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그룹 해외시장서 대어낚기 투망

해외유망기업을 노려라.국내 기업들의 영토확장은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국내 뿐만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계속하고있다. 특히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총수의 각별한 관심을 반영하듯 전에 없이 활발한 모습이다.세계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대우는 최근 프랑스 국영기업인 톰슨그룹의 멀티미디어 부문을 단돈 1프랑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조건은 톰슨멀티미디어사의 총부채 1백60억 프랑(2조5천6백억원)가운데 1백10억 프랑(1조7천6백억원)을 대신 갚아준다는 것. 물론이는 최종적인 것은 아니다. 올해 안으로 프랑스 민영화 추진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프랑스에서 내부적인 반발도 있는 것이사실이다. 그러나 대우는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당초 골격이 그대로유지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어쨌든 대우는 톰슨사 인수를계기로 세계 최대의 가전공급업체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TV사업의 경우 매출액 규모에서 일본 소니를 50% 가량 앞서게 된다. 또종합가전 매출액 면에서는 네덜란드 필립스보다 30% 이상 커질 전망이다.김우중 회장이 해외에 나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대우의 해외기업 인수합병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90년대 들어서 이전에도 여러 차례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폴란드의 국영 자동차 업체인 FSO사를1억4천만 달러에 인수했다. 또 이에 앞서 자동차 회사인 루마니아로대(연산 20만대 수준)와 체코의 AVIA사를 사들였다. 유럽에서의자동차 생산 3각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지난 6월에는 루마니아의 망갈리아조선소를 5천1백만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유럽, 특히 동구권에서 자동차와 가전 관련 회사를인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는 대우가 그룹의 운명을걸고 추진하는 세계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우는 앞으로도유망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 AT&T인수로 비메모리반도체 기반 구축삼성 역시 인수합병에 관한한 대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삼성은 그룹 회장실 안에 M&A전담팀을 두고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법무팀에서도 많은 도움을 준다. 대우와다른 점이 있다면 유럽보다는 미국과 일본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점이다. 이제껏 삼성이 해외기업을 인수합병한 사례 가운데 가장눈길을 끄는 것은 컴퓨터 메이커인 AST의 경우다. AST는 세계 6위의 컴퓨터회사로 꼽힐 만큼 큰 규모의 회사다. 지난해 인수 당시들인 돈은 무려 3억7천만달러. 이제껏 국내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들인 액수 가운데 최고치로 기록되고 있다. 삼성은 이에 앞서 지난 94년에는 하이파이오디오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일본의 럭스사와 무라타콘덴서사를 각각 20억엔과 2억8천만달러에 샀다. 이밖에 지난해에는 삼성항공을 통해 유니언광학(일)의 지분 50.4%를 인수했다.구본부 회장 취임 이후 공격경영을 천명하고 나선 LG도 해외 M&A에적극적이다. LG는 사실 선대 회장 시절까지만 해도 해외진출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외국에서 제의는 많이 들어왔으나 주저하며 인수를 꺼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 가전업체의 하나인 제니스사를 전격 인수, 재계를 놀라게 했다. 구회장이 직원들을 독려하며 뒤에서 직접 챙겼음은 물론이다. 당시 LG는 제스트팀이라는전담팀을 구성, 약 6개월간의 사전 준비작업 끝에 도장을 찍었다. LG는 또 지난 5월 인도의 중견 석유화학 업체인 힌두스탄폴리머사를 인수, 인도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구회장이 올해초 기자회견에서 강한 어조로 밝혔듯이 LG는 동남아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2천만달러를 출자해 폴란드 중견 민간은행인 페트로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LG로서는 동남아를벗어나 동구권에 진출할 확실한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현대 역시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적극성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4년 미국 AT&T GIS사의 비메모리반도체 부문을 3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룹이 집중투자하고 있는 반도체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보다 앞선 93년 12월에는 1억5천만 달러를 주고 맥스터사를 샀다. 맥스터사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분야에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국내 기업의 해외 M&A는 4대그룹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어찌 보면인수자금이 수억 달러를 웃도는 경우가 적잖아 그럴 수밖에 없는측면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나머지 기업들이 팔짱만 낀채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은 듯하다. 비록 상대적으로 덩치는 작지만기회만 있으면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또 실제로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최근 들어 크게 느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M&A 관련컨설팅 기관들에 따르면 최근 2년 사이 외국 기업을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오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화는 지난 94년 네덜란드의 로힐사를 1천만 달러에 인수한데 이어지난해 헝가리은행을 6백80만달러를 주고 전격 인수했다. 동양화학도 지난해 롱프랑와이오밍사를 1억5천만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매입했다.그렇다면 국내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해외기업 사냥에 나설까.국내기업이 해외에서 기업을 인수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시간적으로 따져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린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삼성을 빼곤 아직 전문적인해외 M&A팀을 운영하지는 않고 있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전담팀을 가동하는 정도다. 대신 인수와 관련된 컨설팅을 해외 증권사 등전문기관에 의뢰한다. 국내에 마땅히 자문을 구할 전문기관이 별로없는 까닭이다. 고작 1~2개 기관 정도가 해외M&A에 관해 실질적으로 자문해줄 수 있을 정도다. 또 기업들은 계약을 맺기 전 현지에있는 법률회사로부터 법률자문을 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각 나라마다 법조항이 약간씩 달라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보통 4~5개월이 걸리는 이런 사전준비 작업이 끝나야 비로소 계약에 들어간다. 본 계약에는 보통 그룹의 핵심 경영진이 직접 참여한다. 그러나 워낙 거래단위가 크기 때문에 때론 막판에 뒤집히기도한다. 최종담판 과정에서 한쪽이 트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이다.지난해 LG가 인수한 제니스사도 이전에 국내의 다른 라이벌 회사가인수를 추진하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인수가 무산된 일이 있었다.◆ 국내 M&A관련 자문기관 없어 무산되기도국내기업의 해외 M&A 역사는 지난 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부 기업들이 외국의 자그마한 부품업체들을 인수하면서 막이올랐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리 활발치 못했다. 또 인수규모도 그리크지 않았다. 기껏해야 수백만 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지역적으로도 싼 임금의 동남아에 집중됐다. 그러다가 90년대에 접어들면서차원이 다른 거래가 본격 시작됐다. 특히 삼미가 북미의 특수강 전문업체인 애틀라스사를 인수한 것은 국내에서 해외 M&A가 본격 시작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미는 당시 주변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미에 진출, 지난해부터 흑자로 반전시켰다.최근에는 아예 김현철 회장이 상주하며 직접 챙기고 있다.국내 기업들의 해외 M&A가 활발한 한편으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그 하나는 인수업체 대부분이 부실기업이라손해만 보고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수년째 적자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당분간 상황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아 진퇴양난의 어려운 입장에빠져있는 곳도 적잖다. 또 뛰어난 기술력을 보고 거액을 들여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인수후 사업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급 기술인력이 모두 빠져나가 당초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그렇지만 해당 기업들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비록 지금은 고전을면치 못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결코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우는 현지에서의 자금조달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물론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무분별한 자금끌기 창구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적잖은 것도사실이다. LG그룹 제니스팀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적자지만멀지않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확신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는제니스 인수는 기술이전 등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많은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간접적인 효과가 적잖다는 주장이다. LG는 또 미국진출의 교두보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M&A 전문기관인 파이스트인베스트먼트사의 박동현 사장은 해외기업 인수는 적어도 3~4년은 기다려봐야 성공여부를 알 수 있다며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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