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등급 따른 금리차등화 정착되야

80년대 들어 경제정책의 틀이 민간주도의 경제운용과 신용경제사회의 구현으로 전환되면서 국내에도 신용평가제도가 도입됐다. 이는기존의 보증 담보 위주의 금융관행에서 신용 중심의 선진적 금융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당시 실물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동시에 금융거래가 확대됐다.그러나 물적담보위주의 금융관행은 부동산의 크기가 확대되지 않는상황에서 실물경제의 원활한 성장을 제약하고 부동산가격을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실물경제규모의 확대와 함께 신용에 의한금융거래관행의 정착이 주요과제로 떠올랐던 것이다.신용에 의한 금융거래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신용을 분석하고 그 정보가 원활히 유통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신용평가가 독립적이고 객관성이 확보되어야 금융거래의 공통된 판단척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신용평가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신용평가기관은 유가증권 발행기업과 유가증권의 투자자 사이에 위치하여 투자자에게는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발행기업에는 신용도에따라 차별적인 금리로 자금을 조달,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한다.이제 우리나라도 신용평가제도가 도입된지 11년이 경과했다. 선진국평가기관의 금융시장내 역할과 비교해볼 때 아직 미흡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용평가기관의 신용평가정보가 금융기관의 대출이나 지급보증, 공공기관의 공사입찰 납품업체선정, 기업간신용거래 등 다방면에 걸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채권시장 왜소해 금리차등화 늦어신용평가정보가 제공됨에 따라 각 개별금융기관은 개별적으로 자료수집하거나 분석하는 중복비용을 크게 줄였다. 신용평가를 받는 기업 입장에서도 거래금융기관마다 신용조사자료를 제공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에는 신용평가기관의 등급을 기준으로 채권금리가 차등적용되는 등 신용평가가 금융시장내에서 완전히 정착된 상태다.8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는 채권거래시 금리가 신용평가등급에기초를 두고 있다.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신용평가등급에 따른 금리차등화의 정착이 늦어지고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금융시장여건을 들 수 있다. 실질적인 금리자유화가 늦은 탓에 얼마전까지만해도 실질금리가 명목금리를 상회해왔다. 금리의 2중구조 속에서 신용등급별 금리차등 적용의 여지는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 이미금리자유화가 이루어져 있어 신용평가제도 도입 때부터 신용등급별로 금리를 차등하여 채권을 인수하도록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또다른 측면은 채권시장의 왜소함이다. 유통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채무증서는 채권이 주종을 이루는데 그중에서도 비중이 가장 높은 보증부 회사채가 신용평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점이다. 신용평가 대상에서 비중이 극히 낮은 무보증채에만 한정돼있어 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별로 금리스프레드가 적용되는 거래가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우리의 신용평가제도는 기업어음이나 무보증회사채의 발행적격업체선정기준으로 활용될 뿐이다. 이 때문에 일정 이상의 신용평가급을받은 기업은 부도나지 않아야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런 기업이 부도나면 신용평가기관이 질책을 받아왔다.그러나 신용평가등급은 지급불능기업과 정상기업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지급불능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차별화하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고등급을 받은 기업일수록 지급불능상태에 빠질확률이 낮으며 저등급일수록 그 확률이 높음을 등급으로 표시한 것이다. 따라서 사후적으로 부도발생기업을 평가한 신용평가기관의등급과의 관련성을 검증해 봄으로써 신용기관의 신뢰도를 판단하는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발행적격제도 역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일정등급 이상만 발행하도록 하는 적격제도는 발행된 기업어음이나 채권이 모두 안전한무위험자산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며 이는 신용도별 금리차등 적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나 발행할 수있도록 하되 신용등급을 공시, 투자자로 하여금 위험과 수익의 관계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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