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건은 짧고 인상은 길다

한 브랜드가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해 4단계를거치며 감정 변화를 일으킨다. 우선 브랜드에 대해 인식하는 인지도의 단계를 경험하고 이후 그 브랜드에 대해 막연히 좋은 감정을갖는 호감도와 같은 종류의 상품일 경우 그 브랜드를 선택하는 선호도의 단계를 거친다. 선호도가 발전하면 어떤 상품을 선택할 때그 브랜드가 찍힌 상품만을 구입하는 로열티(Loyalty-충성도)의 단계에 도달한다.기업이미지 광고가 필요한 이유는 호감도와 선호도 단계를 지나 소비자들에게 그 기업에 대한 로열티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기업이미지 광고에는 「우리 회사명이 찍힌 상품을 선택해 주오」 하는 그기업의 마음이 담겨 있다. 기업이미지 광고 중에서도 특히 짤막한슬로건에는 기업이 추구하는 미래상과 비전이 함축적으로 들어 있다. 현대그룹의 「가치경영」, 삼성그룹의 「세계일류」, LG그룹의「정도경영·초우량LG」,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선경그룹의 「SUPEX(Super Excellent Level)」 등이 대표적이다.전자회사들의 기업 슬로건 전쟁도 흥미롭다. 삼성전자의 「멀티미디어의 삼성전자」, LG전자의 「하이미디어」, 대우전자의 「탱크주의」, 현대전자의 「멀티미디어의 뉴프론티어」 등 짧은 단어 속에 기업의 첨단 이미지를 담으려는 흔적이 엿보인다.특히 대우전자의 탱크주의 캠페인은 성공작으로 꼽힌다. 코래드 박종선 부장은 『탱크주의가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촌스럽고 과격하다고 느꼈겠지만 오랫동안 일관되게 주장해오는 동안대우전자는 탱크주의를 통해 제품이 튼튼하다는 이미지를 심을 수있었다』고 지적한다. 결국 일관된 이미지 캠페인으로 대우전자의시장점유율이 올라가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기업에 대한 신뢰가 한번 쌓이면 소비자들은 그 기업이나 브랜드에대해 호감을 오래 간직한다. 기본적인 품질이 비슷할 때 소비자들은 자신의 감정 밑바탕에 깔린 선호도에 따라 상품을 선택한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사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것도 이때문이다. 다른 나라에 진출한 기업이 「우리 기업은 OO만큼의 고용력을 창출하고 있습니다」라든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우리는이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이미지 광고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M은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90%는 프랑스인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프랑스에 진출해 「애국적인」 프랑스인들로부터 배척당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시킬 수 있었다.◆ 소비자의 로열티 얻어라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어떤 기업광고에 호감을 가지고 궁극적으로그 기업에 대해 로열티를 갖게 되는 것일까. 올초 취업정보회사인인턴이 전국 대학생 5백명을 대상으로 기업의 광고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로 삼성그룹의 이미지 광고가 뽑혔다. 삼성그룹은 94년부터 3년째 「세계일류」 캠페인을 일관되게유지해 오고 있다. 94년에는 전화기를 발명한 벨박사 등을 등장시켜 「세계일류-2등은 기억되지 않습니다」광고를 내보냈으며 95년에는 「세계일류-누구에게나 가능성있는 사회」로 세계일류 시리즈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국의 대처 전수상을 통해 여성차별 철폐를, 발명왕 에디슨을 통해서는 학력철폐를 내세워 사회공익적인 주제로 광고를 이끌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세계일류-함께 잘사는 사회」라는 모토로 아프리카 난민을 돕고 있는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을 등장시켜 나눔과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기억에 남는 광고로 꼽힌 삼성그룹의 이미지 광고는 일관성과 사회공익성으로 소비자들의 호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지 광고가 지향해야 할 방향도 이 두가지에 들어있는 셈이다. 이미지 광고를 하면 금방 기업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는 조급증과 기업의 명성이 확고부동해 더 이상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안일함이기업이미지 광고의 가장 큰 적이다. 「가랑비에 옷젖듯」 있는 듯없는 듯 소비자 마음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꾸준함. 기업이미지 광고를 성공시키기 위한 제일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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