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붐 타고 생수시장 '큰 불'

「대동강 물을 팔았다」해서 천하 제일의 세일즈맨으로 기억되는 봉이김선달. 그러나 현대 한국사회에서 봉이 김선달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현재 국내에는 땅을 파 지하수를 뽑아내 판매하는 물장사 업체만 60여개(허가업체 46개, 무허가업체 약 10여개). 이 숫자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별 자본없이 좋은 수원(水原)만 잡으면 확실하게 돈을벌수 있다는 생각에 너나없이 생수시장에 뛰어들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만 롯데(실비아) 해태음료(해태샘물) 한국야쿠르트(팔도샘물나라) 동원산업(동원샘물) 삼립GF(옛날샘물) 미원(캐나다산 생수 나야수입) 등이 생수시장에 새로 진출했다. 두산음료 등 10여개 업체는 생수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국내에서 생수 판매가 처음 시작된 것은 76년. 전량 수출하거나 국내에거주하는 외국인에게만 판매하는 조건으로 「다이아몬드 정수」가 정부의 허가를 따낸게 시초였다. 이후 94년 3월 대법원이 정부가 생수 시판을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리기까지생수업체들은 「불허」와 「허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했다. 대법원판결로 인해 지난해 5월부터 생수는 「먹는 샘물」이란 이름으로 겨우공식적으로 유통되게 됐다.허용 발표가 나자 기존에 생수사업을 하던 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까지 술렁거렸다. 생수가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될 것이라는 장미빛 꿈에 부풀어 생수 시장 진출을 공표하는 업체들이 잇달아 나타났고기존 생수업체들은 급히 생산설비를 늘렸다. 외국산 생수도 국내 진출을서둘렀다. 지난해초 언론은 「외국산 생수가 몰려온다」는 내용으로 외국 물이 한국을 휩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1년반이 지났다.◆ 생수업체 난립으로 유통질서 문란1년반이 지난 현재 생수시장이 노다지산업이 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는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전체 생수시장이성장하고 있다는 예상은 맞았다. 94년에 8백억원 규모였던 생수시장은지난해 1천2백억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2천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생수가 공식적으로 허용된 지난해 5월부터 올 6월까지 13개월간 생수 제조업체로 허가받은 46개 업체의 매출 총액은 1천2백80억원. 무허가업체의 판매량까지 합한다면 올해 시장 규모 2천억원은대략 맞는 셈이다. 이 중 진로(석수) 풀무원(풀무원샘물) 제일제당(스파클) 등 빅3의 매출액이 전체 생수 판매액의 50.1%(6백41억원)를 점하고있다. 진로가 3백64억원으로 업계 1위를 기록했고 풀무원은 1백47억원,제일제당은 1백29억원이었다. 이어 다이아몬드정수가 82억원, 제동흥산이62억원, 설악음료가 57억원, 산수음료가 45억원, 한국청정음료가 43억원,크리스탈정수가 42억원, 일화가 32억원 순으로 10위권에 들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0년에는 생수시장이 1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란 업계 전망이 어느 정도는 들어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생수시장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우선 아무리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결실을따먹으려고 덤비는 업체가 너무 많다. 한마디로 「이전투구」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 생수의 역사는 2백년이 넘지만 생수 업체 수는 37개로우리보다 오히려 적다. 우리나라의 경우 얼마나 빠른 시일내에 많은 업체가 생수시장을 향해 뛰어들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업체가 난립하면서 무자료거래가 성행하고 가격질서가 문란해진 것도 문제다. 생수 시판이 허용된 직후인 지난해 6월 의욕적으로 생수 시장에뛰어들었다가 거의 포기 단계에 이른 오뚜기도 결국 무질서한 생수시장에 두 손을 든 꼴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경남 마산의 (주)서림을 30여억원에 인수, 「석천」이란 브랜드로 생수 사업을 벌여오다가 채산성 악화로 최근 생수사업에서 거의 손을 뗐다.