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IR 칼 간다

성미전자주식은 주식시장에서 흔히 「귀족주」로 통한다. 시쳇말로잘나가는 전자통신업체인데다 자본금도 크지않아 투자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어서이다. 지난 94년 3월 상장된 이 회사의 현재주가는 20만원 수준. 상장 당시 공모가가 2만2천원대였으니 주가가10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그것도 2년여만에 말이다. 물론 주가상승의 직접적인 이유는 탄탄한 실적향상에 있다.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이 잘 모르는 또다른 주가상승요인이 있다. 그것은 유태로사장의 적극적인 IR활동이다. 투자와 관련해 회사를 찾는 이들이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접 사장실로 모셔 기업내용을 소개했다. 국내 통신사업의 현황과 성미전자의 역할 등을 화이트보드에 메모하면서 자세히 설명한다. 때론 유사장의 「강의」가 2시간이상 계속될 때도 있다. 설명이 진지한만큼 설득력이 있다. 모든 궁금증이 해소되고 투자방향이 선다. 안양본사를 한 번찾은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다른 상장사들도 뚜렷하게 비교된다. 아니 유사장에게 압도당한다는 표현이적절할지 모른다. 특히 상장초기 주가가 4만원수준일 때 성미의 성장성 등을 감안할 경우 주가가 10만원은 가야한다고 과감하게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의 치밀한 IR내용은 모두 사실로 나타났고 그의 말을 믿었던 펀드매니저들은 약세장에서 높은 수익을 거둘수 있었다.◆ 투자설명회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회사경영 못지않게 투자자보호도 중요합니다. 우리회사에 투자한사람들을 위해 경영자인 제가 시간을 내는 것은 당연한것입니다.』 IR에 대한 개념조차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유사장의 개인적인 노력은 주가 및 회사이미지향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셈이다.IR(투자설명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들어증시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장사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기위한 IR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당장수익만 많이 낸다고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시대는지났다. 수익은 많아도 배당을 쥐꼬리만큼 하면 투자자들은 등을돌리게 마련이다. 더욱이 기기묘묘한 편법을 동원해 막대한 수익을관계사에 이전시킬 경우 투자자들은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된다.실제로 지난 94년 12월 삼성전자가 계열사에 삼성종합화학주식 2천만주를 낮은 가격으로 넘겼을 때 기관투자가들이 거세게 항의하는사태가 빚어졌다. IR에서 제공된 정보가 잘못됐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우중공업도 대우조선과 합병이후 기업설명회를 개최하면서예상순익을 3천억원으로 발표했다가 실제수익이 떨어지며 투자자들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기도했다.또 회사정보를 대주주가 독점, 개인적인 이익만을 챙겨도 상황은마찬가지다. 지난해 회사보유 유가증권을 대주주가 매입한후 이를비싼 값에 팔았던 한 상장사의 대표이사가 여론의 물매를 맞는등적지않은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기업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판 일부 상장사들도 증권감독원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런 회사들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하기가 어려워진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자율 중시 풍토 반영효율적인 경영으로 수익을 극대화시키면서 동시에 투자자들을 존중하는 그런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적대적M&A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우호적인 지분확보를 위해서라도 IR활동은 필수적이다.특히 정부의 신증권정책에 따라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자율이 중시되는 증권풍토가 조성되면 IR활동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전망된다. 투자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그때그때 전달하지 못하면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증권당국도 상장사들의 자율공시를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IR을 활성화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상장법인 직접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IR관련규정(공시규정 제20조3)을 신설했다.(96년 8월 1일시행) 이 규정은 「증권거래소는 IR자료를 문서로 신고받아 공시실에비치하고 설명회내용이 실제사실과 상당히 다르다고 인정되는 경우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조회결과 중대한 차이가 인정되는 경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할수 있도록 했다.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국내 IR역사는 일천하다. 지난 93년11월 삼화페인트와 경동보일러가 투자자대상의 기업설명회를 공식적으로 개최한게 IR의 효시. 당시 80명의 기관투자가들이 버스를타고 회사를 방문, 회사현황과 경영비전을 들었다. 기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기껏해야 사업보고서와 공시밖에 없는 상황에서직접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대표이사로부터 책임있는 기업정보를 들었으니 보통 유익한게 아니었다. 실제로 당시 IR에 참여했던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회사측이 제시한 자료를 오랫동안 책꽂이에꽂아놓고 참고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93년 삼화페인트·경동보일러 국내 IR 효시이후 지난 94년에 32개 상장사가, 95년에는 34개의 상장사가 IR을실시했다. 올들어서는 12개사가 IR행사를 가졌으나 최근들어 공개적인 기업설명회가 주춤한 상황이다. 경기급강하와 증시침체로 기업설명회일정을 늦추는 기업들이 많은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LG그룹 등 그룹사들은 각사별로 IR팀을 발족하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있다. 특히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해야하는 대기업들의 IR에 대한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16,17일 이틀간 이탈리아 밀라노시에서 개최된 국제 IR연맹 정기총회(7차)에 한국이동통신 LG전자 데이콤 등 15개사가 참여했다. 이들 기업들은 각국의 IR관계자와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첨단 IR활용기법을 얻는 기회로 삼았다.★ IR 이란?IR(Investor Relations)은 기업과 주주및 투자자간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행위이다. 기업이 스스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투자자에게 제공, 신뢰를 쌓자는 취지에서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안정주주를 확보하고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해 회사발전에 기여하자는 홍보활동의 일환이다. 홍보가 회사 및 제품의 이미지를 높이기위해 고객 및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실시한다면 IR은 대상을 투자자및 주주로 국한하고 회사의 부정적인 면도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있다는 점이 다르다.IR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지난 53년 미국 GE사에 의해서였다. 이후 63년 전미IR협회(NIRI)가 발족되면서 본격적인 IR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70년대 미국기업들의 IR활동은 투자자보호가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80년대들어 M&A가 활발해지면서 안정주주의 확보라는 차원으로 활동성격이 바뀌었다.IR의 방법은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이 있다. 직접적인 방법으로는 주총, 투자설명회, 기업설명회 및 산업시찰, 주주나 투자자, 증권분석가 등의 전화 및 방문질의에 대한 답변등이 있다. 간접적인 방법은 자료(사업 및 반기·분기보고서, 영업보고서, 월별·분기별 투자자료)제공과 신문등 언론매체를 통한 광고에 의한 방법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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