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소싱 대우차 세계대로 '씽씽'

대우자동차의 수출 전선 기상도가 계속 「쾌청」을 보이고 있다.현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품질의 차를 팔고 있는 동유럽 시장은 물론이고 자동차 기호가 까다롭고 경쟁이 치열하기 그지없는서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남미도 수출 물량은 얼마 안되지만 상당히 선전 중이다.몇군데 현장을 보자. 95년 3월에 첫 진출한 프랑스의 경우 그해6천2백여대를 팔았지만 주문은 그보다 더 많았다. 나머지는 정중히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경위인즉 「자발적」 쿼터 제한이었다는 후문이다. 올 목표는 1만2천5백대로서 무난히 달성가능하다는 현지보고라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도 10개월만에 6천1백50대를판매해 1.4%를 차지했으며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점유율 11%를 기록, 독일의 오펠사에 이어 불과 10대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호주는 94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뒤 1년3개월동안 1만1천4백여대를 판매, 시장점유율 9위를 기록하면서 가장 짧은 기간내에 10위권에 진입한 업체로 부각됐다. 올 들어서는 월평균 1천2백∼1천3백대씩 팔려 나가면서 당초 판매목표 1만2천대를 1만5천대로 상향 조정했다.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 남미에서도 대단한 호조다. 콜롬비아는 첫상륙한 93년 3천2백대로 수입차 7위에서 이듬해에는 9천대를 팔아1위에 올라섰다. 95년에도 폴크스바겐을 누르고 2년 연속 1위자리를 지켰다. 페루에서는 처녀 진출한 93년 2위(2천9백대)에서 94년3천5백대로 1위에 뛰어 오르고는 95년에도 5천9백대로 도요타를 누르고 2연패했다. 일반 승용차는 물론 경찰 순찰차, 관용차(티코)로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고 현지 언론들로부터 최고의 차로 선정됐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역시 수입차 부문 1위(시장 점유율 76%),칠레에서는 도요타와 GM 등 선발업체를 제치고 2위를 달리고 있다.이같은 결과는 어디에 기인하는가. 현 시점에서는 일단 마케팅의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적절한 대상 고객을 설정하고 판매 및 A/S망을 잘 갖춰놓으며 과감한 광고와 철저한 서비스, 게다가 「형편이 닿지 않는 고객」에 대해 금융까지 지원한다면 어느정도 기대한 성과는 나오기 마련이다.그러나 세계경영을 언제까지 마케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사업을마케팅만 갖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비되어있는 것이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이다. 동유럽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과 인도 중국 등 해외 현지 공장에서 부품을 만들어 상호 공급하는 분업체계를 갖춘다. 이것은 가장 값싸게 부품을 조달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인 동시에 해당 지역의 블럭(관세) 장벽을 돌파하는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된다. 특히 대우는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에 진출하면서 기존 업체의 종업원전원 수용, 대규모 투자, 부품 생산 및 인접국가 수출 등의 조건을내세워 상당기간 동안 무관세의 혜택을 반대급부로 따냈다. 관세를피해감으로써 동급 차종간 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이것이 자동차 부분 세계경영 전략의 뼈대다.◆ 콜롬비아서는 폴크스바겐 누르고 1위대우는 GM과의 수출계약 옵션이 해제된 95년초부터 서유럽 시장에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계경영 추진에 따른 준비는 이미94년부터 갖춰나가고 있었다. 초창기에 가장 크게 고려했던 것은판매망을 어떻게 갖추느냐는 문제. 그런데 이는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그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연히 해당지역에 가장 오래 있었던, 즉 대우쪽에서 보면 (주)대우의 해외법인망일 수밖에없었던 것이다. 이 인력들은 그대로 현지 자동차 판매법인으로 옮겨가게 되는데 결과는 대성공으로 나타났다. 무역 마인드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아무래도 판매측면에서 자동차쪽 인력보다 앞섰다고할 수 있는데다 추후 현지 금융을 일으키거나 자동차 할부금융을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유리한 측면이 많았기 때문이다.드디어 94년 5월 판매망 구축작업에 들어가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오스트리아 베네룩스3국 등 시장규모가 큰 주요 6개국에는 단독판매법인, 이태리에는 합작 법인, 나머지 국가에는 7개의 판매대행사를 설립했다. 