물론 큰 생수업체들이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진로가 올 상반기 동안 1백50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 성장했고풀무원은 1백12억원으로 49.3%, 제일제당이 1백10억원으로 89.7% 성장했다. 그러나 이 결과는 빅3 생수업체가 당초에 예상했던 목표액에 못미치는 수치다. 진로는 올해 5백억원을 목표로 세워 상반기 동안 2백50억원 어치를 팔았어야 했고 풀무원의 목표는 2백60억원으로 상반기 동안1백30억원을 팔았어야 했다. 제일제당 역시 크게 성장은 했지만 시장점유율 20% 달성이라는 목표에는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한국야쿠르트해태음료 동원산업 등 탄탄한 자체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는 후발업체들이 판촉활동을 본격화함에 따라 빅3의 위치도 결코 안정적이라고는 할수 없게 됐다.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당초 예상을 가장 벗어난 결과는 엄청난 인기를 끌것으로 보였던 외국 생수들의 몰락이다. 당초 수입 판매 허가를 받은 외국 생수는 23개. 이 중 상아제약에서 판매하고 있는 에비앙(프랑스)과 매일유업의 스파(벨기에) 농심의 볼빅(프랑스) 성우종합상운의 바이킹(노르웨이)만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뿐 나머지 19개 수입 생수는 거의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올 상반기 동안 수입생수 판매액은 에비앙이 1억2천만원, 스파와 볼빅이 각각 1억원, 바이킹이 8천만원 등으로 전체 합해서 5억원을 겨우 넘었다. 이 수치는 전체 생수시장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외국업계, 전체 생수시장 1% 미만으로 몰락흔히들 외국 생수가 국내에서 힘을 못쓰는 이유는 수입해오는데 따른 물류비 증가로 가격이 국산보다 비싸고 국산 생수의 품질이 훨씬 뛰어나기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생수를 수입하는 업체의 주장은 전혀다르다. 전체 생수시장 2천억원 가운데 80%인 1천6백억원 가량을 18.9ℓ짜리 배달용 대형 물통이 차지하고 있다. 편의점이나 백화점 슈퍼마켓호텔 등에 주로 팔리는 0.5ℓ나 0.9ℓ, 1.5ℓ짜리 페트병 시장은 많아봤자4백억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국 생수의 경우 18.9ℓ짜리 대형 용기는취급하지 않고 있다. 박진순 에비앙 사업부장은 『물이란게 공기와 접촉한지 사흘이 지나면 오염돼 세균이 생기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우 18.9ℓ짜리 대형 물통에 생수를 파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페트병으로만 경쟁하려다 보니 국내 업체에 밀리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편의점이나 호텔 냉장고에 전시할 수 있는 생수는 기껏 두 종류인데국내의 60여개 업체가 여기에 포함되기 위해 30대 1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꼴』이라는 말도 덧붙였다.생수업체 난립으로 인한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생수업체 난립은 생수시장을 이전투구의 장으로 만들뿐만 아니라 우리 국토 전체를 병들게 하고 있다. 15개의 생수업체가 몰려있어 우리나라 생수산업의 최대메카로 자리잡은 충북을 예로 들어 보자. 충북 중에서도 청원군 미원면은 생수회사가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말까지 1백30㎢인 이 지역에서 지하수를 개발, 생수사업을 벌인 업체는 5개. 반면 프랑스 에비앙한 생수회사의 지하수 개발면적은 미원면의 4.5배가 넘는 6백여㎢다. 프랑스 정부는 에비앙사의 수원이 있는 이 지역에 오직 1개 회사인 에비앙에만 생수사업 허가를 내 주었다. 덕분에 이 지역은 오랫동안 자연상태로 보존됐다. 우리나라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한국자원연구소는 지난 20년간 전국에서 개발된 시추공이 약 60만개에이른다고 추정했다. 지하수 개발을 위해 뚫렸다가 개발에 실패, 폐공이된 곳이 몇 군데인지 정확한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방치해둔 폐공에 오염물질이 폐공에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는것이다. 이런 식의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는 조만간 지하수가 고갈되리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백년간 단 37개 생수업체만 허용한프랑스. 20년간 60여개의 생수업체를 허용한 한국. 생수시장이 정상화되고 맑기로 유명한 금수강산의 물을 오랫동안 향유하기 위해서라도 생수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한 때다.