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M&A주 '돌격 앞으로'

「주가변동은 M&A로 통한다」. 올들어 주식시장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M&A(기업매수합병)가 핵심테마로 부상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시장에너지가 소진된 약세장에서 M&A가 주가변동의 시작과 끝이라는 뜻이다. 좀 과장이 섞이긴 했어도 최근 시장흐름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3천3백50원에서 7만6천2백원으로」. 지난 95년 2월 6일부터 96년5월 6일까지의 한솔텔레콤 주가 움직임이다. 1년 3개월동안 무려22.7배나 뛰었다. 한솔텔레콤은 옥소리가 부도난 광림전자를 인수한 뒤 바꾼 이름. M&A를 통해 화려한 변신과 함께 회사가치를 키운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태평양종합산업도 이에 버금간다. 지난 5월 23일 1만2천7백원에서10월 14일 6만8천원으로 5개월만에 5.4배나 올랐다. 회계사 J씨가대량매집, 대주주에게 고가매입을 종용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면서가파른 상승커브를 탔다.M&A가 증시의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저치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도 M&A 입김을 타는 주식들은 하늘 높은줄 모른채 오르고 있다. 대호 OB맥주 미도파 영남종금 서울증권농심…. 일정기간 오른뒤 다른 종목에 자리를 넘겨주고 또다시 같은 재료로 컴백하는 양상을 보인다. 결국 한단계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다. 올하반기는 특히 M&A관련주 독주시대라고 해도 과언이아닐 정도다. 내년 4월부터 공개매수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그전에마무리짓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온갖 설이 나돌았다. 그에따라주가가 출렁거린 것은 물론이다.◆ 200조 개정 앞두고 만개(滿開)M&A관련주로 떠오르는 주식에는 일정한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자본금이 작다. 적은 금액으로도 주가를 크게 변화시킬수 있어 최대의장점으로 꼽힌다. 한신기계 모나미 동양강철 대한모방 고려포리머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대주주가 연로해 상속을 앞두고 있다든지지분경쟁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재료로 작용한다. 삼삼종금 한국주철관 한국카프로락탐 미도파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다는 점도 거론된다. 적대적 M&A의 경우 시장에서 매입할 수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양 유한양행 내외반도체 대한화재보험 경향건설 등이 이런 주식으로 꼽히고 있다. 내년부터 상속세법이 바뀌어 공익법인 지분율이 높은 영남종금 통일중공업 대웅제약 등도 M&A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다. 성창기업 만호제강 유성 삼부토건 등 자산가치가 높은 주식과 지주회사인 기아자동차 대림산업 대유통상 선경 쌍용양회 등도 M&A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명공학적 신약이나 첨단기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가미되기도 한다. 영진약품 녹십자 등 제약주나 지원산업 한국컴퓨터 등이 이런 예다. 유선방송(CATV)이나 지역민간방송 등도 한몫한다. 대호 대륭정밀 등이 그것이다. M&A는 시대에 따라 주도주가 변화하는 특징도 있다. 처음에는 자산주가 최대 재료로 부상한 뒤 자금조달을 위해 종금사가 관심으로떠오르고 다시 정보통신주로 넘어가는 식이다.자산가치와 M&A설을 바탕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효시는 만호제강.이 주식은 93년 3월 8일 2만원에 불과했으나 그해 11월 22일에는11만9천5백원까지 6배나 뛰었다. 그뒤 M&A 약효가 떨어져 94년 1월3일에 6만4천9백원으로 절반 가까이 폭락한뒤 재차 상승을 시도11월5일에는 18만3천원으로 튀었다. 1년8개월만에 9.2배나 오른셈이다. 자산주·M&A 돌풍을 몰고 오기에 충분했다.동성화학이 만호제강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만호제강이 1차조정을거치던 94년 3월 9일(1만6천5백원)부터 같은해 6월 10일(4만8천2백원)까지 3배나 올랐다. 