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등 생종전략 기발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바깥 분위기가 조금만 바뀌어도 큰 타격을 받기 일쑤다. 기본적으로 자본력이 떨어지는데다 기술력에 있어서도 대기업에 비해 나을것이 없는 까닭이다.특히 불황 등 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악재가 들이닥쳤을 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최근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 부도율이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중소기업의 허약한 체질과 관련이 깊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도 불황을 모른채 고속성장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있다.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온갖 악조건을 극복하고 나름의 확고부동한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특히 이들 기업들은 어려운 환경을 새로운 도약 발판으로 삼아 자신들의 세계에서 우뚝섰다는 점에서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 불황을 이긴 기업이 있는가 하면 오로지 기술개발에 전력을 다해 세계무대에 우뚝 선 경우도 있다. 또 중소기업으로선 벅찬 거액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성과를 거두거나 과거의실패를 거울삼아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성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자리를 잡은 기업도 있다.◆ 한 번 실수가 곧 파멸자동차부품 전문 중소기업인 광진상공은 최근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의 자동차 창문개폐장치 납품권을따냈다. 그동안 GM과 거래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온 끝에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납품물량도 엄청나 99년까지 총 1억6천만달러 어치를 거래하기로 계약했다. 광진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끊임없이 세계무대를 노크해왔다. 세계진출만이 치열한 경쟁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권영식 사장의 믿음 때문이었다. 물론 나름대로 기술력에 관한한 어느 나라 어떤 업체와 겨뤄도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그러나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 세계시장 진출이 생각대로 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계약성사 직전에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그러나 광진은 미끄러질수록 힘을 냈다.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믿음을 갖고 매달렸다. 그런 가운데 올해초 한줄기 빛이 찾아들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 QS인증을 획득했던 것이다. 이 자격증은 광진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었고 이를 계기로 GM의 어려운 관문도 무난히 뚫었다. 광진은 내년중 미국 현지에8백만 달러를 투자, 미국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광진은 업계로부터 세계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한편 기술개발에도 게을리하지 않아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지난 11월 이달의 중소기업인으로 선정된 박실상 사장이 경영하는남성정밀은 창업 이래 한우물만을 파서 성공한 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지난 70년 창업 이래 주변 사람들의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26년 동안 줄곧 관이음쇠류 생산에만 전념,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평을 듣고 있다.특히 남성은 지난 89년 중소기업으로는 아주 이례적으로 부설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 90년대 초반 자금난으로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는 등 고전했으나 한눈 팔지 않고 한길만을 걸어온 덕분에무난히 극복하고 지금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특히 연구개발비에 해마다 매출액의 10% 이상씩을 투자, 대기업을무색케 하고 있다. 97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매출액의 15% 안팎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시장개척에도 적극나서 94년 1백만 달러, 96년 1백5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기도했다. 이밖에 94년부터 기업경영혁신에 힘써 인원절감 및 불량률감소로 연간 11억원의 비용절감효과를 보고 있다. 이 회사는 96년한해동안 4백55억원의 매출로 95년보다 무려 90%나 늘어난 실적을올렸다.불황기를 헤쳐나가는 중소기업들의 생존전략 가운데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적잖다.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에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탑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갖가지 묘안이 동원된다. 담보능력이 탄탄한 대기업들이야 한 번 실수 정도는 큰 무리없이 넘길 수 있으나중소기업은 다르다. 한 번 실수가 곧 파멸을 뜻한다.그래서 그런지 요즘 중소기업들 가운데는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바로 충남지역에서 조립식 패널을 생산하는 일신산업과 대전인슈 다복 등 3개업체가 바로 그렇다. 이들 업체는 서로 상대방의 장점을 어려운 시기에 공유한다는 약속 아래 경쟁업체지만 손을 맞잡고 불황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96년초부터 원자재를 서로 주고받는 등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충남금산에서 공장을 가동중인 대전인슈와 다복은 그동안 주요 원자재인 스티로폴을 경기지역에서 사다 썼다. 주변에 마땅히 스티로폴을 대줄 업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항상 원자재가 말썽을 부렸다. 멀리서 갖다쓰는 바람에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이들 업체가 요즘은 스티로폴을 불과 30~40분만에 구할 수 있게 됐다. 근처에 있는 일신산업과 손이 닿으면서 자체 스티로폴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일신으로부터 원활하게 공급받고 있는 것.일신산업 입장에서도 비록 대전인슈와 다복이 경쟁사이지만 계약을맺으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스티로폴라인을 풀가동할 수 있게 돼수익 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후일담이지만 이들 3개업체는당초 경쟁관계에 있음을 고려해 제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신용보증기금 서대전 지점이 적극 나서 다리를 놓아 거래를 트게됐다는 후문이다.◆ 중남미·서남아 등지로 제휴 시선 돌려중소기업들이 외국사와의 제휴 등을 통해 경쟁력 높이기에 나서는것도 요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날로 높아만 가는 원가를 줄인다는 차원에서 해외에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한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동안 생산기지로 각광받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 열기가 수그러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 진출이 부진했던 중남미·서남아 등지 업체와의 제휴를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는 앞선 소재기술을 도입하거나 현지 연구소와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해 국내에 들여오는 새로운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 파견했던 중국기술실사단에 당초 예상보다 50%나 넘어선 21개 업체가 참여했다고 한다.또 중국에서 기술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업체도 96년 한해 동안30여개사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95년보다 무려 1백%나늘어난 수치다.경제전문가들은 97년도 중소기업들에는 어려운 한해가 될 것이라고설명한다. 96년과 비교해 별로 나아질 것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자연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더욱 분발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경영컨설턴트인 황태훈 박사는 원가절감을 바탕으로 한 적극 경영만이 중소기업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춥다고 움츠리면 더욱 추워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경영 전문 상담회사인 한신상담회사의 오범진 사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개진한다. 그는 경기가 안좋다고 소극적인 경영을 하다가는 화를 입을 수 있다며 과학적 합리적인 경영활동이 요청된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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