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화ㆍ현금장사 OK '차리고 보자'

최근 외식시장의 큰 흐름 중의 하나는 대기업의 외식산업 진출이다. 물론 기업의 외식산업 진출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기업이 잇달아 외식산업에 뛰어들면서 붐을 이룬 것은 최근몇년 사이의 새로운 현상이다.최초로 외식사업을 꾀한 기업은 롯데다. 79년에 한국 롯데리아가일본 롯데리아와 51:49의 비율로 롯데리아라는 패스트푸드점을 연것이 시초였다. 롯데가 시작하기는 했지만 당시만 해도 외식산업은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외식산업이라기 보다 밥장사하는 식당 정도로만 생각했다. 별로 돈도 되지 않고 전망도 없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 외식업에 대한 이런 인식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변함이 없었다. 두 번째로 외식산업을 시작한 기업이 롯데 이후5년이 지나서 나타난 것도 그 때문이다. 두 번째로 외식산업에 관심을 돌린 기업은 두산이다. 84년에 세계적인 치킨 브랜드인 KFC를국내에 소개했다. 이후 88년에 미도파백화점이 코코스라는 패밀리레스토랑을 선보였고 두산이 91년에 라운드테이블피자를 들여온게고작이었다.대기업의 외식산업 진출이 본격화된 것은 94년부터다. 94년부터 제일제당 대한제당 이랜드 미원 동양그룹 농심 신동방 신호그룹 코오롱 등 쟁쟁한 기업들이 외식업에 뛰어들었거나 진출을 선언했다.효성그룹도 효성물산을 통해 외식산업팀을 구성하고 외식산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마치 외식산업 진출이 기업가의 「유행」인 것처럼 비쳐질 정도다.기업들이 너나없이 외식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헌희 한국외식정보 전무는 『외식산업을 특별한 기술 없이 손쉽게 할수 있는 만만한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업이사업다각화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분야가 외식업이라는지적이다. 적당한 지역에 매장을 확보하고 음식맛만 유지하면 장사는 되리라고 본다. 대기업이 외식산업에 뛰어들 때 외국 브랜드를들여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직접 음식맛과 브랜드 인테리어 등을개발하는 어려운 길을 버리고 로열티를 주는 대신 모든 노하우를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쉬운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물론 외식산업은 자금회전율이 빠른 현금장사라는 점도 매력으로작용한다. 신호그룹 계열사인 동양섬유가 주력산업인 섬유가 불황을 면치 못하자 수익사업으로 외식산업을 선택하고 피자인 국내 영업권을 따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오롱고속관광과 현대약품도 기존 사업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끼자 외식산업에 눈을 돌린 경우다.외식산업이 프랜차이즈화하면서 첨단화하고 있는 점도 기업들을 유혹하는 미끼가 되고 있다. 단순한 「먹는 장사」가 아니라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외식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외식산업 진출을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기업이 뭐가 모자라 먹는 장사에까지 손을 대면서 문어발식 확장을 하느냐는 비난은 시대착오적』(김헌희 전무)이라는것이다. 김전무는 『개인이 운영할 수 있는 식당이 있고 대기업이조직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분야가 있다. 대기업이 외식산업에 뛰어들면서 음식의 맛이 고급화되고 서비스 질이 향상된 것은 사실 아닌가. 외식을 단순히 밥장사라고 보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햄버거 브랜드 맥도널드는 94년에 21조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9천6백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다. 제일제당이 외식사업을 그룹의 21세기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기로 한 것도 다 이유가있는 셈이다.◆ ‘특별한 기술없이 가능한 사업’ 대기업 관심단지 대기업의 외식산업 진출의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굳이 비싼 로열티를 지불하면서까지 외국 브랜드를 들여와야 하느냐」는 것이다. 매출액의 2.5∼4% 가량되는 로열티를 지불하느니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는게 낫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기업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로열티는 선진국의 외식경영 기법과서비스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지불하는 교육비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베니건스 브랜드 사용권을 따내기 전에 자체 개발한 브랜드로 음식점을 경영해봤다.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베니건스로부터 운영시스템과 서비스 교육 매뉴얼을 배운 후에 그 이유를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급식경영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주먹구구식 식당 운영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서비스라는 개념 자체가없다』(문영주 베니건스 본부장). 실제로 외국 브랜드를 들여와 외식산업에 뛰어든 후 자체 브랜드개발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다수다. 롯데가 롯데리아에서 획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롯데피자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씨즐러는 일본 스카이락에서 배운 기법을 발판삼아 VIPS라는 새로운브랜드를 개발, 사업을 준비중이다. 동양제과도 베니건스를 운영해본 뒤 자체 브랜드로 외식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외국 브랜드의 무분별한 도입외에 대기업의 외식산업 진출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남들이 전망이 있다고 하니까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하는 경우다. 외국 기술을 배우고 외식전문 인재를 양성하고 경영 노하우를 쌓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해야지 단순히 현금장사니까 하는 생각으로 뛰어들다가는 큰 코다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화려하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 같으니까 기업들이 너나없이, 그것도 강남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차별화된 특징이라든가장기적인 비전없이 사람이 몰린다, 돈이 될 것 같다 하면 시작한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가 아니라 「네가 하니까 나도한다」는 식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외식산업에 뛰어든 많은 기업이투자비만 날리고 원하는 성과는 얻지 못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외식업은 확고한 목표의식과 장기적인 비전, 탄탄한 자본력을 가지고 시작해야 하는 사업이다. 김헌희 전무는 이를 『이념 개념 신념3가지의 념(念)을 갖춘 기업만이 외식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2000년에 30조원 시장으로 예상되는 노다지 외식산업. 금맥을 발견하느냐 집안을 몽땅 말아먹느냐는 그 기업이어느 정도의 확고한 3념을 가지고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