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기업사냥꾼이다

호주의 한 기업이 한국에서 건설업에 참여하길 원하고 있다. 총투자비를 1천2백억원정도 잡고있고 실사등이 끝나면 곧바로 계약할계획이다. 유럽의 한 전자부품업체는 PCB(인쇄회로기판)등 전자부품회사를 사길 희망하고 있다. 기술이전등을 통해 아시아에 생산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용접부문의 특수기술을 갖고있는 또 한 회사는 한국에 2천만달러를 투자할 의사를 표명했다.이들 해외기업들은 한국의 산동회계법인에 마땅한 기업을 찾아줄것을 의뢰해 놓고있는 상태다. 우호적이라는 토가 달려있지만 97년부터 한국기업에 대한 기업사냥은 막이 오르고 있다.고임금 고지가 등으로 외국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무슨 얘기인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러나 몰라서 하는 소리다. M&A는 다른 차원에서 해석돼야한다. 막대한 투자비와시간이 필요한 그린필드투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외저리의 자금을 들여와 경영권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한 후 생산활동을 펼친다면 구미가 당기는 측면이 많다는게 M&A전문가들의 설명이다.더욱이 무궁무진한 중국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이점까지 있다.◆ 기업사냥꾼 한국기업에 ‘군침’ 다셔한국산업은행 자본시장팀에 따르면 최근들어 외국부티크와 증권사의 M&A관련자들이 우리시장을 노크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국시장을 스터디하려는 에이전트들이 잇따라 입국하는 추세이다.산업은행의 한관계자는 세계은행이 앞으로 10년동안 한국에서2백20조이상의 사회간접자본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추정하면서 건설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건설업을 하고있는 베이커씨는 한국시장진출을 통해 중국 러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인프라사업에 뛰어들 생각이라고설명했다. 파이스트인베스트먼트등 M&A전문 중개기관에도 유통 제약 진출에 대한 해외기업들의 자문이 최근들어 늘어나고 있다. 배동준 차장은 97년부터 M&A환경변화로 국내 합작기업에 대한 소유구조와 경영체제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상장기업에 대한 해외기업의 관심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군침을다시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다만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될 따름이다. 물론 97년 4월부터 증권거래법 200조(대량소유제한에 관한규정)가 폐지된다고 해외기업들이 뭉칫돈을 싸들고와 적대적인M&A를 하는건 불가능하다. 제도적으로 우호적인 M&A만 허용해서다.그러나 상황은 언제든지 변하고 자본시장의 문도 활짝 열리게 된다. 그때를 대비해 외국인들이 구미가 당기는 중견기업에 자금을제공하고 옵션으로 주식을 잡아두는 사례도 없지않다. 이같은 방법을 활용할 경우 현행 외국인한도(20%)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해외핫머니가 종목을 발굴하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않게 들린다. 정크본드의 황제 마이클 밀컨처럼 지분매수를 통해 부를 창조해온 미국의 투기꾼들이 한국시장을 휘저을 때가 멀지않았다. 합작형태의10여개 상장사들도 파트너간 경영권다툼이 빚어질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다. 특히 기업가치에 비해 경영이 건전하지못한 경영주들은해외기업의 타깃이 될수 있다. 『법이 보호할 가치가 없는 순결에대해선 법이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처럼 투명하게 기업을 꾸려가지 못하는 경영주는 심판대에 서야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업가치비해 경영부실한 기업 타깃물론 대기업중심으로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M&A가 가장 효율적으로 리스트럭처링을 할수 있는 유일한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우의 세계화전략 등도 곰곰이 따지고보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물론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을 곱지않은 시각으로 보는 눈도 있는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80년대후반 일본기업들이콜롬비아영화사와 록펠러센터 등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인후 후유증을 겪었듯 한국기업의 해외진출도 부작용이 적지않을 것으로 우려했겠는가. 한마디로 능력이상의 과욕은 화를 불러올수 있다는 지적이다.이같은 수요에 맞춰 대우증권 LG증권 새한종금등 제2금융권 M&A팀과 프런티어 M&A등 부티크들도 해외부문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이들은 해외기업에 대한 M&A서비스와 함께 방어를 위한 기업자문도제공키로하고 포괄계약을 맺는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최근 1, 2년새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M&A부티크들은 규모나 조직력면에서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중개업무만으론 한계가 있다. 현재 서울에 있는 M&A부티크들은 1백여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설립된지 1년이내에 망한 곳도 수십개가 된다. 이중에는 일부 재벌총수들의 사설 M&A전략팀도 끼여있다. 경영컨설팅이란 간판을 내건 사무실중 태반이 M&A중개업체로 활동하고 있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티크들의 난립으로 시장질서가 어지럽혀지고M&A 의 긍정적 측면이 가려질 것이란 우려도 없지않다.물론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 전반적인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미국 일본등 선진국 자본시장 발전과정에 비춰볼때 기업의 M&A활동은 경기와 무관하게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경비즈니스」가 증권사 종금사 회계법인 법률회사 부티크의 M&A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97년 시장전망에 대한 전화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7.5%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위축될 것이란 응답비율은 전체의 17.5%였다. 이는 내년 증권거래법 200조가 폐지되면서 정부가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공개매수제도 등을 강화, 단기적으로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예상에바탕을 둔 것이다.◆ M&A 유망 비즈니스 부상 전망업종별로는 정보통신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성장성이 뛰어난 정보통신업이 최근 1,2년새 M&A바람을 몰고온데 따른 응답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솔그룹이 광림전자(한솔텔레콤) 옥소리 한국마벨을 인수, PCS사업자로 선정됐으며 동원그룹도 알토란같은 성미전자를 인수, 무선호출사업에 진출했다. 이들 기업들은M&A를 통해 사업구조조정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다음으로 제약업도 M&A유망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자본금이 적어 M&A시너지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유통 건설업등도 기업사냥꾼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반면 제조업부문에 대한 열기는 한풀 꺾여 M&A가 국내 전체산업구조조정에 어느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따라서97년은 M&A가 산업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시장질서를 세우고 참여자들이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함께 노력하는 한해가 되어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도 증권거래법 시행령을만드는 과정에서 엄정한 시장의 룰이 자리잡을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질서만 잡히면 M&A가 유망 비즈니스로떠오를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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