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융 나간다 "길 비켜라"

할부금융이 소비자금융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소비자금융시대의금융거래는 철저히 고객중심으로 이뤄진다. 기존 금융기관의 뻣뻣한 자세와는 사뭇 다르다. 올들어 영업에 돌입한 31개 할부금융사들은 「고객중심, 신용중시」의 슬로건을 내걸고 시장선점을 위한치열한 한판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는 그만큼 할부금융시장의 성장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반영한다.한 금융연구기관은 올해 할부금융시장규모가 10조원을 웃돌 것으로추정했다. 또 98년에 25조원, 2천년에는 34조원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 6월말현재 4조3천3백71억원(할부금융포함)이었던 할부금융사들의 영업실적이 8월말 5조5천억원수준으로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할부금융성패는 상품금리·서비스 질에 좌우할부금융제도가 올바르게 정착되고 관련사들이 은행 카드 리스등기존 금융기관의 틈새시장을 공략할 경우 시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현금을 쥐고 물건을 사는 시대는 지났다. 신용만 있으면 미래소득을 바탕으로 필요한 물건을 편리하게구입할 수 있게 되는만큼 할부금융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신용카드사와의 경쟁에서 할부금융사에 해당하는 신판사들이 승세를 굳혀가는 분위기이다. 일본 신판사들은 「콘돔에서 주택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소비자금융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금융업이 발달한 미국도 지난 30년대부터 자동차를 중심으로 할부금융이 시작됐다.국내에서는 지난 90년 신용카드업법에 할부금융업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재경원은 할부금융영업인가를 내주지 않다가 올초 31개사의 영업을 처음으로 허용했다. 이중 20개는 일반할부금융, 10개는 주택전문할부금융, 1개는 기계할부금융사이다. 재경원이 할부금융업을 허용한 것은 자본시장개방을앞두고 국내영업기반을 마련해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분양아파트가 늘어나는데 따른 주택건설업체의 자금난을 해소시키려는목적도 있었다.할부금융업이 활성화되면 금융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기업체에 생산자금을 공급해온 도매금융에서 선진국형 소비자(소매)금융시대로 바뀌는 것이다. 또 할부금융은 물품대금을 일시에 제품판매업자나 생산자에게 지급하므로 생산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성격도 갖고 있다. 또 개인신용에 대한 중요성도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결제를 자주 연체하는 사람들은 좋은 조건의 할부금융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등 신용정보기관영업도 활발해져 신용정보의 유통구조도 어느 정도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용정보와 관련한 사회적인인프라가 구축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올들어 처음으로 영업을 시작한 할부금융사들의 성패는 상품금리와서비스의 질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업체마다 싼자금을 조달해 좋은 조건의 상품을 선보이고 구비서류 등 절차를 간소화하는노력을 펼치는 것도 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는데 목적이 있다.또 취급품목을 넓히기 위해 제조업체나 판매업체와 업무협약을 가능한 한 많이 맺는 것도 경쟁력의 또다른 핵심요소가 된다. 이밖에부실채권에 대한 관리 노하우도 회사수익구조에 절대적인 영향을미치게 된다. 재경원의 한 관계자는 연체 등 앞으로 발생할 부실채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카드사들의 경우 6회이상 연체를 한 부실채권의 규모가 1조를 넘고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이같은 점에 비춰볼 때 제조업체 계열의 할부금융사들이 일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경우 8월말 영업실적이 1억원을 돌파했고 LG도 연내 1조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LG할부금융은 전자제품외에도 자동차 등 타사상품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의 이광수과장은 그룹제품에만 의존하지않고 소비자입장에서 다양한 상품을 취급해 가전비율을 낮춘다는게 회사의 영업전략이라고 소개했다.또 이들은 전국적인 조직망과 신용판매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하고있어 규모의 경제라는 이점까지 톡톡히 누릴 수 있다. 