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칼라' 군단 음지에서 대활약

3D업종에 속한 중소기업사장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문제이다. 사람을 구하기 힘들뿐 아니라 입사한 사람중 절반이상은 서너달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고만다. 이제는 임금수준이 문제가 아니다. 임금을 충분히 준다고 해도 도대체 마음에 드는 기술자를 찾을 수 없다. 이태전부터 산업연수명목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해 한숨을돌리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외국인들을 고용하는데드는 부대비용이 예상보다 컸다. 요구사항은 하나둘씩 늘어가고 불법으로 회사를 뛰쳐나가는 이들도 늘어갔다. 인력문제는 중소기업사장들에겐 영원히 풀 수 없는 난제중 난제인 셈이다. 고급기술자는 물론 3D업종의 기피현상으로 단순노동자도 좀체 구하기 어렵다.단순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등 자동화설비를 도입하려는 사장들이 늘고 있는 것도 골치아픈 인력문제를 풀어보려는 의도에서다.서울 독산동에서 자동차부품업을 하는 최용식사장(신생정밀)은 업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4, 5천만원을 들여 인력 한사람을 줄일수 있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게 중소기업사장들의 일반적인 정서라고 설명했다. 2년이면 투자비가 빠진다는 계산이 가능해서이다. 최사장은 『90년대 들어 중소기업의 평균 임금상승률이 대기업보다 훨씬 높아 경영에 부담이 되고있다』며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라면 로봇등 자동화 설비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서부공단 남동공단 등에 입주해있는 중소기업사장들은 한결같이 자동화투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자금을 동원할 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할뿐이다. 라인을 변경하는데 드는 기간로스도 납기에 쫓기는 중소기업으로선 신경써야할 대목이다. 그래서 영세업체 사장들은 자동화투자가 그림의 떡이라고 여기고 있다. 때가 오길 기다려 보지만 좀체 기회를 찾을 수 없다.◆ 사출기 로봇 호환성 높아 다양한 부품 생산그러나 사출가공업체나 자동차부품업체들의 경우 로봇을 도입해 상당한 인력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로봇등 자동화시스템도입에 따른 리스크가 그만큼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견 사출생산업체의경우 라인별로 로봇을 적재적소에 설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기업도 적지않다. 주야간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업체에서는 인건비절감효과가 그만큼 크다. 경쟁업체에 비해 그만큼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물론 전공정을 자동화할 경우 리스크가 없는것은 아니다. 무턱대고 불필요한 인력을 쫓아낼 수도 없다. 그렇지만 점진적으로 자동화를 추진할 경우 잘 쓰면 보약이 된다는 점을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인정한다. 현장작업자들조차 로봇도입을 회사측에 건의하는 사례도 적지않다.자동차 및 전자부품생산업체인 제일엔지니어링도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을 절감하는데 성공한 업체로 꼽힌다. 이 회사남동공장에 들어서면 일정한 동작을 반복하는 로봇을 여기저기서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자동차조립생산라인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로봇이 군데군데 설치돼있는 것이다.자동차안테나를 생산하는 조립라인에서는 로봇이 부품을 들어올려잡아주고 볼트를 돌려주는 작업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된다. 어떤 로봇은 생산라인과 생산라인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본안테나와 기술제휴로 지난해 6월부터 자동차안테나를 생산하기시작한 이 회사는 설비를 깔 때 자동화시스템을 갖췄다. 회사측은일본 기술제휴사의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그 효용성을 직접 확인한후 자동화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자동차 스피드미터부품기어, 에어컨 노즐등 전장품을 생산하는 사출라인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출기에서 떨어져 나오는 규모가 작은 정밀 부품을 정확히 집어서 이송하는 작업을 끝없이 반복한다. 사람의 손과 팔역할을 로봇이 떠맡는다. 사출기 한 대에로봇한대가 조화롭게 작업을 척척 진행하고 있다. 작업자는 라인이정상적으로 가동되는가를 주시한면 된다. 대표적인 3D업종으로 꼽혀왔던 사출공장의 이미지를 로봇이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성형부 유재용차장은 사출기에 활용되는 로봇의 경우 호환성이 높아 3, 4백가지의 다양한 부품을 생산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쉽게 설명하면 공정의 대부분을 사출성형기와 로봇이떠맡고 작업자들은 가공 전단계인 원료투입과 후가공단계의 공정을책임지고 있다.유차장은 내년에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하고 로봇을 더 들여오면후가공분야의 인력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되면 라인별 인력을 현재의 10명에서 2, 3명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제일엔지니어링의 경우 사내에 자동화시스템사업부가 있어 필요한 로봇만 외부에서 들여오면 적은 비용으로 최적의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제작단가 떨어져 수요 증가 추세자동차 차체생산업체인 대구의 세원정공도 로봇 등을 활용해 급성장세를 타고 있다. 자동화를 통해 불량률을 감소시키고 1인당 생산성을 꾸준히 높여 동종업계에서 경쟁력있는 회사로 이름나 있다.세원정공은 업계에서도 자동화투자의 성공케이스로 꼽히고 있다.과감한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도 잇따른다.이밖에 첨단 자동계량기 생산업체인 세계로시스템도 내년중 공장을이전하면서 첨단자동화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 이의재부사장은 최근 개발한 수산물 자동계량포장라인의 주문이 늘고 있어생산캐퍼를 늘려야 하는데 인력증원없이 자동화투자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공장이전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어김없이 로봇등 자동화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로봇등 자동화설비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자동화시스템설비업체도 바빠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공장전체의 생산라인을 리스트럭처링하는경우는 드물지만 부분라인에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불황의 거센 바람을 덜 타고 있는 셈이다.경기도 군포에 있는 신명전기의 자동화시스템제작라인에서는 로봇이 부착된 생산시스템을 한창 제작하고 있다. 한라공조 평택공장에납품할 이 시스템은 실린더샤프트를 박스에 담아주는 역할을 하게된다고 현장작업자는 설명한다. 쉽게 말해 X-Y축 로봇인 셈이다.한라공조는 자동차용 컴프레서라인의 인력을 절감하기 위해 일부라인의 자동화를 추진하면서 신명전기에 시스템 설계 제작을 의뢰한것이다.신명전기의 이정영사장은 최근들어 로봇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 상담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로봇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제작단가가 떨어져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내로봇의 품질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던 2, 3년전만해도 대부분의로봇을 일본에서 들여와야했다. 따라서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었다.이제는 생산현장에서 활용되는 국산 로봇중 가격이 싼 것은 3, 4백만원짜리도 많아 투자비용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게 이사장의 설명이다. 굳이 비싸게 일본제품을 수입할 필요가 없어 국내로봇활용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설계업체로부터 상담을 받아보고 그 다음에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사장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자동화시스템도입을 돕기위해 전문상담자를별도로 배치하는등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자동화투자가 인력절감과 생산성향상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아이템을 바꾸지 않는한 제조업체의 구조조정은 결국 생산라인의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이고 정부의 중소기업지원도 여기에 초점이맞춰져야 하는게 아니냐고 이정영사장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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