이듬해 2월에서 3월에 걸쳐 광고, 완성차 검사, 부품 물류, 할부금융 등의 협력사를 선정한 뒤 국가별로 대대적인 판매기념 행사를 벌인뒤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이 과정에서 대우는 같은 유럽이라도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특히중시, 각국별로 광고와 판촉 전략도 달리했다. 이를 테면 프랑스나스페인에서는 고객들이 품질을 별로 따지지 않는 반면에 독일에서는 위험천만이라고 읽었다. 또 영국인은 자디잔 광고 글씨도 다 읽고 사는 편이어서 광고에도 여러마디를 넣었지만 프랑스같으면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독일의 입술광고같은 것을 영국에서 했다면 실패했을 확률이 높다. 또 영국처럼 메이커가 없는 나라냐,독일 프랑스처럼 메이커가 강한 나라냐에 따라 직영방식과 딜러 방식을 각각 달리 했다.프랑스에서는 프로축구 1부리그 소속인 몽트리에 에로트팀에 넥시아 20대를 후원하고 회사 로고를 유니폼에 새겨 이미지 홍보에 활용했으며 독일에서는 「입술 광고」로 한달만에 대우차에 대한 인지도를 47%로 끌어올렸다. 네덜란드에서는 구매고객중 일부를 선발해 판매 및 홍보요원으로 활용하고 「테스트 드라이버」제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인지 작업을 벌여 유력 언론으로부터 95년 「그해에 가장 멋있게 진출한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법인의이동원법인장은 『유럽은 한 나라같으면서도 사실은 서로 다른 나라라고 봐야한다』면서 『광고 판촉비를 아끼기 위해 전 유럽에 동일한 광고를 했다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특화,이것이 서유럽 진출의 서두를 잘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다.◆ 인도는 중산층, 베트남은 택시시장 공략동유럽 지역은 평균 차령이 10년에서 20년에 이른다. 수입차라고해봐야 서유럽에서 굴러다니다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 넘어 오는 중고차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비하면 대우의 넥시아나 에스페로, 티코 등은 거의 「환상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관세도 없다. 우즈벡의 경우 완성차 수입은 cc당 3∼4달러, 부품은 30%의 관세가 붙지만 5천만달러 이상 투자업체가 필요에 의해 수입하는 것은 무관세다. 조립 공장을 두고 있는 폴란드도 일정 규모 이상 투자하는 업체에는 KD에 대해 무관세 제도를 두고 있다. 대우는 2년간 관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 루마니아 역시 「생산의 50% 수출, 부품 60% 비율 국산화」하는 조건으로 7년간 관세유예를 받아냈다. 그러니 가격 경쟁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대체수요가 폭발적이라는 현지 주재원의 설명이다.폴란드에서는 소비자들에게 품질에 대한 확신을 주기위해 전 차종에 대해 출고전 고속도로와 시내도로 34㎞를 달려보는 주행검사를실시한다. 부품의 품질 향상에 노력한 결과 IQS(품질평가 방식) 점수가 초기 8백점에서 3백점 대로 떨어졌으며 일제(70점 수준)와 비슷한 1백점대로 낮추는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언론들은 『티코만큼 좋은 차가 없다』는 평이고 주문한 뒤 한달이 지나야 차를 인도받을 정도다.루마니아에서 대우는 수입차중 8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 흔들리지않는 1위를 달리고 있다.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A/S도 잘 안되고 부품공급도 달렸으나 대우가 들어가 「자본주의식은 이렇게 다르다」고 한수 지도했다. 특히 공급과정에서 딜러의 농간이 심했던점을 감안해 『만약 딜러가 「급행료」를 받았으면 신고하십시오.돌려드립니다』라고 알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지 판매법인은 판매매니지먼트와 기술전수의 대가로 로열티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문제는 현지인들의 구매력. 1인당 GNP 2, 3천달러대 수준인 동구권국민에게 1만달러 수준의 차를 사라고 하는 것은 한국인에게 1억원짜리 벤츠를 사라는 말과 똑같다. 루마니아 같은 경우 그래서 3년할부제도를 도입했으며 이것도 부족해 조만간 4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아시아의 경우는 진출지역이 적은데다 일본세가 워낙 드높아 이렇다하게 눈에 띄는 전과는 못올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나가 있는 국가에서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 또한 유럽과 흡사하다.구매력이 부족한 아시아 지역에서 판매의 타깃은 단연 「잘나가는사람」이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공략해야 성공할 수 있다. 