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경영, 불황 넘는다

산업계에 인원감축을 골자로한 감량경영이 한창 유행처럼 번지던지난 10월1일. 한라그룹은 감량경영과는 정반대의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유능한 인재를 대폭 충원, 조직의 능률을 올림으로써 불황을 극복하겠다」그룹창립 34주년 기념식에서 정인영 한라그룹회장은 명예퇴직 등인원감축은 실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일류기업과 기술제휴 그리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국제경쟁력을 키워나갈것이다. 또한 임직원의 교육훈련을 강화하고 제철 전자산업 펄프제지 등 사업영역을 확대, 한라그룹을 2005년까지 국내 10대그룹으로진입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임원상여금 10% 장기저축,경비 10% 절감 등 경비절감대책을 시행키로 결의했다.불황일 때 호황을 준비하는 「역전의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그동안 내실경영으로 경쟁력을 키워온 기업들은 불황을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이들 기업들은 「역발상」을 통해 불황의 시기를 경쟁기업보다 앞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경쟁기업이 움츠러드는 불황기에 연구개발을 강화한다면 호항일 때 앞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호황 때보다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경쟁기업에서 빠져나오는우수한 인력을 대거 유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역전의 경영」을 펼치는 이들 기업들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단기 대책인 원가절감에 나서면서도 채용규모확대 전략적제휴 연구개발투자증대 교육훈련강화 유망산업진출 등 장기전략에 주안점을 둔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역전의 경영」을 펼치는 기업들은 그 규모에 따라 다소다른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대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이번 불황기를 「공격경영」이란 기치 아래대처하고 있다. 원가절감을 위한 감량경영을 실시하면서도 이번 불황을 21세기를 위한 사업구조재조정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강하다. 한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유망산업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대기업들은 차기 유망산업으로떠오르는 정보통신 생명공학 멀티미디어 비메모리반도체 환경산업레저산업 유통산업에 자금을 대거 투입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연구개발비 증액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오너와 경영자의 성격에 따라 경영전략의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공격경영을 펼치는 대기업들 중에는 발상의전환으로 경쟁기업보다 앞서나가는 총수들도 나타나고 있다. 다른대기업들이 감원을 골자로한 감량경영을 본격 추진하던 시기에 돌연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인원삭감계획은 없으며 경비절감책인임직원의 임금삭감은 사기저하를 가져오는 부적절한 대안이라며 이를 철회, 다른 대기업들의 인원삭감 흐름을 일시에 바꾸어 놓았다.불황기에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 샐러리맨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음은 물론이다.◆ 자신의 처지 적극 활용도 역발상대우그룹은 일찍이 해외경영에 관심을 보여온 김우중 회장 덕분에불황의 시기에 대기업중 유일하게 유유자적하고 있다. 세계 각 지역에 공장과 시장이 널리 포진하고 있어 국내 경기변화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장수의 진가는 전쟁의 시기에 판별」되는것과 같이 기업경영자의 능력은 불황기에 진정으로 판가름된다는사실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중견기업들은 그동안 견실한 경영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에 적극나서고 있다. 이들 진출희망 기업들은 기업이나 부실한 기업들을인수합병(M&A)을 통해 대기업 대열에의 진입을 꾀하고 있다.한솔 한라 뉴코아 등 30대 기업이나 진입기업들은 관련사업의 진출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으며 거평 나산 신호 등 소위신흥재벌들은 금융 유통 정보산업 등 차세대 유망산업 분야의 기업들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특히 이들 신흥재벌들은 대기업들이 제한된 투자계획과 인원보충에그치는 것과는 달리 인원을 대폭 확충하고 투자액을 대폭 늘려가고있다. 급격한 사업다각화와 규모의 급팽창으로 인재에 목말라 있던이들 신흥재벌들로서는 이번 불황이 우수인재의 확보와 저렴한 가격으로 진출희망분야의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중소기업들은 주로 연구개발의 투자확대를 통한 기술력 향상 및 신제품 개발이란 방식으로 「역전의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기존의 시장에서 품질향상을 통한 틈새시장을 개발하는가 하면 역발상을 통한 신제품개발로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특히 성장산업군에 속한 중소기업들은 전반적인 상승분위기를 타고왕성한 연구개발활동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웨어개발 및 컴퓨터 제조업체인 두인전자와 가산전자가 연간 3백%의 초고속 성장을 기록한 것도 연구개발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정보통신업체인 팬텍이연구개발에 의한 가격인하와 품질향상으로 고속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역발상으로 역전의 경영을 펼치는 기업들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호황때 기본에 충실한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어떻든 기본에 충실하는 기업만이 위기를 호기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다시 깨우쳐 주는 시기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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