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흔드니 나는 돌겠다"

대학사회에는 다양한 춤이 있다. 「덩더쿵 얼쑤」하는 전통의 춤사위가있고 몸을 비벼 흔드는 트위스트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운동가요에 맞춰춤추는 율동도 있고 대학가의 락카페를 꽉 메우는 최신유행도 있다. 볼룸댄스도 대학사회의 「공식」춤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원 투…슬로슬로…쓰리 앤 훠』 『손 바꿔쥐고 원 투…쓰리 앤 훠』 대학교정에서들리는 볼룸댄스 강사의 구령이 그것을 말해준다.다양한 춤의 세계안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거리낌없이 흔들어대는 과감함과 무대가 마련돼야 마지못해 나서는 수줍움도 있다.춤관련 교양강좌는 수줍움을 위한 멍석이다. 특히 볼룸댄스가 그렇다. 대학인들이 자연스럽게 제대로 된 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직장인들 사이에선 볼룸댄스바람이 불고 있지만 대학생들에겐 먼 얘기다. 몇몇 문화센터에서 강좌를 개설하고 있지만 젊은 대학생들이 가긴쉽지 않다.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이 그렇고 「아저씨」「아줌마」들의 분위기가 그렇다.◆ 춤은 인류의 오랜 신체언어서울대 경희대 등 상당수의 대학이 볼룸댄스를 정규 교양강좌로 개설한상태. 고려대와 건국대도 내년부터 교양과목에 볼룸댄스를 포함할 예정이다. 각 대학에서 정규수업으로 개설한 춤관련 강좌는 볼룸댄스 말고도포크댄스 재즈댄스 에어로빅 민속무용등 다양하다.『처음엔 시간도 적당하고 부담도 없어 별 생각없이 신청했다』는 이선재씨(서울대 조선과 1년)는 『춤이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다』고 한다. 2시간동안 손을 들고 발을 밀고 당기고 돌고 나면 땀이 흠뻑 젖는다.『춤추고 나면 개운해요』 수업을 마친 이선재씨의 춤에 대한 「느낌」이다.대학당국에서 정규수업으로 개설한 수업외에도 춤을 배울수 있는 「멍석」이 또있다. 대학생활의 꽃이라 불리는 동아리가 그것. 대표적인 볼룸댄스 동아리로는 「샷세」가 있다. 『춤을 배우고 싶었어요. 영화를 보면멋있게 춤추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샷세」회원인 황지인씨(이화여대법학과 1년)의 말이다.「샷세」는 91년 6개대 대학생들이 결성한 볼룸댄스 연합동아리다. 현재회원은 1백여명. 매학기 10쌍정도 모집하는데 여학생의 경우 보통 모집인원의 10배가 넘게 신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에 나오는 맘보나 에 나오는 탱고를 보고 감탄하고 온 학생도 있고 단순한 호기심에서 온 학생들도 있다. 『춤의 한종류인 「차차차」등 낯선 단어를 접한 친구들은 웃기도 하지만 관심은 많이 있어요.』(김하영·연세대 상경계열 1년)『신기해 하면서 함께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정슬기·성신여대 전산과 2년)최근엔 「대즐스」라는 동아리도 생겼다. 「대즐스」는 「대학생들이 즐기는 스포츠댄스」의 줄임말이다. 「샷세」가 가입대상을 대학1학년학생으로 제한하는 반면 「대즐스」는 대학생이기만 하면 된다.『춤이 좋습니다.』『춤을 추는 동안은 힘든 일을 잊을수 있어 좋고요. 어렸을 때는 나이에비해 점잖아질 수 있고 늙어서는 나이에 비해 젊어질 수 있는게 춤입니다.』『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은 것이 있잖아요.』『음악만 듣고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잖아요.춤도 그래요.』『신나잖아요.』이들이 춤을 추는 이유다.춤을 추는 것이 대화이자 인류의 오랜 신체언어다. 음성으로 표현되는언어가 「말」이고, 문서로 표현되는 언어가 「글」이라면 몸으로 표현되는 언어는 「춤」인 것이다. 함께 춤을 신나게 추고 나면 친해지는 까닭이다. 춤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는 이유다. 대표적인 커플댄스인 볼룸댄스의 매력도 여기에 있다.『상대방에게 특정한 동작을 기대하며 춤을 리드하면 원하는 방향으로리드를 받아들입니다. 이때 느끼는 즐거움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샷세」와 「대즐스」에서 춤을 지도하는 최병일씨(연세대 사회교육원볼룸댄스 강사)의 말이다.『대표적인 예가 리듬이 강한 탱고입니다. 리듬이 강해 맞추기 어렵고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즐겁습니다. 리드의 기쁨은 밀 때 나옵니다. 남자가 여자의 손을 밀면 여자도 같은 힘으로 받아줘야 하는데 익숙하지 못하면 손만 밀리고 말죠.』최병일씨는 젊었을 때 춤을 배우는 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한다.가장 큰 장점은 예절을 익히는 것. 신체접촉이 많은 볼룸댄스에는 특히예절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춤자체로도 젊을 때 배운 춤이 멋있다는 것.『학생들이 춤을 추는 것을 보면 아시겠지만 훨씬 멋있어요. 몇십년씩한 분들보다 그림이 좋아요. 학생들이 춤을 잘 추기 때문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분위기 때문입니다. 젊을 때부터 해야 그런 분위기가 나옵니다.』★ 볼룸댄스 동아리 「샷세」「대즐즈」"춤 즐기면서 공연도 해요"샷세는 공연중심의 볼룸댄스동아리이다. 그만큼 연습도 훈련에 가깝다.회원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춤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 반면 대즐스는 춤을 「즐기는」 방향이다. 샷세는 대학 1학년생만 대상으로 신입회원을 선발하지만 「대즐스」는 대학생이기만 하면 회원자격이 있다. 운영도 되도록 재미있게 한다.91년 대학 재학때 「샷세」의 결성을 주도한 최병일씨는 『샷세와 같은공연중심동아리로는 볼룸댄스 저변을 넓히기 힘들다고 판단해 「대즐스」를 결성했다』며 『2학년이 돼서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 하기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학생들이 오히려 더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샷세」는 무용의 기본동작을 지칭하는 용어. 볼룸댄스에는 왈츠 탱고룸바 삼바 등 10종목이 있는데 샷세는 모든 종목에 들어간다. 춤의 기본동작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어감이 좋아서 선택했다고 한다.연합동아리인 샷세가 겪은 어려움도 많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지원을받는 공식동아리가 아니라 연습장을 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지난해까지 각 대학교를 무용장이나 체육관을 전전하다 최병일씨가 차린 체육입시학원 덕택에 고정 연습장을 마련했다.최병일씨는 현재 체육입시학원인 연세피트니스를 운영하며 샷세의 연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 12월에는 대학생외에 20~30대를 대상으로한볼룸댄스동아리를 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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