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정보·건강·여가·환경상품

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매스컴이 선정하는 히트상품들. 따지고 들면히트상품이라도 흔히 보는 상품과 유별나게 다를 게 없는 경우가많다. 불티나게 팔려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원더브라」도 특별히 설명이 따라붙지 않으면 여느 브래지어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유방을 받쳐줘 돋보이게 한다는 기능성이 그 정도로 어필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히트상품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멋드러진 샌달이인도네시아에서 화제를 모았다해도 같은 상품이 시베리아의 에스키모사회에서 많이 팔리기는 어렵다. 미국에서는 개인정보단말기(매직링크1000)가 인기를 끈데 반해 같은 해 러시아에서는 치약(아쿠아프레쉬)이 히트상품의 반열에 오르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전통음료인 식혜가 인기를 모았지만 세계시장에서 히트상품이 되기에는어느정도 한계가 있다.중요한 것은 어느사회든지 히트상품이 있다는 점이다. 각 사회의문화나 경제·기술수준 정서 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인기를 모으는 상품은 반드시 있다. 이들 히트상품들을 분석하면 나름대로공통점을 찾아낼 수있다. 물론 일부 상품은 하루에도 수천리를 달리게 하는 정보수단의 발달로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되기도 한다.그러나 국가나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게 일반적인 히트상품들, 그것을 만들어내는데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지난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한 「이제는 히트경영이다」라는 책자가 제시한 요인들은 상당히 포괄적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장조사와 분석, 뛰어난 아이디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제품개발추진, 효과적인 마케팅전략, 경영자와 조직원들의 팀워크, 남보다 앞선 기술력, 가격경쟁력등이다.그러나 이같은 요인들을 고려해 제품화시킨다고 해도 마음먹은대로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히트상품이다. 히트상품은 새로운 생각과 기술같은 요인에 의해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기존의 상품과는 다소다른 접근에 의해 「뜻하지 않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제 막 시장에 나온 제품이라면 히트상품이 되기보다는 나오자마자 뒷켠에 물러앉아야 할 운명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따라서 충분한 경력을 쌓은 기업이라면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해 유행의 흐름이나 소비자의 트랜드를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상품개발의 원칙을 세우는 쪽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일본 화장품메이커인 가오는 지난 70년대부터 소비자의 기호변화및 타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영철학으로 상품개발의5원칙을 세웠다. 국내의 모든 기업들도 곰곰이 되새겨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사회전체적으로 볼 때 유용한 상품인가 ?우리회사의 독창적 기술이 들어있는가 ?상품화하기 전에 모든 면에서철저한 소비자테스트가 이뤄졌는가 ?소비자변화에 견딜 수있는가?유통단계에서 상품이 갖고 있는 특징과 정보를 충분히 전달할 능력이 있는가를 주도면밀히 따져보는 일이다.최근 수년동안 세계각국의 히트상품을 보면 큰 틀의 경향들이 나타난다. 37개국 3백20개 히트상품의 사례를 분석한 「이제는 히트경영이다」에 따르면 신기술을 이용한 정보통신 관련제품, 여성층을겨냥한 건강 체형관리상품, 환경을 고려한 상품이 유난히 많다는특징이 발견된다. 여기에 가족단위의 여가활용에 방향에 맞춘 상품들이 가세한다. 물론 이들 히트상품에는 기존에 존재했던 유사한상품에 아이디어적인 요소를 가미한 경우도 많다.미국의 모토로라사가 개발한 쌍방향호출기는 통신기구로 큰 인기를끌었던 제품이다. 기본의 무선호출기와 같은 크기의 소형으로 문자나 숫자를 합해 10만자까지 저장이 가능한 기억장치가 돼있어 문자로도 송수신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 응답방법도 다양하게 선택할수있도록 해 응답시 전화를 찾으러 다니는 불편함을 덜어줬다. 