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한국경제 푼다

올해부터 「발신전용이동전화(CT-2)」등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이동전화서비스가 선보인다. 이들 새로운 이동전화서비스들은 생활의편의를 제공할 뿐 아니라 침체기의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한 신규 통신장비수요와 함께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원래 통신기기산업은 91년부터 9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15.6%나되는 고성장분야이다. 국설교환기나 유선전화기 등 유선통신부문이성장둔화 추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선통신시장의 급격한 팽창 때문이다. 지난 84년 최초로아날로그방식의 셀룰러장비가 도입된 이래 가입자가 매년 60%이상씩 증가했다. 무선통신시장이 각별한 관심을 끄는 이유는 앞으로5조원 규모의 내수를 창출할 뿐 아니라 수출전략품목으로도 부상하고 있어서다.전세계적으로도 이동통신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과거 10년간 세계이동전화 수요는 매년 30%이상씩 급증해 왔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고 2000년에는 세계 이동통신장비시장이 1천4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또한 저렴하면서 기능이 단순한 「발신전용이동전화」부터 저궤도위성을 이용, 세계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한「위성이동통신(GMPCS)」, 무선으로 모든 통신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플림스)」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이동통신은 정보화의 핵심수단으로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할 핵심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한국이 가장 앞선 디지털이동전화기술인「부호분할다중접속(CDMA)」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상용서비스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미래형 이동통신시장을 향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값진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동통신, 정보화 핵심산업으로 부상CDMA시스템의 상용화가 국내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는 상당하다. 지난해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이 구매한 기지국 1천4백개, 교환기 15대 등 9천여억원어치의 물량으로 올해 말까지 구매할 물량을합하면 1조8천억원에 달한다. 빠르면 올해말 서비스에 들어갈 개인휴대통신(PCS)의 경우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PCS가 앞으로 3년간 교환기 60여개, 기지국 6천개 등 약 5조원 규모의 통신장비를 구매할 예정이다. CDMA시스템을 우리손으로 개발했기 때문에가능한 수치이다.CDMA단말기분야는 이미 상당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지난해 11월 발생했다.미국 모토로라의 디지털이동전화기가 국내시장진입에 실패한 것이다. 미국의 모토로라는 스웨덴의 에릭슨,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러지와 함께 전세계 통신장비시장을 주도하는 회사이다. 불과 2년전만하더라도 한국이동전화기시장은 모토로라「판」이었다. 그런 모토로라에서 만들어 국내시장에 내놓은 디지털이동전화기가 시장점유1%라는 「참담한 꼴」을 당해야 했다. 한국의 디지털이동전화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급하게 상품을 만들어 내놓다 보니 성능이 떨어지고 하자까지 있는 제품이 나온 것이다. 모토로라뿐 아니라 대부분 CDMA방식의 디지털이동전화시장은 올해에나 형성될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그렇다고 한국통신장비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현재 이동전화시스템은 CDMA와 「시분할다중접속(TDMA)」이라는 두가지 디지털방식이 표준장악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1세기 통신산업의 주도권이 여기서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어느 진영이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가에 따라 이동통신분야의 표준이 결정될 것이고 표준으로 귀착된 시스템을 갖고 있는 자가 결국 돈자루를 거머쥐게 될 것이다.특히 유럽식 TDMA인 GSM은 여러모로 힘겨운 상대다. 이미 전세계86개국에서 1백50여사업자가 3천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중일 만큼풍부한 운용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성이 입증된 기술이다. 매일 평균5만명씩 새로 가입하고 있을 정도다. 