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업체 3000억 시장 쟁탈전

코오롱 그룹기획조정실에 근무하는 L 과장(31). 직장생활 8년째로접어든 기혼여성이다. 그녀는 일요일이면 4살짜리 딸아이와 외국인회사에 다니는 남편과 함께 집근처 KFC매장을 찾는다. 일요일마저식사준비에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는 않아서다. 또한 딸애가 치킨과버거류를 즐기는 것도 주된 이유다. 물론 남편도 맞벌이 하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서 흔쾌히 동의한다.L과장처럼 맞벌이 부부의 증대와 신세대의 식생활패턴 변화로KFC같은 치킨전문점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KFC 이외에도 「파파이스」 「케니로저스」 「BBQ」 등이 전체 3천억원규모로 추산되는치킨시장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젊은층의 기호에 맞는 실내장식과 제품의 고급화 그리고 가족단위의 식사분위기유도로 기존 「양념통닭」이나 「호프집 치킨」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국내 치킨전문업체중 가장 규모가 큰 업체는 KFC. 두산음료가 84년4월 총매출액의 3.2%를 로열티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1천9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94년에 비해 34%나 늘어난금액이다. 그러나 올상반기에는 6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저성장에그쳤다. 신규매점의 증설이 없었던데다 「파파이스」 「BBQ」등 경쟁업체가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KFC는 96년 8월말 현재 1백4개의 직영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 서울(72개) 경인지역(17개) 등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이들 매장의 평균 면적은 80여평이다. 이들중 최대 매출을 올리는 곳은 그레이스백화점 옆에 위치한 신촌점으로 하루 7백만원 매상을 기록하고 있다. 주력 상품은 치킨(45%) 버거(15%) 등이다. 마케팅팀의 나두진대리는 직영점 체제로만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 품질 서비스 청결 등이 치킨전문점을 운영하는 핵심요소인데 개인에게 맡길 경우이윤극대화 논리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파이스 주고객 10대후반~20대초 여성현재 KFC는 「2마리 토끼」를 쫓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즉 20대 여성들과 가족단위를 주된 고객으로 설정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전자가 주된 고객층이나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가족단위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개발중이다. 패밀리카드 발급과 분기· 반기 단위로 우수고객을 선정, 영화시사회초대권을 주거나 시식회에 초청한다.이같은 행사는 롯데리아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업체를 의식하기때문이다. 회사측은 소위 「양념통닭」업체보다는 이들 패스트푸드업체를 더 강력한 경쟁자로 보고 있다. 설정 고객층이나 매장위치,분위기가 중복된다.KFC가 판매하는 치킨은 국내 전문 양계업체인 미원마니카, 하림,영육농산에서 닭을 조달받고 있다. 이들 닭을 단순히 기름에 튀기는 것이 아니라 기름과 함께 고압으로 찐다. KFC매장에서 나오는치킨이 다소 퍼석퍼석한 맛이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나 대리는『임대료가 높고 치킨 등 원재료비와 인건비가 많아 이윤폭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세전 순이익이 매출액 대비 5% 정도라고 한다.KFC의 아성에 강력히 도전하고 있는 업체가 바로 「파파이스」로유명한 TS해마로. 「TS그룹」으로 상호를 바꾼 대한제당 계열의 양계업체다. 지난 94년 5월 미국 치킨업계 3위인 AFC사와 기술제휴로「파파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백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3배 이상 증가한 4백8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매장수도지난해 32개에서 올 8월말 현재 55개로 급증했다. 연말까지 80개로늘릴 계획이다. 직영점이 22개고 나머지는 투자점. 투자점이란 이업체만의 독특한 조직관리방식으로 본사에서 직원들을 「파파이스」점장으로 파견해 투자자의 운영을 보조해 준다. 사업경험이 없는투자자들을 적극 유치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평균 매장은70여평으로 KFC보다는 적은 편이다. 10대후반에서 20대초반의 여성을 주된 고객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매점이 도심에 집중돼 있다. 또한 아직까지는 서울과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닭고기 소비량 늘어나는 추세로 시장전망 밝아파파이스는 KFC의 아성을 공략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구사하고 있다. 투자점들의 이윤을 최대한 보장해준다. 회사측은매점의 원재료비를 45% 미만에서 묶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 닭을사육 가공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한 본사 R&D팀이 각 매점을 매월 2회 방문해서 각종 이벤트 개최나 지역시장 공략법을 소개해준다. 이같은 전략에 힘입어 가맹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파파이스처럼 전문 양계업체가 내놓은 브랜드가 바로 「BBQ」. 국내 3대 양계업체중 하나인 미원마니커가 치킨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지난해 9월 BBQ 운영업체인 제너시스를 설립했다. 제너시스는 올해50억원의 매출액을 예상하고 있다. 8월말 현재 직영 매점 3곳과1백40여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도 직영점 보다는 가맹점 중심으로 영업을 펼쳐 나갈 방침이다. 평균면적도 40여평으로경쟁업체에 비해 적다.제너시스가 1년도 채 안돼 1백50여개 가까운 가맹점을 확보할 수있었던 것은 이들 매점의 이윤을 최대한 보장해 주는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채수호 제너시스 전무는 『점포당 평균 매출액의40%를 이윤으로 보장해 준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대료가 비싼 도심지 외곽 아파트나 단독주택밀집지역 등을 공략하는 것도 성과를보고 있다. 임대료가 싸고 이들 지역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주된 고객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대형매장과 중심가 입점을요구하는 기존 업체들과 달리 초기 투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마케팅전략의 일환이기도하다. 일본의 「모스버거」를 벤치마킹한 결과라고 채 전무는 밝혔다.이밖에 「장작구이 치킨」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케니로저스 로스터스」도 있다. 한국로스터스가 운영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서울에만 4개의 직영점이 있다. 올해 40여억원의매출을 기대한다.이들 4개 업체가 주도하는 치킨시장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우선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94년말 현재6kg에 달하는 일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이스라엘(55kg) 미국(38kg)대만(23kg)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 일본의 10.6kg과 비교해보더라도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이같은 수요는 KFC 파파이스 BBQ 케니로저스가 주도하는 시장과 페리카나 맥켄치킨 등 「양념통탉」시장으로 양극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양극화 추세속에 기름에 튀기는 「프라이드 치킨」의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로스터스의성신제 사장은 『「켄터키프라이드치킨」에서 KFC로 상호를 바꾼예처럼 기름에 튀기는 방식은 암 발생우려 때문에 소비자들이 점차외면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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