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스쿨'출신 등 금융통 포진

대우그룹 세계경영에는 수많은 키워드가 따라 다닌다. 「기업 인수의 귀재」 「마르지 않는 돈주머니」 「마케팅의 교과서」…. 그러나 모든 키워드는 한 곳에 귀착된다. 역시 「사람」이다. 「인재의대우」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재들이 자리를잡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중 하나다. 김우중회장이 머리속에 그린 세계경영은 곳곳에 포진돼 있는 이들에 의해한치의 오차 없이 실행되고 있다.대우 세계경영은 자동차와 전자 건설 등 세가지 업종이 중심이다.물론 (주)대우 무역부문은 이들 계열기업의 세계경영에 확실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따라서 김우중회장이 주도하고 있는세계경영의 주력인맥도 이들 계열기업의 책임자들이다. 윤영석 총괄회장을 비롯해 배순훈 전자회장, 김태구 자동차회장, 장영수 (주)대우 건설부문회장, 서형석 (주) 대우 무역부문회장 등이 김회장의 세계경영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다.◆ 배순훈회장 탱크주의, 22개국 가전점유 1위윤영석회장은 직책 그대로 「총괄」 역할을 맡고 있다. 김우중회장이 국내에 없을 때는 회장단 간담회를 직접 주재해 주요 사안을 결정할 정도로 실질적인 세계경영의 최고 보좌역할을 맡고 있다. 김우중회장이 세계경영을 직접 챙기느라 해외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국내에서의 지원을 맡고 있는 윤회장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MIT 공학박사 출신의 배순훈회장은 기술개발력 보강을 위해 대우에영입된 케이스. 그러나 회사경영에도 천부적인 소질을 보이면서 다른 계열사보다 앞서 세계경영의 뿌리를 가장 확실하게 내린 경영인이다. 세계경영의 또다른 트레이드마크인 탱크주의를 내세운 그는대우 가전제품 33개 제품을 22개 국가에서 점유율 1위로 끌어올리는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면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MIT 스탠퍼드 교수 시절 사귀던 사람들의 인맥이 두터워 세계경영의 또다른 지원세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김태구회장은 대우 세계경영에서 핵심을 이루고 있는 자동차의 총괄을 맡고 있다. 63년부터 산업은행에서 근무하다 73년 대우실업으로 옮겨온 김회장은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대우조선 대우자동차 사장을 지냈다. 이를테면 김우중회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계열사를 가장 중요할 때 맡아 정상화시킨 이다. 「노무관리의 달인」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격렬했던 대우조선의 노사문제를일거에 해결해 흑자로 전환시켰을 뿐 아니라 GM과의 결별이후 자동차의 품질 및 생산성 향상, 신차개발에 몸을 던져 세계경영의 초석을 닦았다. 그런만큼 「시어머니」랄 정도로 잔소리가 많은 김우중회장과도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지냈다. 김회장과의 관계를 바늘과 실로 평가할 정도다.장영수 건설회장도 김우중회장만큼이나 해외출장이 잦다. 은행출신으로 건설이라는 업종에 가장 중요하다는 파이낸싱에 능란하다. 무역부문의 노하우를 건설에 원용해 공사대금을 제품으로 받아 삼각무역까지 연결하는 전방위 경영자다. 게다가 건축사와 건축시공기술사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을 만큼 기술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대우의 장점은 역시 파이낸싱이다. 대리급만 돼도 해외지사로 파견되면 현지금융을 일으키는 방법부터 파악한다는게 대우 사람들이다. 대우의 파이낸싱 노하우는 회장단의 이력만 봐도 쉽게 간파할수 있다. 김태구회장 장영수회장이 산업은행에서 10년씩 잔뼈가 굵은 뒤 대우에 들어왔고 서형석회장은 한국은행 출신이다. 여기에대우아메리카를 맡고 있는 이경훈회장을 포함하면 회장단중 4명이은행출신이다. 김우중회장이 『세계경영을 한다해도 순수한 대우자금이 1억5천만달러 이상 들어간 곳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김회장 스스로도 그렇지만 참모진들 대다수가 금융분야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회장단만 그런게 아니다. 한다는 사장 부사장등 상당수 임원들의이력서에는 금융권 근무 경력이 적혀 있다. 이들중에도 대표적인금융통들은 이른바 「런던스쿨」 출신들이다. 유럽 금융중심지인런던에서 지사 근무를 하면서 자금 실무를 담당했던 인맥을 일컫는말이다. 대우는 70년대초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런던지사를 설립했고 (주)대우와 함께 증권 전자 자동차 등의 현지법인 자금담당 실무자 출신들이 각 분야에 흩어져 해외투자사업의 배후에서 자금을 끌어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런던스쿨의 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주)대우의 강병호사장. 