더군다나 세계 각지의 모든사업자들이 로밍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GSM방식의 이동전화기만 있으면 어느나라에 가건 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반면 CDMA는 지난해에야 겨우 한국과 홍콩에서 상용서비스에 착수해 1백만명도 안되는 가입자가 있을 뿐이다. GSM이 40대의 장년이라면 CDMA는 이제 겨우 10대 소년에 불과한 시스템이다.CDMA와 GSM 양 진영의 최대 격전지는 두가지 방식 모두 수용하는미국시장이 될 전망이다. CDMA건 GSM이건 얼마나 안정적이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따라 후발국의 시스템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미국 주파수 입찰을 끝내고 내년에 서비스를 시작할 상위 10개사의 PCS사업자들이 각각절반으로 나눠 반은 CDMA, 반은 TDMA방식으로 서비스하기로 결정했다. 1위사업자인 스프린트, 3위 넥스트웨이브, 4위 PCS프라임이CDMA방식을 채택했고 2위인 AT&T와 이어리스가 미국식TDMA, 5위인퍼시픽벨이 GSM을 채택했다.국내 CDMA시스템이 넘어야 할 산은 GSM과의 경쟁말고도 더 있다.대표적인 것이 부품국산화율을 높이는 것이다. 비록 통신서비스운영은 세계최초라는 영예를 얻었지만 장비 부품의 국산화율이 40%선에도 못미친다. 현재 핵심부품인 칩셋의 경우 전량 미국의 퀄컴사로부터 고가에 수입하고 있다.과도하게 많은 이동통신사업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동전화의 경우 운영사업자가 5개나 되고 장비제조업체는 LG정보통신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3개사이다. 여기에 대우통신 한화정보통신등도 새롭게 참여하려 하고 있다. 운동경기로 치면 플라이급만 양산된 상태라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에는 모토로라와 루슨트테크놀러지라는 슈퍼헤비급만 있는 상태. 국내업체 뿐 아니라 세계적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고 따라서 결국은 국내 통신사업자도 2개사 정도로 압축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문제는 국가적 손실을 줄이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휴대용 통신기기라도 음성통화 뿐 아니라 휴대용 통신기기를 통해팩스송수신 영상회의 인터넷접속과 같은 데이터통신을 자유롭게 할수 있어야 한다. 미국 전문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이동중에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기능은 팩스의 송수신기능인 것으로 밝혀졌다. 단순히 음성만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짐을 의미한다.유럽식 TDMA인 GSM진영은 이미 9.6kbps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데이터통신기술을 개발, 상용화한 상태이고 곧 32kbps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64kbps는 실험실에서 이미 개발한 상태다.◆ 움직이는 사무실시대 온다신규통신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생기는 경제적 효용은 단순히 신규투자의 발생에만 있지 않다. 기업생산성 및 사회생활전반의 변혁을초래한다는데 있다. 대형빌딩 구내전화의 「개인휴대통신」으로의대체가능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까지는 전화선에 거추장스럽게연결된 묵직한 전화기가 업무의 필수도구였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면 무선호출을 하거나 이동전화로 연락을 해야한다. 그나마 이동전화라도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그러나 대형빌딩안에 「개인휴대통신」시스템을 설치하고 구내전화대신 모든 직원에게 수첩만한 「개인휴대통신」전화기를 지급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모든 직원들이 각각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고어디에 있든 전화를 받을 수 있으므로 「담당자가 자리에 없는」상황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 무선전화기를 통해 인터넷과 같은 데이터통신을 할 수 있으므로 어디서든 인트라넷과 같은 통신망을 통해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본격적인 「움직이는 사무실」시대가 오는 것이다.한국은 이제 기로에 서있다. 통신강국의 길이냐, 또 다시 종속의길이냐.이제까지 국산화란 것들은 껍데기에 불과한 것이 많은게 사실이다.원천기술은 외국 선진업체들의 것을 도입하고 국내에서는 부품만일부 개발해서 조립해 파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국산화는 국내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김창곤 정보통신부 기술심의관은 『이제는 더 이상 선진국 기술을들여와 껍데기만 베끼는 방식의 제품생산으론 안된다』며 『한국기업은 선진국기업의 대리점역할을 벗어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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