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적자 2백억달러 사상최고

문민정부들어 경상수지 적자가 말그대로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특히 올해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2백억달러를 상회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사상 최대의 경상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말 정부가 잡은 올해 목표치인 60억달러에 비해 무려 3배가 넘는 수준이다.문민정부 첫해인 93년엔 경상수지가 3억8천만달러의 흑자를 냈으나94년부터는 다시 45억달러 적자, 95년엔 89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신경제 5개년계획」과는 너무도 판이한 결과다.당초 정부는 「신경제 5개년계획」을 통해 93년 14억달러의 경상적자를 내고 94년엔 수지균형을 이룬뒤 95년부터는 흑자기조로 들어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무역수지도 93년부터 흑자로 반전돼 꾸준히 흑자폭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무역수지도 93년 18억달러의 흑자를 낸후 줄곧 적자폭이 커지기만 했다. 「신경제 5개년계획」이 얼마나장미빛이었는지 분명히 드러난 꼴이 됐다.경상수지 적자가 당초 정부의 기대와 크게 빗나가게 된데는 수출이제대로 안되고 수입은 예상보다 너무 늘었기 때문이다. 우선 수입부터 보면 우리경제의 산업구조상 원자재와 자본재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아 수입을 줄이기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문제는 소비재의 수입증가다. 최근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소비재수입증가율은지난 92년 6.2%에서 95년엔 27.8%로 껑충 뛰었다. 시장개방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값비싼 사치품 수입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은 커녕 통상마찰을 빌미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선진국들의 사교클럽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는데 혈안이 돼개방일정을 지나치게 앞당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수출도 시원치 않았다. 올핸 특히 반도체 수출부진이라는 돌출변수까지 끼였다.무역외수지적자의 급증도 경상수지 적자의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무역외수지중에서도 특히 여행수지적자가 문제다. 해외여행이전면자유화되면서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듬해인 94년엔 11억7천만달러 상당의 여행수지적자를 나타내 93년의 6억달러의 적자에 비해2배나 늘어났다.◆ 신경제5개년계획과 판이한 결과경상수지적자가 2백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적신호가 켜지자 대통령까지 나서 경상수지적자방어 대책마련을 지시했지만 지금까지도 그렇고 앞으로도 묘수를 찾아내긴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문민정부집권동안에는 경상수지적자가 마냥 증가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는형국이다.교역조건 악화도 수출을 멍들게 한 이유로 지적된다. 수입물가는마냥 오르는데 가격경쟁력은 갈수록 취약해져만 가고 있다. 상품교역조건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지수도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반면 90년이후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의 고부가가치지수는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우리와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우리나라의 무역수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율변화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80년말 이른바 「3저호황」때 기업과 정부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해외여건이 변하자 곧바로 타격을 입었던 뼈저린 교훈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93년이후 엔고 등 다시 「신3저현상」으로 호기를 맞았으나 정부의 지나친 낙관과 대응 미흡으로 똑같은 우를 되풀이했다.대우경제연구소의 한상춘 연구위원은 『89년이후 주요수출시장에서경쟁력을 상실하면서 기업과 정부가 국산화정책을 펴 고부가가치지수가 개선돼 왔다』며 『그러나 문민정부출범후 대외여건 호조로수출이 증가하자 경쟁력개선노력을 등한시한 것이 94년이후 경상수지적자누적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한때 호시절도 있었으나 이는 세계경기의 회복과 엔화 강세 등 대외여건 개선에 따라 덤으로 얻게 된 것이지 우리기업의 경쟁력개선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한연구위원은 『정부가 너무 빨리 축포를 터뜨린 나머지 과도한 임금인상과 함께 과소비풍조를 스스로 조장, 우리경제의 구조적 폐해인 고비용·저효율구조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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