대우의아시아지역 자동차판매는 이같은 지역 특성을 고려,「성공계층」을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도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씨에로를 주력모델로 삼아 지난 95년 인도시장에본격진출한 대우는 조사결과 1만9천달러의 씨에로를 구매할 수 있는 계층이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중산층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1500cc급 승용차를 갖는 것이 꿈이었다.대우는 이에따라 현지판매와 동시에 이들 계층을 대상으로한 대대적인 광고공세와 판촉활동을 전개했다. 이를테면 크리켓동호회에대한 행사지원이 대표적인 예다. 크리켓은 인도에서 가장 인기있는스포츠로 대우자동차는 동호회가 행사를 가질 때마다 후원자로 나서 대우차 이미지제고에 나서고 있다. 현재 사전 예약주문량만도현재 11만여대에 달한다. 대우자동차 인도팀 김운도차장은 『국내에서 씨에로는 소형차에 불과하나 인도에서는 그랜저나 벤츠를 타고 다니는 수준과 같다』며 씨에로를 갖는 것이 성공한 사람들의꿈이 돼 있을 정도로 씨에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함께 대우는 98년까지 1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연산 10만대 생산규모의 티코생산공장을 설립해 앞으로 인도를 서남아시아 거점으로 키워나갈 방침이다.인도와는 달리 베트남에서는 택시시장을 집중공략, 대우자동차의주가를 한층 높이고 있다. 1인당 국민총생산이 2백50달러에 불과한이 나라 자동차 주 수요자는 다름아닌 택시회사들이기 때문이다.택시시장은 그동안 필리핀 칼럼비안오토카사를 대주주로 한 베트남모터스(VMC)가 독식을 해왔는데 올 4월 씨에로양산체제에 들어간비담코사(대우자동차 베트남 현지법인)는 이 시장을 타깃으로 선정, 특화판매에 나서고 있다. 올 10월말까지 베트남 최대택시회사인 하노이택시에 2백여대를 판매하는등 5백20여대를 택시로 판매했다. 개인판매물량까지 합할 경우 씨에로의 판매대수는 6백60여대에달한다. 단일 차종으로는 씨에로가 판매 1위로 비담코사는 앞으로기업체 및 관공서에 대한 판매도 늘려 베트남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비담코 이종기사장은 『일본업체가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는 내년부터는 택시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그러나씨에로가 가격경쟁력이 있고 품질 또한 뒤떨어지지 않아 승산은 있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올 연말부터 에스페로도 생산, 모델을 보다다양화하는 한편 라오스 캄보디아에 대한 수출도 강화, 베트남을인도차이나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지난해 대우 자동차가 해외로 실어나른 물량은 28만대(KD·부품 수출 1만5천6백대 포함). 올해는 9월말에 이미 지난해 수출 실적에도달했고 전체적으로는 45만대를 예상하고 있다(KD 10만대 포함).대우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이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의욕 돋구는 출발이라고 하지않을 수 없다.★ 미니 인터뷰 / 야누스 보즈냐크 폴란드 대우FSO 부사장"합작투자 전망 있다"▶ 대우 FSO의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가.폴란드 정부가 대우와의 합작 투자 계획에 서명을 했다는 것 자체가 성장에 동의했다는 의미다. 전망이 없었다면 수용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대우의 자본주의적 경영·생산방식에 직원들이 잘 호응하는가.원래 적응이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부단한 훈련을 통해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폴란드측 경영자급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중간급 직원들은 6개월 과정으로 연 인원 3천명이한국에서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이 연수는 향후 2년간 계속될 예정이며 지금도 4백50명의 폴란드 기술자들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있다.▶ 폴란드 정부는 대우에 대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가.수입세 50%를 감세해준다든지 SKD를 일정기간 무관세로 해주는 등여러 측면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현직 정부 고위 관리가 대우 FSO의 경영진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경우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도와주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우보다 더 지원을 받는 외국기업이 있는가.다른 회사와는 개별적인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얘기할 수 없다. 정부 지원의 규모 여부는 그 기업이 폴란드에 얼마나 투자했는가에달려있다.▶ 대우보다 더 많이 투자한 기업이 있는가.정부 고문이 참여하고 있는 곳은 대우뿐이다. 각별한 관심을 갖고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달라(과거에는 이탈리아 피아트사가 가장 큰투자를 했으나 지금은 대우가 폴란드 최대 투자기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국 직원간 갈등이 있는가.