특히 대기업계열의 할부금융사들은 수백만명에 이르는 고객신용정보를 컴퓨터에 입력, 부실채권에 대한 부담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할부금융의 김병두부장은 이미 7백만명에 달하는 고객정보를 영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포드 등 제조업체 계열의 일부 할부금융사들은 현재 모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만을 취급하고 있으나 앞으로 취급품목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팩토링전환사 및 카드·리스계열사들은 일단 팩토링영업으로 수지를 어느정도 맞춰가며 할부금융시장을 파고드는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직은 팩토링영업비중이 70, 80%에 달하지만 영업인력을확보해 할부금융쪽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주택할부금융사들이 자금확보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있는건 사실이지만 비교적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대한등 메이저 할부금융사들은 이미 영업실적이 1천억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대한주택할부금융등이 증자를 추진하고있는 것도 고객유치활동을 강화하겠다는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일부 주택할부금융사들은 외국기업의 국내진출이 있기전에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업기반이라도확충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우리주택할부금융의 곽병진상무는 단시일내에 최소한 3천억원정도의 영업실적을 올려야 한다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회사는 특히 고객서비스강화차원에서 경쟁업체보다 앞선 전산업무시스템을 개발, 활용하고 있다.그렇다고 할부금융사들이 마냥 장미빛 플랜만을 꿈꿀 수 없는게현실이다. 할부금융사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금확보와 제살깎기식출혈경쟁이다. 할부금융의 융자기간은 짧은 경우 1년에서 장기는20년(주택)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할부금융채발행한도는 제한돼있고 설혹 채권을 발행해도 발행시장에서 기관들이 인수를 꺼려 자금확보에 어려움이 적지않다. 채무부담한도도 자기자본의 10배로 카드(20배) 리스(25배)에 비해 낮은 편이다.이에따라 대부분의 할부금융사들은 6개월~1년정도의 단기자금을 끌어들여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잦다. 이 경우 역마진이 발생하기 일쑤이다. 예를 들면 13%의 단기자금을 끌어들여 관리비 대손충당금등적어도 2,3%정도 금리를 높여 할부금융을 제공해야하는데 실제적용금리는 14%도 안될 때가 많아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일부 할부금융사들은 영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발생한다고 하소연한다.물론 이같은 현상은 시장선점을 위한 업체간 과당경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일부제조업체와 주택건설업체는 할부금융사들의 과당경쟁을 이용, 금리싸움을 유발시키고 제휴계약을 맺으면서 대가를 요구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밖에 전문인력이 없다는 사실도할부금융업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할부금융사들이 앞으로 지점을 증설할 계획이어서 전문인력난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역마진 발생 ‘영업할수록 손해 발생한다’따라서 업계는 할부금융업체들이 다양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재경원에 요청하고 있다. 채무부담한도를 유사업종과 같은 수준으로 확대하고 할부금융채발행한도도 영업실적과 대등한 규모까지 허용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특히 98년 시장개방과 시기를 맞춰 외국자본의 도입도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일부에서는 보유채권을 유동화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할부대상품목의 확대문제도 조만간 검토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내구소비재로 못박아 업체들이 신상품개발에 적잖은 어려움을겪고 있다. 특히 취급품목운용준칙도 명료하게 다듬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할부금융사들은 애매한 상품의 경우 팩토링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취급품목을 늘려가고있으나 혼선을 빚을 때도 많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할부금융; 고객이 한꺼번에 내기에는 너무 비싼 내구소비재를 살때 필요한 돈을 빌려주고 이를 여러차례 나눠갚는 제도이다. 언뜻생각하기에는 신용카드할부판매와 비슷하다. 업체들은 신용카드를사용하기에는 금액이 크고 리스를 이용하기에는 금액이 적은 3백만원에서 5천만원이하의 내구재가 주요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할부금융사들은 채권(할부금융채)발행이나 차입을 통하기 때문에 할부금융이용금리는 기존 금융기관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금리(25%이하) 대출금액 대출기간 등에 대해서는 할부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할부금융사들은 팩토링업무의 하나인 매출채권(어음채권,외상매출채권)의 양수관리, 회수업무도 한다.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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