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답게 결단력 있고 소신 뚜렷'

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알기란 쉽지 않다. 겉모습과는 달리 외부로잘 드러나지 않는 까닭에 여간해서는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 정치인이거나 정치적인 색채가 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인 경우엔 더욱그렇다. 직업적인 특성상 내면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거의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정치적인 행위에 의해 유권자들에게평가받고 기억될 뿐이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참모습을접할 기회가 좀체로 없다. 단지 언론매체를 통해 활동상이나 동정을 대신 전해들을 뿐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은주요후보들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겉모습 때문에 진짜 본모습은 베일속에 가려져 있는 느낌이다. 따라서 그들의 내면세계를 알아보는것은 어떤 측면에서 아주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평소 알 수없었던 유명 정치인들의 참모습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드문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후보들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측근들의 눈을 통해 이들의 내면세계를 집중 탐구해본다. 편의상 이번 설문조사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상위 6명을그 대상으로 잡았다.먼저 이번 설문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한 박찬종 신한국당 고문. 평소 박고문은 정치권으로부터 그렇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한다. 동료들은 물론이고 정치부 기자들로부터도 부정적인 인물평이주류를 이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항상 수위권에 들 정도로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것에 비하면 아주 이상할 정도다.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한다 해서 「독불장군」이라는꼬리표도 따라다닌다. 대중을 포용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측근이 보는 인간 박고문의 내면모습은 어떨까. 이에 대해 조해진 공보실장은 성격이낙천적이고 사고가 맑은 것이 박고문의 인간적인 장점이라며 소탈하고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조실장은 옆에서 보기에 박고문은 물욕에서 아주 자유로워 보인다고말한다.◆ 박찬종, 포용력 약하나 물욕서 자유롭다하지만 조실장은 박고문이 철저하고 완벽주의자인 것처럼 보이지만알고보면 의외로 허술한 면이 많은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일례로박고문이 인간관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연거푸 당한 사례가 많다고 얘기한다. 다른 한 측근은 박고문이 작은 일에 세심하지 못해아쉬울 때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회창 신한국당 고문은 대외적인 이미지가 강해 강성으로 알려져있다. 과거 법관으로 재직했을 당시 소수의견을 많이 냈던데다 김영삼대통령 아래에서 국무총리로 재직했을 때도 일을 자신의 소신대로 처리, 주변사람들과 많은 마찰을 빚었다. 일각에서는 너무 자기의견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그의 측근들은 실제로는 다른 면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어찌 보면강한 면도 있으나 실제로는 사람에 대한 두터운 신뢰와 정이 많다는 것. 핵심참모인 이명우 비서관은 이고문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적잖다며 이고문은 아주 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이비서관은 또 이고문은 대단히 공명정대한 인물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이비서관은 이고문의 단점에 대해서도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평소 자기자신을 너무 절제하려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대권 4수생인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역시 겉으로는 가까이 하기엔너무 먼 정치인으로 비쳐진다. 표정이 근엄해 보이는데다 야당 외길을 걸어온 까닭에 포근해 보이는 인상은 찾기 힘들다. 특히 선거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사상시비도 이런 이미지에 한몫하는느낌이다. 김총재를 오랫동안 모셔온 고재방 비서실 차장 역시 이런 평가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그는 김총재는 크게 3가지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먼저 너무 논리적인 것을 강조하다보니 지나치게 딱딱하다고 한다. 또 일을 너무 철저하고 치밀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인간적인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 얼굴표정과 관련해서도 감정표현을 너무 자제해 필요 이상으로 근엄해 보인다는 설명이다. 전체적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친화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고차장은 김총재의 경우 대단한노력가인데다 아주 성실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고순수한 면이 많다는 점은 정치지도자로서 누구한테서도 찾기 어려운 강점이라고 추켜세운다.조순 서울시장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행정가다. 1천만 시민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청의 사령탑인 것이다. 그래서 조시장은요즘 자신이 정치인으로 비쳐지는 것을 무척 꺼린다. 주변사람들에게 정치엔 관심이 없다고까지 얘기할 정도다. 대통령선거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본인 스스로 후보의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것을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비서진에게 자신과 대선을 연결시키는어떤 질문에도 가급적 대답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놓고 있을 정도다. 그 스스로도 정치권의 손짓에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여전히 조시장을 김대중 총재나 김종필 총재의 유력한 대안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인데다 정치력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시장은 평소 원칙에 따라 소신있게 일을 처리하는 등 포청천 시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평을 듣는다. 여기에다 일주일에3일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할 정도로 소박한 일면을 지니고 있다고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도 서울의 수장으로서 미흡한 점도 있는 듯하다. 측근인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부탁하며 조시장이 너무 신중한 나머지 강력한 리더십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때로 서울시를 이끄는 시장으로서 강력한 결단력이 부족해 보일 때가 있다는 의견이다.◆ 국민은 인간미 넘치는 정치인 원한다이홍구 신한국당 대표는 요즘 들어 주가가 한창 상승하고 있다. 지난 96년 중반까지만 해도 그저 무욕의 집권당 대표 정도로 인식됐으나 하반기 이후 강력한 차기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 급부상했다.최근에는 아예 여권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까지 부상했다. 정치인이대표의 최대 장점으로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면모가 돋보인다는점이 꼽힌다. 측근인 전성철 특보는 일을 항상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이대표의 트레이드마크라고 자랑한다. 아울러 그는 주변사람을 따뜻이 감싸는 포용력도 이대표가 지니고 있는 강점의 하나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전특보는 이대표가 너무 온건해 손해를 보는경우가 적잖다고 하소연한다. 때로는 강한 면모를 보여야 할 때도있는데 그러지를 못한다는 얘기다.정치권에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만큼 파란만장한 길을 걸어온 경우도 드물다. 권력의 영욕을 모두 거쳤고 한때는 부정축재자로 몰려구금되기도 했다. 그래서 순응과 변신을 거듭해온 구정치인이라는부정적인 꼬리표와 함께 경륜의 정치인이라는 호의적인 반응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그의 풍부한 교양과 넉넉한 품성은 인정한다. 외유내강과 끈기와 집념의 사나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반면 인간적으로 세심하지 못한 것은 큰 단점으로 꼽힌다. 심양섭 자민련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 김총재는 다정다감한 면이 부족한 것이 흠이라고 솔직히 고백한다. 야당지도자로서 소신이 있고 결단력이 돋보이지만 잔정이 부족해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측근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주요후보들은 대부분 정치인으로서 결단력이 있고 자신의 소신이 뚜렷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 개방적이고 끈기와 집념이 강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측근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다. 한마디로 거물 정치인답게 통이 크고 소신에 따라 일을 처리해나가는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반면 핵심측근들은 대체적으로 딱딱해 보이고 다정다감하지 못한 면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에게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치광고전문가인 이윤제 박사는 『이제는 국민들이 슈퍼맨 같은 강력한 이미지를 주는 군림형 정치인보다는 이웃 아저씨 같은 친근감를 주는 인물을 원한다』며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정치인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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