비록 만호제강이 2차 점프를 시작하면서 동성화학의 영화는 단기간으로 끝났지만 M&A의 약효가 얼마나화끈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대한재보험도 M&A관련주로 각광을 받았으나 주가상승폭은 56.1%에 「그쳐」 상대적인기는 떨어졌다.93년부터 M&A가 주식시장에서 재료로 급부상한 것은 상장기업주식의 대량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2백조를 97년부터 폐지한다는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2백조는 경제발전 단계에서 창업자들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 조항이 경영권을 지나치게 보호해 방만경영의 원인이 된다는 여론이 일면서 폐지키로 한 것. 증시에 일파만파를 불러일으켰다. 거래법이 개정된 이듬해인 95년에는 예상외로 M&A 움직임이 적었다. 시행시기가 2년이나 남아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았던 때문이다. 다만 2월에 옥소리의 광림전자 합병으로 질적 측면에서는 「체면」이 유지됐다.96년은 M&A 시대였다. 재경원과 증권업계가 공동으로 마련한 「증권제도개선방안」에서 공개매수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마련되면서 M&A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금융기관의 합병이나 전환을장려하는 「금융기관구조조정법」이 국회에 상정되고 은행을 비롯한 증권 보험 종금 등 금융기관들도 M&A의 직접적 대상으로 떠올랐다. 지분율이 5% 넘는 공익법인의 의결권을 제한한다는 개정상속세법이 내년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는 점도 거들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종합주가지수가 8백선을 밑도는 기간이 장기화될 정도로 시장에너지가 극도로 쇠잔해진 증시에서는 M&A가 최대의 재료로 떠올랐다. 일동제약이 테이프를 끊었다. 구체적 실체없이 M&A설이 끊이지않으면서 주가가 오름세를 탔다. 상승폭은 186.7%. 1월말부터 8월중순까지 7개월반 동안이었다. 일동제약 M&A에 대해 긴가민가하던때인 3월초. OB맥주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3월 6일부터 5월18일까지 불과 2개월여만에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랐다. 대선주조 무학주조 보해 등 지방소주사들이 OB주 매집에 나서고 OB도 이에맞서 경영권 보호를 위해 지분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탓이었다. 지방소주사들이 OB에 대해 회계장부열람을 청구하면서 「법정싸움」이라는 위기일발의 긴장으로까지 몰고 갔었으나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한탕 끝나면 절반이하로 폭락 ‘뇌동매매’ 주의4월에는 영남종금으로 공이 넘어갔다. 지방종금사 전체가 M&A설에휩싸이고 있는 사이 공익법인의 지분제한이 가세하면서 주가가 뛰기 시작했다. 4월 1일부터 6월 24일까지 2.3배 상승했다. 8월부터는 통합방송법제정을 계기로 서초CATV를 갖고 있는 대호가 부상했다. 두달사이에 주가가 2배나 올랐다. 그러나 M&A를 주식투자 지표로 삼을 때는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않다. 은밀하게 진행돼 실체를 파악하기 힘들어 「뇌동매매」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일부 「작전」세력들이 짜놓은판에 뛰어들어 손실만 입는 경우가 적지 않다. M&A는 설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한탕」이 끝나고 나면 필연적으로 절반이하로까지 폭락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피해를 입게 된다는 얘기다. 충북은행 대유통상 등이 대표적인 예다. 대유통상은 1월 5일1만7천9백원에서 시작해 9월 12일에 4만9천7백원으로 2.8배나 올랐다. 그러나 그후 부티크인 「한국M&A」 사건으로 인해 M&A가 된서리를 맞으면서 폭락하기 시작했다. 10월 31일 현재 2만6천1백원까지 밀려있다. 9개월동안 오른 주가가 단지 40여일만에 원위치했다.오를 때는 힘들어도 내릴 때는 한순간이라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M&A의 직격탄을 맞은 영우통상도 수직하락중이다. OB맥주영남종금 대호 등도 마찬가지다. M&A설이 힘을 얻을 때는 크게 상승하지만 그 약효가 떨어지면 곤두박질친다. M&A가 하나의 위험한재료임을 입증하고 있다. 대부분의 M&A설이 허무맹랑하다는 점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올들어 나라종금(전 동아투금)제일종금 경수종금 신세계종금등 종금들에 대한 M&A설이 난무했다. 실제로 이루어진 곳은 없는데도 말이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실현가능성이 없어도 설이 주기적으로나타나 주가만 움직였을 뿐이다. M&A. 잘하면 충신이지만 삐꺽하면 역적으로 몰리기에 충분하다. 충신으로 키우느냐 역적으로 배반당하느냐는 전적으로 투자자 개인에게 달려있다. 아무도 날려버린 자금을 되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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