기존의 무선호출기가 기계상에 나타난 발신자의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기가 있는 장소에 가서 응답해야 하나 이 제품은 사전에 기계에입력된 최고 1백20만개 메시지중에서 선택할 수있도록 고안된 것이다.역시 미국의 질레트사와 워너램버트 쉐이빙 프로덕스가 출시한 여성전용면도기도 아이디어하나로 크게 히트한 제품이다. 특별히 여성소비자를 겨냥해 제작된 수동면도기로 남녀평등의식과 호기심을충족시킨 상품이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면도기이지만 여성의 사회참여가 확대되는 추세를 읽어냈다는 분석이다.국내에 진출한 피자헛을 통해서도 소개된 것으로 스타후드 크러스트 피자는 시판 1년남짓만에 피자헛의 총매출에서 30%를 차지한 상품이다. 먹지않고 남기게 되는 피자의 가장자리부분에 치즈를 채워구움으로써 소비자들이 남기지 않고 먹도록 만든 것이다. 이밖에1천여종의 해조에서 원료를 추출해 특정부위에 반복하면 체중감량의 효과가 있다는 체중감량비누(중국), 모양은 일반연필이지만 나무대신 폐지를 사용했다는 환경보호연필(홍콩), 공기중의 담배연기를 80∼90% 제거한다는 담배냄새제거섬유(일본)등도 인기를 끌었다.미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시대를 선도해가고 있는96년 히트상품을 소개했다. 여기에서 일단 디지털시대를 반영한 정보통신상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휴대형인 경우 보다 크기를 작게하면서 PC와 연결시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인 진전이 가미된 제품들이다. 그러나 단지 귀엽게 디자인을 새로한 신발이나공학적으로 설계된 의자, 밀크쉐이크식으로 형태를 완전히 바꾼 커피음료등도 포함됐다.모토로라의 스타택은 약 80g정도의 무게에 손바닥에 들어가는 크기로 압축시킨 휴대폰이다. 소니의 디지털카메라는 내장돼 있는 칩에이미지를 기억한 후 PC에 연결시켜 프린트할 수 있는 상품. 미국과일본에서 동시에 히트상품의 대열에 오른 상품이다. 전세계적으로PC가 급격히 보급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인기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로보틱사의 개인정보단말기인 파일럿은 각종 전화번호 주소 약속등을 입력하는 휴대전자수첩으로 역시 PC와연결시켜 정보를 공유할 수있도록 고안했다. 스타벅스와 펩시코가공동발매하는 프라푸치노는 밀크쉐어크형태의 커피로 카페인이 거의 없고 지방질도 적어 음료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상품이다. 이밖에 모니터와 펜티엄PC로 구성된 웹TV, 닌텐도의 64비트급 비디오게임기에서 나이키의 운동화, 휴렛팩커드의 프린터, 미국 벡타사의완충기능이 강화된 의자등이 선정됐다.유럽지역의 국가들은 산업구조나 생활패턴이 우리와 크게 달라 히트상품의 분야도 상이하게 나타나곤 한다. 스포츠 레저용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많고 특히 프랑스의 경우 전통적으로강세를 보이는 품목은 향수 패션제품 액세서리등이다. 최근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는 샤넬의 향수(얼루어, 유혹이란 의미)는 가장프랑스다운 히트상품이라 할 만하다. 매혹적이고 독특한 향기로 섹시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젊은 여성층에게 어필하고 있으며외국관광객들에게도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자동차분야에서도 좁은 길도 여유있게 달릴 수 있는 중소형차가 히트를 치곤한다. 르노는 최근 수년동안 클리오라는 소형차로 크게 재미를 봤으며 한단계 높인 세닉은 유럽자동차담당기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받으며 「97년 자동차」로 선정돼 히트예감이 적중할 것이란 지적을 낳고 있다.구미와 달리 제조업과 넘쳐나는 상품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일본시장에는 히트상품도 많지만 과거의 히트상품을 분석,새로운 것을 이끌어내려는 노력도 대단하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다수의 기관이나 매스컴에서 그해의 히트상품을 선정, 파악되는경향 등을 분석해내고 다음 한해의 히트상품 경향을 예측하곤 한다.대표적인 광고회사인 덴츠와 미쓰비시연구소는 90년대의 히트상품들을 연도별로 키워드(핵심주제어)로 요약해냈다. 이를 보면 80년대말부터 시작된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91년에는 소비자들이 남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개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상품을 선호했다. 