 금융종합그룹을 지향하는 교보증권. 이들의 짝찾기는 증권업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내년께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짝찾기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증권사는 현대증권. 그룹실세인이익치 사장이 지난해에 부임한 이래 현대증권은 그룹위상에 걸맞는 증권사의 위상정립을 위해 노력했다. 현대그룹의 「금융키우기」가 본격화됐고 그 첫작품으로 국민투자신탁의 인수가 가시화됐다. 비록 현대증권의 국민투신인수는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무산됐지만 현대측의 강력한 증권키우기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증권의 대형화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국민투신에 대한인수작업이 무산된후 고려증권측과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설,신영증권의 대주주로부터 주당 10만원의 매각제의를 받았다는 설등이 끊이질 않았다.어쨌거나 자기자본 규모면에서 업계 7위인 현대증권의 업계수위를겨냥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중소형증권사 하나만 인수하면 5위이내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사실 현대증권의 국민투자신탁 인수는 완전히 물건너 간건 아니다.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으로 매집했던 국민투신지분을 처분했던 현대증권은 상황에 따라 법적 테두리내에서 인수를 재추진할 수 있다. 동원증권에 넘긴 지분 9.94%와 부국증권에 매각한8.21%의 지분도 9월말께 되사는 이면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랴부랴 매집했던 국민투신지분을 정리하는데 다급했고 돈이부족했던 증권사들에 되사주는 조건으로 팔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따라서 현대증권의 국민투신인수는 아직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다.국민투신으로서도 현대그룹으로의 인수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국민투신은 차입금이 2조원이 넘는데다 4천억원 이상의 누적적자로자본잠식상태다. 이정우 국민투신사장은 이와관련 『경영정상화를위해서는 10대 그룹 계열증권사의 신설투신진출을 위한 컨소시엄구성처럼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국민투신의 지분을 인수케 하는 방안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현대증권 못지않게 짝을 찾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삼성증권. 삼성증권은 현대증권보다 먼저 국민투자신탁의 인수에군침을 흘렸었다. 지난해말 교원공제회가 보유한 국민투자신탁지분에 대해 먼저 인수교섭을 했던 것. 결국 투신진출요건에서 10대재벌이 투신사를 단독 소유할 수는 없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삼성증권의 국민투신인수는 물건너가게 됐다. 그러나 법인영업에서는 단연1위인 삼성증권이 몸불리기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교보증권도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형화노력을 하고 있는증권사다. 지점수 20개 남짓되는 소형증권사지만 교보생명이라는거대기관이 뒤에 버티고 있어 성장잠재력이 크다. 최근 대형증권사의 우수인력을 많이 스카웃한 것도 나름대로의 대형화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국민투자신탁 쌍용투자증권에서 주요인력을 스카웃한것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국제영업부문에서 탁월한 실적을 올렸던 국민투신과 쌍용투자증권의 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증권시장의 완전개방화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소형증권사들의 매각설이 나돌 때마다 교보증권도 인수의지가 있다는 설이 나돈다.현실적으로 가장 진전 가능성있는 증권사의 짝짓기는 서울증권과한일증권의 합병. 업계 중위권인 두 증권사가 합병될 경우 시너지효과는 매우 크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말그대로 짝짓기가 되는셈이다.특히 서울증권측은 합병을 나름대로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입장이다. 한일증권은 모회사인 한일은행의 눈치만 살피는 상태. 서울증권의 정인직 사장은 『한일은행장과 한일증권사장과의 만날 기회가있었다』며 『지나가는 얘기였지만 서울증권과 한일증권간의 합병얘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사장은 또 『경쟁이치열해지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합병을 통한 대형화』라며 합병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나 서울증권측에서 추진됐던 한일증권과의 합병검토작업은 최근 중단됐다.합병검토작업을 주도했던 갈정웅 상무가 대림정보통신의 대표이사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갈상무는 자리를 옮기기 전에『치열한 경쟁시대에 금융기관간의 업무제휴 또는 전략적 제휴는불가피한 추세』라며 『한일증권과의 투자신탁운용회사의 공동진출은 물론 자본금의 결합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밖에 증권사의 짝짓기를 위한 물밑작업은 많았다. LG증권이 업계수위를 점하기 위해 보람은행의 자회사인 보람증권을 인수한다는설이 있었다. LG그룹 코오롱그룹 두산그룹의 삼각지분구도를 지닌보람은행의 자회사인 보람증권을 LG증권이 인수합병하기 쉽다는 얘기다. 이밖에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들도 증권업 진출을 추진하고있어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어쨌든 증권사간의 짝짓기는 내년께부터 수면 위로 떠오를 공산이크다. 주식매매약정부문 국제영업부문 인수부문 조사분석부문 등을모두 갖춘 증권사로서 살아 남으려면 외국증권사와 맞설만큼 대형화가 이뤄져야하기 때문이다. 서울증권과 한일증권의 합병은 곧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투신사와 증권사의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그렇다면 짝짓기에 실패한 증권사는 어떨까. 증권전문가들은 짝을찾지 못한 증권사의 경우 주식매매업무만 하는 증권사로 전문화될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해외영업망을 철수하며 내실을 기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가능성을 보여준다.어차피 전면전이 힘들바에야 타깃을 명확히 하는 것도 생존방식이될 수 있다.주식매매약정에서만 짭짤한 수익을 내면 그만이지 다른 욕심을 낼필요가 없다는 증권사도 생길 법하다. 특히 소형증권사의 경우에는자신을 품에 안아줄 짝을 찾지 못하면 주식매매업무만을 전문으로하는 회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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