전혀 없다. 사안에 대한 접근 태도와 습관상에서 비롯되는 약간의차이가 있을뿐 갈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폴란드 직원들이 대우 FSO라는 외국회사에 근무하면서 자부심을 갖고있다고 보는가.FSO 회사는 45년의 역사를 갖고 있기에 이곳 직원들은 전통적인 자부심을 갖고 있다. 모두 회사에 강하게 결속되어 있는 사람들이다.대우가 인수하던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해 직원들의 작업태도라든가인식 등의 측면에서 변화한게 있는가.한마디로 얘기하기는 힘들다. 변화에 대해 적응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빨리 적응하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직원들에게 동질감과 참여의식을 갖고 같은 목표에 도전하기를 당부하고있다. 지금 여러 가지 공장혁신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부 또는팀단위로 경쟁하는게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주문은 사실과거에는 없었다. 옛날에는 모두 방관자였다.▶ 이러한 변화는 대우 때문인가, 아니면 전반적인 사회변화의 한 현상인가.환경이 변했기 때문에 달라진 것이다. 다른 회사와 경쟁해야하고고객의 니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잘 인식하고 있지만 보다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측에 바라는게 있다면.위원회가 열릴 때 다 말한다. 이 자리에서 말할 성질의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의사 소통이다. 정보의 원활한 교환이 가장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현 시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그에 따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분위기에 적응하고 신모델과 프로세스를 적용하면서 시장 점유율을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경쟁에서 패배하기 때문이다.★ 영국자동차 판매법인 스토리고객중심경영 '고객마음'낚았다대우자동차의 영국 상륙기는 마케팅 측면에서 신기원을 이룩한 사례라고 해도 과히 틀린 표현이 아닐 듯 싶다. 주도면밀한 시장 조사,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승부수 띄우기식 고객접근 전술, 각종 이벤트를 통해 끊임없이 대우차 화제 불러 일으키기,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오히려 최대한 강점으로 이용하기 등 2년에 가까운대우의 자동차 상륙 작전은 기발하고 흥미진진한 한편의 영화 각본을 연상케 하고 있다.대우 자동차 영국 판매법인의 전략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제조사직판(DIRECT), 고객 들볶지 않기(HASSLE FREE), 대접해 주기(PEACEOF MIND), 접대차 제공(COURTESY). 서유럽에서는 대부분 딜러제로위탁 판매를 하고 있지만 대우는 위험을 무릅쓰고 정반대 길로 나간 것이다. 이 전략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다.대우 자판법인이 영업을 시작한 것은 95년 4월. 그러나 사전 시장조사에 나선 것은 이보다 1년여 앞서서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대우법인은 영국에서 차를 팔아 보겠다고 나선 최후발 주자의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했다.우선 「소비자들이 차를 사기전 무엇을 가장 싫어하는지」를 살펴봤다. 「매장에 갔을 때 세일즈맨이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행위」가단연 불만사항 1위였다. 내내 귀찮게 따라 다니다가 계약 안하고그냥 나갈라치면 소매 붙잡고 『명함이라도 주시고…』가 혐오 1등이었던 것이다. 그 다음은 사고 나서 가장 싫은 것-차에 무슨 문제라도 있어 전화하면 『저는 영업이라서 기술은 잘 모릅니다. 기술파트에 알아보시죠. 전화번호요? 모르겠는데요.』이 두가지에서 일단 큰 방향은 나왔다. 첫째 진드기처럼 달라붙지마라-. 딜러가 고용하는 영업 사원은 판매 대수당 마진을 먹고 살기 때문에 달라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렇다면 제조사가 딜러에게 맡기지 말고 직판을 하자, 고정급 직원이라면 굳이 진드기가 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대우 차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직원 눈치 안보고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세번째 「대접해주기」는 고객들이 대접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주자는 것이고 네번째 「접대차 제공」은 차 산뒤의 불만 제1호를 고쳐보자는 데서 비롯됐다. 차가 고장났을 때 모셔다 주고, 차 고칠 동안2∼3일 다른 차 무료로 빌려주고,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다른차종도 빌려주는, 그야말로 최우대 서비스를 해주겠다는 것이다.