★ 인터뷰 / 이순석 참물음료 회장차별화로 2000년대 5대업체로점프6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생수시장에서 참물음료는 작은 회사다. 그러나 단단하다. 뚜렷한 차별화 전략으로 참물만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2000년대 국내 5대 생수업체 중의 하나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이순석 참물음료 회장을 만나 참물의 마케팅 전략과 목표, 생수시장의 현황을 들어봤다.▶ 우선 회사소개를 해주십시오.참물음료는 91년 10월에 설립됐습니다. 인삼의 고장으로 유명한 충남 금산군에 지하수 개발 허가를 얻어 생수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충남 금산은 오래전부터 물탕골이라 해서 물로 유명한 고장이라 이 곳 지하수는충분히 생수로 사업화할 수 있겠다생각했던거죠. 현재 명수참물이란 생수를 판매하고 있고 생수시장의 쟁쟁한 대기업들과 경쟁하면서도 탄탄한 중견업체로 성장했다고 자부하고있습니다. 매출액은 94년에 43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45억원이었습니다.▶ 참물 생수의 특징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습니까.참물은 토사층이 없는 3백m 지하의 암반층에서 뽑아올린 원수를 위생처리해 제조한 생수로 부드럽고 상쾌한 맛이 자랑입니다. 좋은 물맛도물맛이지만 참물이란 브랜드와 로고, 용기 디자인 등에서도 다른 업체와뚜렷이 차별됩니다.참물이란 이름은 깨끗하고 맑은 물이란 느낌이 들고 또 순 한글이라 기억하기도 좋죠. 용기도 대부분의 생수업체들이 원기둥의 페트병을 사용하는데 비해 저희는 사각기둥 형태를 쓰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용기만보면 참물이란걸 알 수 있도록 했어요.▶ 생수시장에 여러 업체가 뛰어들어 과당경쟁이 유발되고 있다는 지적이있습니다만.현재 먹는 샘물 허가업체는 대략 50여개고 무허가업체까지 합하면 60여개입니다. 허가 진행중인 업체를 포함하면 대략 70여개 업체가 앞으로 2천억원 가량의 생수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숫자죠. 그러다 보니 과당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요. 가장 큰 문제점이 생수 대리점을 둔 과도한 경쟁입니다.생수시장 선점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회사의 대리점을자사로 끌어들이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경쟁이 과다하게 일어나다 보니무자료거래도 성행하고 가격질서도 엉망이 되고요. 또 생수업체의 난립은 생수 자체의 품질 저하로 귀결될 우려도 있어 더욱 문제입니다. 생수시장이 정상화돼야 하는데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공정한 경쟁만이 시장을 정화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하수는 한정돼 있는데 생수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수질 오염이나 지하수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높아지고 있는데요.지하수는 비나 눈이 지하로 스며들어 생성된 물이기 때문에 거의 무한정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지역에서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양의 물을 취수하면 지역적으로 고갈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환경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니 그런 극단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지하수를 이용하는 생수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자사의지하수를 잘 관리하고 보전하는게 중요합니다. 지하수가 곧 사업 밑천인데 업체가 앞장서서 보호해야죠.▶ 앞으로 영업전략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참물음료는 질 위주의 경영을 추구합니다. 가장 좋은 물을 판매하고 품질이 좋으면 소비자에게 인정받는다는게 저희의 신념이고요. 유통관리는전국을 수도권 부산권 광주권 대전권 대구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에 맞게 하고 있습니다.충북 금산 공장으로는 전국 시장을 모두 포괄하기에 무리가 있어 경북영덕군에 새 공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영덕 공장은 영덕군과 합작으로설립될 예정이고 내년말이나 내후년초쯤이면 완공될 것으로 봅니다. 영덕 공장까지 완공되면 2000년에 총매출액 1천억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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