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찬스'…제2의 혁신 박차

「위기는 기회」라는 명제는 기업에도 적용된다. 사업구조조정을하는데 불황기만큼 좋은 때도 없다.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을통해 새로운 경영전략을 짤 수 있어서이다. 고정관념에 빠져있는임직원의 의식을 새롭게 바꿀수 있는 호기이기도 하다.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원이 기민하게 움직이면 고객들에 호감을 줄 수 있는이점까지 있다. 경영자입장에서 보면 「변해야 산다」는 기업생존을 위한 진리를 직접 실천할 수 있어서 더욱 신바람이 날지 모른다. 자신의 철학이 여과없이 전기업에 확산돼 실천되니 말이다. 경영능력을 검증받아야하는 위치에 있는 신임총수에게는 불황이라는위기야말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하늘이 내린 기회(천재일우)일 수도 있다.지난 95년초 구본무회장이 취임한 이후 LG그룹이 펼친 일련의 움직임(경영혁신노력)도 이런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평가할수 있다.「제2의 혁신」「정도경영, 고객만족경영」 「초우량LG」 「도약2005」 「세계화 경영」 「가치창조경영」등의 거창한 구호가 그냥나온게 아니다. 명확한 동기도 있고 나름의 명분도 있다. 재계는물론 전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업구조조정노력과 경영혁신노력이 치열했던만큼 LG그룹이 경영혁신을 위해 제시했던 「실천강령」이 타그룹에 비해 많았다.◆ 사랑해요 LG이미지제고취임 2년을 맞는 구본무회장의 경영성과를 말하기는 아직 성급한감이 있다. 그러나 LG는 방향을 정하고 2000년대를 향해 발진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만하다.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도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지난 6월 통신장비업체군에서 현대-삼성컨소시엄을 제치고 LG그룹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LG 텔레콤이 개인휴대통신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어 7월에는 LNG 복합화력민자발전사업자로 선정되는 겹경사가 벌어졌다. 이들 프로젝트는 앞으로 재계판도를 바꿔놓기에 충분한 굵직굵직한 것들이다.이같은 성과는 구회장이 취임한 직후 발족한 전략사업개발단(단장변규칠그룹 부회장)의 치밀한 프로젝트기획이 열매를 맺는 것으로풀이할 수 있다. LG의 핵심브레인들이 참여하는 전략사업개발단은에너지 정보통신 생명공학 환경등 미래성장유망사업을 발굴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신규사업진출등 사업구조조정을 위한 투자스케줄도 잇따라 공개됐다. △2010년까지 총3조원을 투자하는 에너지사업(LNG복합화력발전소 및 LNG인수기지건설) △2002년까지 총 1조1천억원을 투자하는광주 첨단과학산업단지조성 등이 대표적 사례.이밖에 부산가덕도 신항만 및 배후도시건설, 서울-하남간 경전철사업, 경인운하개발사업등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기위해 관계당국에 사업의향서 등을 제출했다. LG그룹은 신사업진출과 같은 맥락에서 한국중공업 및 가스공사의 민영화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물론 영화사업등 수익성이 뒤처지는 부문은 과감히 포기하겠다는전략도 세웠다. 그룹과 LG경제연구원 등에 태스크포스팀을 두고 미래전략형사업은 M&A를 하고 그렇지 못한 사업부는 늦기전에 도려내겠다는 복안도 마련해 놓았다.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힘을모아야한다는 구회장의 철학이 반영된 대목이다.불황타개의 해법으로 세계화경영도 무게있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95년 7월 LG전자가 3억5천만달러를 투자해 미국의 유명가전업체인제니스사를 인수, 미국시장점유율 1위의 발판을 마련했다. LG측은고해상(HD)TV, 완전평면브라운관 등 차세대 영상미디어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지난 96년 6월에는 폴란드의 페트로은행을 인수키로 계약을 맺었다. 이는 그룹의 폴란드등 동구권 투자진출의 교두보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해외투자뿐 아니라 해외사업도 활발히 추진돼 본궤도에 진입하고있다. LG전선과 LG정보통신이 공동으로 베트남 현지에 광통신케이블 및 전전자교환기를 생산하는 합작공장을 건립하는등 베트남 통신망현대화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인도에서 전기 전자 석유화학통신분야에 진출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LG그룹은 95년 9월 싱가포르에서 해외사업추진위원회의 동남아지역전략회의를 개최하고 2000년까지 45억달러를 투자, 동남아-인도지역을 그룹최대의 전략시장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지난 7월에는 영국 웨일즈지역 종합전자단지조성에 2002년까지 총26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영국 생산법인 투자조인식」을 가졌다.그룹은 현지에서 사업계획 및 투자규모 등을 밝히면서 2005년까지의 매출과 수익 등을 예상한 청사진도 함께 내놔 세계화경영도 「도약 2005」실천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종업원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노력도 짜임새있게 펼쳐지고 있다. 최고인재에게 최고대우를 하겠다는 신복리후생제도는 사원만족경영에서 비롯된 것이다. 구회장은 기회있을때마다 창의력이 풍부한 인재들이 도전적인 목표를 향해 마음껏 뛸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남아 지역 그룹최대 전략시장으로 육성사내벤처제도도 같은 맥락에서 도입했다. 사내에 잠재돼있는 사업기회를 발굴해 「도약 2005」를 실현하기 위한 신사업 신기술을 갖춘다는게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이다. 또 직원들에게 사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물론 LG그룹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의식개혁운동은 인간에 대한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 변화의 몸부림이 임직원의 적극적인 동참없이는 결실을 맺기 힘들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만큼 LG맨들은 자신있게 뛰면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의식이 확산되는 추세이다.지난 9월 구회장이 사장단회의에서 불황극복방향을 제시하면서 『우리가 추진하는 경영합리화는 획일적인 인원감축이나 일률적인 비용삭감등 단기적인 임기응변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 것도 결국 인간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LG맨들은 받아들이고있다.최근에는 정도경영 고객만족경영의 일환으로 LG전자 LG정보통신LG반도체 등이 공동으로 기업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합동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95년에는 홍콩 런던 뉴욕등 국제금융의 중심지역에서 그룹차원의대규모 해외기업설명회를 개최하기도했다. 그룹측은 계열사별로IR팀을 두고 투자자들에게 기업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안을찾고 있다. 결국 LG그룹은 일반고객에겐 「사랑해요 LG」라는 이미지광고를 통해 손짓하고, 투자자들에겐 IR를 통해 기업의 미래상을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LG의 공격경영은 구본무회장 개인의 스타일과 무관치않다. 구회장은 무언가를 해야 속이 시원한 그런 특성을 갖고 있다. 현장을 발로 뛰며 의욕적으로 새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10인 정책위원회멤버들은 한결같이 일을 해보자는 쪽의 정서를 갖고 있다. 자연히 추진력이 강하고 뒷북치는 일은 없다.LG그룹은 「도약2005」라는 그룹전략이 어느정도 가닥을 잡은만큼이제는 뛰는 일만 남았다고 밝힌다. 96년말 LG종합기술원을 설립한것도 각 CU의 연구개발강화노력을 그룹차원에서 결집하자는 의지의산물이다. LG측은 종합기술원내에 기술기획전담조직을 두어 그룹의싱크탱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LG의 휴먼경영과 신사업진출등 경영혁신노력이 어떻게 조화롭게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계는 LG의 제2의 혁신이 순조롭게 출발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재원마련 등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우려하는 소리도 없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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