「런던스쿨 최우수 졸업생」이란 별칭을 듣고 있는 그는 첫 직장도 산업은행인데다 런던법인에서만 10년을 근무한 그룹내 대표적인 국제금융통이다. 추호석 대우중공업 사장도 런던스쿨 출신으로 분류된다.그는 런던근무 당시 벨기에 앤트워프 정유공장 인수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대우 런던법인 대표인 이동원전무는 자동차판매법인까지 총괄하면서 그룹의 유럽내 각종 투자사업을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물론 이들은 모두 「파이낸싱의 대가」라는 표현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금융은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 자신들은 「철저한 장사꾼」일뿐이라는 것. 실제로 강사장은 에콰도르 지사에 단신 부임해 피아노와 재봉틀을 파는 일부터 했다. 시골을 누비며 컨테이너 하나 물량을 채우는 일부터 배운 그는 우리나라 수출총액이 1백27억달러였던 78년 에콰도르 국영석유회사로부터 1억3백만달러 상당의 선박수출 계약을 따내 수출의 1%를 혼자 소화해 내기도 했다. 금융기법이발로 뛰어 수출길을 연 것과는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전무도 영국의 명사다. 슈퍼마켓과 자전거포에서 자동차를 판다거나테스트드라이버제도를 도입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로 현지진출1년만에 대우차의 마켓셰어를 1%이상까지 높여놨다. 그의 머리에서나온 마케팅 기법은 미국 포드자동차의 트로트만 회장이 『대우의성공 여부에 따라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매방식이 일대 변혁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물론 대우맨들이다른 기업 사람들보다 파이낸싱에 강하다는 것은 맞는 얘기지만 파이낸싱만 강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세계자동차계 변혁기 맞는다 ‘극찬’대우 해외경영의 전초부대장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자동차 해외생산기지를 이끌고 있는 사장 부사장급들은 대우그룹에서도 내로라하는 인물들이다. 대우의 동유럽 진공을 현지 언론 표현대로 「칭기즈칸의 환생」이라고 말한다면 이들은 「대장 부리바」에 해당되는 인물들이다. 현지공장 인수전에서의 활약상도 그렇지만 인수기업을 단시일에 「대우화」시켜가고 있는 것도 이들의 노하우 덕분이다.폴란드 자동차판매법인 센트룸대우의 최정호사장, 루마니아 로대자동차의 박동규사장, 우즈베크공화국 우즈대우의 이관기사장, 폴란드 대우모터폴스카의 유춘식사장, 인도법인 이철수부사장, 체코 아비아의 정길수부사장 모두 그 나라에서는 이미 최고의 사업가다.국내에서 자동차사업의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왕영남부사장도같은 부류다. 그렇다고 이들이 「대장 부리바」만큼 수많은 병졸들을 거느리고 현지 진공에 나선 것은 아니다. 가능한한 국내 직원들의 현지파견을 줄이고 10명 이내의 소수부대만을 거느리고 있다.1개 분대도 안되는 인원이 2만∼3만명의 대규모 공장을 굴리고 있다.이들은 파이낸싱뿐 아니라 현지법률과 정부를 움직이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 체제를 갓도입한 동유럽 국가들이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법을 고치는 과정에는 대우사람들이 항상함께 있다. 정부의 차관도입 등의 조언에도 대우는 빠지는 법이 없다. 대우는 우리나라 개발연대에 가장 성장폭이 컸던 기업. 따라서개발연대의 노하우가 누구보다 많다. 대우의 해외진출을 「개발연대 노하우 판매」로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예컨대 한나라에 자동차로 진출해서 공장을 완공하기까지는 완성차를 무관세로 수출해 시장을 잠식한다.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 국영은행 민영화작업에 뛰어들어 할부금융기법을 도입하고 운수사업이나 고속도로 건설 및 운영에 참여한다. 통신사업과 레저사업도단골메뉴다. 그러다보니 해당국가에서 손꼽히는 대기업그룹이 또탄생하게 된다. 현지 대우그룹인 셈이다. 김우중회장을 세계경영의교주라고 하면 이들은 세계경영의 전도사라고나 할까.대우가 이처럼 「스타군단」이라지만 정작 김우중회장은 불만이다.『현지경영에 쓸만한 부사장급들만 더 있다면 세계경영의 속도는더욱 빨라졌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른 기업들이 「임원 내쫓기」에 안달인 것과는 달리 대우는 퇴직임원들까지 다시불러들여 해외사업에 재배치하고 있는걸 보면 김회장의 불만은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김회장의 세계경영은 대우의 「인재창고」도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