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ㆍ대한ㆍ트랜스팩 등이 시장분할

지난 9월말 한누리 살로만증권 한국지점에서 근무를 마친 켄 사다케씨는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한국에서 사용하던 가구와 가전제품등을 모두 가져갔다. 20피트 컨테이너 1대 분량의 이삿짐이었다.일본채권신용은행 한국지점에서 근무한 나카니시씨도 도쿄로 동일한 분량의 이삿짐을 보냈다. 컴퓨터 부품과 소재를 생산하는 알파라발사의 그라소티 지점장도 40피트 컨터이너 한 대분의 이삿짐을파리로 가지고 갔다.이들은 외국인 해외이사를 전담하는 대한운수(Korea Transport)의도움으로 국내에서 사용하던 가구나 제품들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있었다.물론 외국인들만 해외이삿짐업체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투자가 활성화됨에 따라 종합상사 주재원의 이용도 급증한다. 호주나뉴질랜드 등의 해외 이민자도 이들 업체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부부유학생도 마찬가지다. 주한미군이 국내에 들어올 때나 나갈 때도해외이삿짐업체를 활용한다. 한마디로 국내이삿짐업체의 주요고객은 내국인 주한외국인 주한미군 등이라고 할 수 있다.국내에서 해외로 이삿짐을 보내는 것은 국내이사보다 까다롭다. 시간도 많이 걸린다.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포장이 특히 중요하다. 통관과 해외운송을 담당할 제휴선도 확보해야 한다.상사주재원이나 이민자 유학생 등 내국인의 이삿짐을 취급하는 업체는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삿짐의 포장 선적 운송 등 전과정을 담당하는 업체와 포장회사로부터 이사를 알선받아 대행하는포딩업체들로 대별된다. 포딩업체는 2백여개사가 등록돼 있다.이들 업체가 해외로 이삿짐을 보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거친다. 우선 이삿짐을 포장해야 한다. 이를 내부포장(Inpacking)이라고 한다. 그다음 나무로 포장을 다시 하는데 이를 외부포장(Wooden box packing)이라고 한다. 포장이 완료되면 부산이나 인천 등으로 이송된다. 보세창고에서 목적지별로 분류된 뒤 컨테이너에 실린다. 선하증권을 발급받은 후 목적지로 보낸다. 도착하면 해외 제휴선이 통관과 운송을 담당해 준다. 물론 시간을 다투는 적은 분량의 이삿짐은 항공편을 이용하기도 한다.◆ 상사원·이민자·주한외국인이 주고객이같은 해외이사의 전과정을 전담하는 업체가 72년 설립된 통인인터내셔날. 인사동에서 골동품을 외국으로 운송하다가 해외이사전문업체로 발전했다.이 회사는 상사주재원의 화물을 주로 취급한다. LG건설 LG정보통신삼성물산 삼성반도체 등이 주된 고객이다. 상사원 한명이 가져 나가는 이삿짐량은 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 연간 1천여세대의 화물을 취급한다. 국내에서는 3개업체만 가입한 FIDI(세계이사화물협회)의 회원으로 전세계 이사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박상익 과장은 『최근 국교를 수립한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까지이삿짐을 배달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며 『해외투자의 활성화로 상사주재원의 해외이삿짐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지난 79년 포딩업체로 출발한 삼영익스프레스는 포장업체가 인천이나 부산까지 넘긴 화물의 선적과 선하증권발급 그리고 목적지까지운송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포장회사로부터 이삿짐의 운송을 대행해 주고 받는 수수료는 연간 30여억원. 호주나 뉴질랜드로 이민가는 사람들이 최대 고객이다. 이민자의 명단은 각국 대사관 등에서흘러 나온다. 최근에는 미국이나 유럽 남미 등지에서 국내로 다시들어오는 역이민자의 이삿짐도 급증하고 있다. 매달 80여건을 취급한다.국내업체의 활발한 투자에 힘입어 동남아 중국으로 나가는 화물도급증하고 있다. 취급 화물은 가전제품 부엌도구 침대 쇼파 등이다.해외 2백여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어 「문앞에서 문앞 서비스(DoorTo Door)」도 가능하다.이들 시장도 업체의 난립과 영세화로 혼탁스런 상태다. 삼영익스프레스 노갑창 이사는 『인건비 상승과 업체 난립 그리고 운송비의급증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초기 해외이사 전과정을 담당하다가 알선대행업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연간 1천3백여 세대분의 주한 외국인 이삿짐 시장을 놓고 국내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포장업체와 포딩업체는 대부분 해외이사물량과 국내 이사물량을 동시에 취급하지만 트랜스팩 코리아트랜스포트 등 10여개 업체들은 외국인 이삿짐만 전담하고 있다.◆ 주한외국인 이삿짐 시장놓고 경쟁치열이들 업체중 하나가 코리아트랜스포트. 일본 유수의 종합운수회사인 야마토운수의 한국대리점을 겸하고 있다. 한달에 15가구의 이삿짐을 취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삿짐이집중하는 시기는 미국과 유럽지역이 6월과 12월, 일본은 3월과10월이다. 주총시즌이 끝나고 자녀들의 학교개학과 맞물리기 때문이다.선박과 비행기로 화물을 수송하기 때문에 화물의 파손이나 분실을예방하기 위해 보험가입은 필수다. 영국 로이드보험계열의 윌리스코렌(Willis Corren)과 일본의 지요다 보험 등에 가입한 상태다.김은영 과장은 『이사화물은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때 선박회사에청구할 수 있는 배상액이 적기 때문에 화주도 보험에 드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이 회사 손기삼 부사장은 『인건비와 선박운송비가 높아졌음에도불구하고 제값을 받기가 힘들다』며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전문화 특화된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도 유리하다』고말했다.통인인터내셔날도 외국인 이삿짐을 취급한다. 매월 60세대분의 화물을 다룬다. 해외로 나가는 이삿짐 못지 않게 IBM P&G 등 국내로들어오는 다국적 기업의 화물도 비슷한 분량이다. 박과장은 외국인이삿짐시장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이전할 뿐만아니라 현지인 고용을 늘림에 따라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한진이 독점해 온 주한미군의 이삿짐 시장은 연간 2백억원대 규모다. 주한미군의 이삿짐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미국방성의 입찰에 참가해야 한다. 국내시장은 한진이 물량을 수주받아 중소 포장회사나포딩회사에 하청을 주는 형태다. 미군측이 제시하는 가격이 낮고주한미군의 증원이 없어 서너업체만 참여하고 있다. 한진측도 성장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서 민간인의 해외이사에 주력할 방침이다.이같은 해외이삿짐시장은 업체의 난립과 가격질서의 문란으로 업체의 부침이 심한 편이다. 하루에도 10여개 업체가 쓰러진다. 아직까지 시장규모도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는 해외투자의 활성화와 시장개방화로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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