이때의 소비자들은 취향은 아름다움이나 간편함 산뜻함 상쾌함을 주는 상품으로 나타났다는 풀이다.그러나 버블붕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92년에는 사회전반의 긴축무드가 힘을 발휘해 소비생활에서도 삭감가치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전까지 방만했던 소비생활에 대한 반성이 표현된 것이다. 이에따라 상품개발과 소비자에게 어필할 상품의 특성으로 편암함과절약 여유 등의 키워드가 강조됐다. 93년 94년에는 이같은 흐름이그대로 이어졌다. 부담스럽지 않은 상품, 본분에 맞는 소비문화,친숙함을 드러내려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95년은 연초부터 고베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한신대지진이나 사이비종교인 오옴진리교사건이 일어나는 어지러운 한해였다. 반면 노모 히데오라는 프로야구 투수가 미국의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자국에서는 이치로라는 타자가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사건사고로 불안해진 사람들의 심리와 영웅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얻으려는 심리로 한데 휩싸인 것이다. 이에 영향받아 상품선택에서는 타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보고자 하는 자력이란 키워드의 상품이 호평을 받았다는 평이다. 여기에 에너지절약 공간절약 등 절약이라는가치가 더욱 견고해지고 건강 환경문제의 부각으로 생활의 청결함을 추구하는 상품도 주목을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구체적으로 보면 건강취향의 알로에 요구르트, 살 빠지는 효과가있다는 크리스챤 디오르의 스베르트와 중국산 비누,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항균 방취효과의 속옷등이다.지난해에는 정보통신분야의 다양한 상품과 함께 신체의 아름다움가족단위의 여가선용 등을 추가하는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해마다 히트상품의 경향을 분석, 발표하는 잡지에 따르면 인터넷이나 휴대용전화기 정보단말기등 정보통신상품들은 일년전에 이어 연속으로 히트상품의 우선순위에 들었다. 윈도우95형PC 휴대전화(PHS방식) PC에 연결되는 정보단말기(립레토20) 역시 PC로 연결되는 디지털카메라등은 일본뿐만이 아니라 정보통신제품이 많이 팔리는 선진국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경향이다. 키워드로 요약하면 유무선의 네트워크형, 휴대성, 불황기에 굳어진 본질추구형등으로 나타난다. 한편 국내소비자들의 소비패턴과 가장 유사한 외국시장을 찾는다면 단연 일본시장이다. 더구나 일본시장은 어느정도국내시장에 앞서 선행적으로 움직이는 트랜드를 보여왔다. 가라오케가 노래방으로 전파된 것처럼 일본에서 히트를 치면 조만간 한국에서도 인기를 끄는 경우를 많이 찾을 수있다.오늘날 일본의 소비자들은 상품선택이 가격이라는 변수를 매우 신중하게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파괴되지 않은 정가란 개념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상호협력하는 제판동맹으로일본국내외의 가격차를 이용한 상품개발방식이나 백화점 편의점 등의 PB(독자브랜드)상품개발은 바로 바로 국내시장에서도 적용되고있다.신한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이란 책을 통해일본시장의 경험을 통해 우리업계가 주목해야 하는 몇가지 마케팅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은 소비자들의 가격민감도이다. 전세계적인 가격파괴의 물결로 인해 국내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상품에 대한 선호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트랜드의 원천은 물론 각 계층이나 세대의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려는 마케팅이다. 여기에 큰 사건사고 등 사회적 이슈나 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라 곧바로 전달되는 세계적 유행흐름 등을 마케팅에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개된 상품들은 미국 가 선정한 히트상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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