서비스 다음과제는 차 이미지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였다. 이미 벤츠나 BMW는 기술, 볼보는 안전, 폴크스바겐은 신뢰, 시트로엥은 독특함 등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종류도 적고 가격대도 고만고만한 대우는 고민 끝에 「고객중심(CUSTOMER FOCUSSED)」으로 설정했다. 「새로운 형태의 차 회사를 아십니까-대우입니다」 「아주탁월한 평화로운 마음-대우에 들르시면 경험하실 겁니다」 같은 스티커가 그래서 탄생했다.매장 전략도 독특하다. 영국은 92∼93년께부터 시외곽에 미국식 잡화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여기에 매장을 차리기로 했다. 영국인은 통상 주말에 가족단위로 나서서 쇼핑을 하므로 매장이 인근에있으면 고객이 따로 시간을 내 시내의 차 매장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다. 카페를 만들어 음료를 무료로 마시게 했고 아이들을 위해 놀이방도 만들었다. 대개 매장의 경우 아이들이 차에 흠집이라도 낼까봐 어린이들을 꺼려하는데, 대우 매장에서는 놀이방이 있으니 부모들이 안심하고 차를 살펴볼 수 있게 했다.여기서는 작은 쇼도 벌였다. 영국이란 나라가 뉴스가 별로 없는 「심심한」나라이기도 하지만 특히 거짓말 조금 보태면 거의 적막강산에 가깝다. 그래서 대우 자동차가 여는 쇼, 노래자랑, 장기자랑,경품 타기 등은 지역 매체로부터 뉴스취급을 받았다. 대우측은 여기에 더욱 고무돼 아예 지역별 여성 운전자 경연대회까지 개최하는아이디어로 발전시켰다. 장애물, 코너링 테스트는 기본이고 예컨대스피드건을 맞았을 때 가장 짧은 거리에서 안전하게 서기, 자동차운반 트레일러에서 차 들어올리기, 내리기 등이 벌어졌다. 교통안전 교육의 효과도 있었으므로 현지 경찰의 적극적인 협조도 얻을수 있었다. 아이디어가 괜찮았는지 유럽 전체를 카버하고 있는 유로 스카이 TV에서 방영할 수 있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해 왔고, 대우측은 무료광고나 다름 없었으므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고 즉각수락했다.매장 확대를 위해 전국 5백개소에 걸쳐 있는 할포드라는 부품판매및 경정비 체인점과도 계약을 맺었다. 정비시설 일부를 빌려 차를전시하는 한편 대우 지정 A/S 센터로 운영했다. 이렇게 해서 전국을 다 망라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안되는 벽지는 대형 자동차 트레일러를 이용, 쇼무대로 만들면서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 결과 법인은 94년 거의 「무지」에 가까웠던 인지도를 2년도 채안된 올 4월에는 「완전 인지」에 가깝게 끌어 올렸다. 유력 광고전문지「캠페인」지로부터 95년의 광고대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에는 영국 1TV가 주최한 마케팅 대상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포드사의 알렉산더 트로트만 회장은지난 1월 USA TODAY지와의 인터뷰에서『앞으로는 모든 자동차사가대우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게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또 한가지. 대우는 「감춰진 비용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딜러제로 할 경우에는 차값이 점포에 따라 제각각이기 마련이어서 소비자들은 혹 손해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우차는 본사 직영이므로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가격임을 부각시킨 것이다. 특히 「딜러에게 갈 차값 10%를 소비자들에게 돌려준다」는 대우의 광고 전략은 문자 그대로 과녁의 한복판을 궤뚫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우 자판 법인장인 이동원 전무는 이같은 성공에 대해 『첫 진출지역이기에 이같은 전략을 펼 수 있었다』 면서 『만약 기존의 딜러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상태였다면 백지에 그림 그리기식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딜러가 포드나 복스홀 등잘나가는 차 몇대만 팔아도 생계는 충분히 유지되기 때문에 굳이중간이하급의 차를 애써 더 팔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그런 딜러 붙잡고 『우리 차 좀 잘 보이는 위치에 차려달라, 사정좀 봐달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고 오히려 딜러 비용만 더 지출된다는 것이다.물론 대우식의 직판 방식은 초기 투자가 많이 든다는 문제점은 있다. 대당 마케팅 비용이 95년에는 대당 1천2백 파운드, 96년에는6백파운드가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투자의 효과는 딜러에게 가지 않고 결국은 대우에 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안될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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